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생 이성윤의 정치] 정치인이 만든 법안, 되레 BTS만 손해인 셈
지난 2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를 찾았다. 당시 BTS의 병역특례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란 뉴스 보도와 달리 병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안철수 위원장은 "새 정부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여지를 남겼다.
그리고 지난 9일 이진형 하이브 CCO는 BTS가 미국 콘서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사회와 아티스트 모두 유익한 방향으로 병역법 개정안이 결론 날 수 있도록 회사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이진형 CCO가 밝힌 '최선'은 병역 특례가 아닌 '아티스트의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인다. 과거부터 BTS 멤버들은 입대 의사를 밝혔지만 국회가 특례법안을 제안하면서 BTS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BTS의 계획이 변경되는데 국회가 결정을 짓지 못하자 하이브가 이례적으로 국회를 향해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 국위 선양에 기여한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하게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BTS가 요구한 것도, 국민이 요청한 것도 아닌, 국회가 자발적으로 제안한 법인데 오히려 피해는 BTS와 국민들이 입고 있다. 병역법 개정안에 관한 청년의 생각은 어떨까? 필자와 함께 정치 유튜브 <우린 겁나 유명한 정치인이 될 거야, 언젠간>을 운영하는 강현길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이다. 김 의원은 BTS가 국위 선양한 점, 성 의원은 BTS가 10년간 56조의 경제적 유발 효과를 낸 점을 들어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 특례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강현길씨는 "BTS의 경제적 유발 효과는 인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경제 효과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입대하는 청년들은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라 군대에 다녀온 건가?'라는 자괴감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 기준도 모호하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둘 것인지, 일본 오리콘 차트에 둘 것인지 기준이 불분명하다. 빌보드가 음악 시장 가운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로컬' 시장이다. 국내 병역특례 기준을 해외 로컬 시장에 둘 수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제도에서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상하면 병역을 면제받는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기준도 얼마든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작년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시청한 전 세계 인구는 2000만 명으로 추산됐다. 반면 세계적인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롤)' 결승전을 시청한 인구는 7000만 명을 넘는다. 세계적인 축제인 올림픽보다 '롤드컵'을 시청하는 인구가 3배나 더 많은 셈이다.
페이커(본명 이상혁) 선수는 세계적인 롤 프로게이머로 최근 240억 원의 연봉을 제안받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는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연봉 160억 원)보다도 높은 액수였다. 롤드컵의 인기가 올림픽보다 많고, 월드클래스 선수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안받지만 페이커 선수는 여지없이 입대를 해야 한다.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병역특례를 준다면 대중문화예술인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도 기준이 모호하다.
지난 8일 한국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에 찬성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찬성이 아니라 통과될 경우 여러 진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BTS의 병역 특례를 반대하는 글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정작 BTS 멤버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국방의 의무를 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는데도 국회가 나서서 법안을 마련해 애꿎은 BTS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책임질 수도 없는 법안을 만든 국회의 무능함이 초래한 결과다.
강현길씨는 되레 "이번 기회에 병역제도에 관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를 할 때"라며 "인구 감소로 병역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모병제를 논의하거나, 성별 없이 징병하되 모두에게 대체복무의 길을 연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BTS의 입대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새 정부 국회에서 BTS의 병역특례 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안은 당분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국회가 만든 만큼 국회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법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BTS와 국민들만 애꿎은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조속한 논의를 통해 결론을 지어야 할 때다.
안녕하세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입니다.
미래당은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7년 창당했고,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1기 공동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시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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