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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Apr 14. 2022

87년 민주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청년들의 역할

[93년생 당대표 이성윤의 정치]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박빙으로 치달은 선거는 0.73%라는 간소한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주변에서는 아쉬움과 실망감을 쏟아내는 탄식이 많았지만 선거 결과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누가 되든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 거라지만 이번 선거는 최악과 차악을 구분하기 힘든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대선은 두 후보자의 개인·가정사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붙은 꼬리표였지만 이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후보자들의 개인 또는 가정사로 선거가 얼룩진 사례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번 20대 대선이 비호감 선거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대 대선은 586 기성 정치인들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 선거였다. 선거에서 후보들의 개인·가정사를 드러내면 쟁점이 될 만한 요소들이 없었다.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시대는 코로나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대선 후보들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때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곳곳에서 논의가 됐으나 대선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지구는 기후위기로 앓고 있다. 재작년 호주에서는 산불이 6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한반도보다 넓은 면적을 태웠다. 작년 독일에서는 100년 만의 대홍수가 났고, 미국에서는 3개월 넘게 산불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장마와 폭염 일수가 길어지며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지만 대선에서 기후위기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1980년대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삼고 들불같이 일어났던 386세대는 문민정부를 만들고 30년간 국가를 운영해왔으나 민주화를 넘어선 다음 방향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고, 탄핵도 시키는 민주화가 최고로 발달된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선거가 끝나면 서로 부정선거라고 주장한다. 민주 진영과 공산 진영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도 더 이상 하지 않는 이념 논쟁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진행 중이다. 20대 대선에선 윤석열 당선인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느닷없이 ‘멸공 챌린지’에 뛰어들어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3차 산업혁명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산업혁명이 대두하는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미래를 향하기보단 아직 8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이제 서른으로 접어드는 90년대생과 사회초년생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00년생들이 보기에는 작금의 정치가 후질 수밖에 없다. 이번 20대 대선은 민주화 이후 뚜렷한 미래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586 기성 정치인들의 한계효용이 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를 알고 나자 20대 대선 결과에 실망하기보단 ‘그래서 90년, 00년생인 우리는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해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


 우린 어떤 정치를 해야 할까? 가장 시급한 건 이분법적인 정치와의 결별이다. 청년들이 마주한 4차 산업시대나 기후위기 등의 이슈는 단순히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젠더 간 등 이분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 세대와 세력의 협력이 필요하건만 기성세대는 세력을 가르고 끊임없이 갈라치는 정치를 추구한다. 결국 세력과 세대, 젠더로 갈라선 정치의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과 국민 몫이다. 청년들은 젠더 문제로 양분화됐고, 자식과 부모는 부동산, 일자리를 놓고 갈등한다. 젠더 간 사랑과 세대 간 화합이 있어야 하는 자리를 분열하는 정치는 멈춰야 한다.


청와대 이전을 놓고 제왕적 대통령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제왕적 대통령제 못지않게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는 제왕적 양당구조다. 양당체제가 굳어지면서 ‘과반을 넘는 것’이 총선 때마다 화두였다. 다수당을 차지한 정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고 그때마다 다수당의 횡포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마침내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 필리버스터 중단, 언론중재법 등을 단독으로 감행했고 신물 난 국민들은 정권을 교체해버렸다.


이분법 정치에서 벗어나 다당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정 정당에 힘을 몰아주기보다 다양한 정당이 국회 내 진입할 수 있도록 해 협치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 각계각층의 직군과 세대, 젠더가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 제왕적 양당제를 무너뜨리고 협력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화 이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586세대의 정치 효용은 떨어져 가고, 87년 민주주의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제라는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는 분열의 정치와 결별하고 다양한 의사들이 존중받는 정치를 열어가야 한다. 마침 다당제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586 기성 정치인은 선거법 개정을 유종의 미로 삼고, 청년들은 어떤 세대도 도전하지 못했던 다당제로의 길을 도전해 보면 어떨까.



안녕하세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입니다.
미래당은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7년 창당했고,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1기 공동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시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 청탁, 섭외는 이메일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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