2020년 6월 5일은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날이었습니다. 4월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다음 4년을 책임질 국회를 구성하는 첫날이었죠. 국회 개원 첫날 이들의 나이는 몇 살이었을까요? 21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54.9세로 다음 국회가 개원할 때쯤이면 환갑을 맞이합니다. 54.9세는 평균일 뿐 세부적으로 보면 20~40대 의원은 고작 34명으로 12%가 채 되지 않습니다. 남은 266명은 모두 50대 이상입니다.
국회의원 대부분은 군부 독재 시절이었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거나 졸업했습니다. 핸드폰은 물론이거니와 민주주의조차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이었죠. 스마트폰은 4차 산업혁명의 상징물로 꼽히곤 합니다. 삼성이 갤럭시 s3를 발표할 때가 국내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점차 높아지던 시기인데, 그때가 2012년입니다. 국회의원들은 대략 46세 일 때 스마트폰이란 걸 처음 접해본 겁니다. 즉,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을 경험했던 시기보다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던 시기가 더 깁니다. 저는 이것이 현재 정치인들이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들 중엔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전화와 메시지 정도 주고받는 게 전부이죠. 국회의원들 중엔 본인 SNS조차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부분 보좌관들이 대신 관리하죠.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할 줄 알면 스마트폰을 가장 잘 다루는 측에 속한다는데 국회의원 중 몇이나 다룰 줄 알까요? 집에 계신 어머니, 아버님 중 스마트폰에 은행 앱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하는 분이 몇이나 계시던가요? 국회의원들도 똑같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도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한테 4차 산업혁명을 맡겨놓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겁니다. 국회에서 4차 산업과 관련된 논쟁보다 ‘빨갱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권위주의 독재국가’ 같은 체제 논쟁을 더 자주 보게 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국회의원들의 지난 대부분의 삶은 독재와 민주주의가 체제 싸움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공유 차량 플랫폼 ‘타다’를 금지시킨 것도, 기존 노동시장에 없던 플랫폼 노동자들이 생겨나는데도, 일자리가 사라지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4차 산업시대에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많은 것들이 급변하는 4차 산업시대에서 ‘살아내기’ 위해선 교육·노동·복지에 대한 정의가 이전과 확연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 교육은 계속해서 주입식 교육이 중심이 될 테고,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지 못할 것이며, 여전히 선별복지와 보편복지 간의 우열을 다투는 복지제도 속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