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생 당대표 이성윤의 청년정치] 지금도 '피땀눈물' 흘린다
지난 9일 BTS(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병역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당연히 가야 하는 군대 문제에 대해 하이브가 이처럼 당당하게 법 개정을 요구하는 데엔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 BTS 멤버들은 오래전부터 입대 의사를 밝혀왔다. 그런데 2020년 국회가 대중문화예술인도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해 BTS 멤버들의 입대를 늦추더니, 이번에는 대중문화예술인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내놔 BTS 멤버들을 희망 고문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BTS는 군 입대 없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지만, 만약 통과되지 않으면 가장 나이가 많은 진을 시작으로 줄줄이 군대에 가야 한다. 해외공연 등 활동에 지장이 생긴다는 얘기다. 하이브 측은 이런 불확실성 탓에 BTS의 장기 스케줄을 세울 수 없어 국회에 결론을 내달라고 요청한 거다. 마치 소속사가 군 면제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치가 BTS를 먼저 들쑤신 셈이다.
BTS도, 팬클럽 아미도, 또 국민도 요구하지 않은 법을 국회가 발 벗고 나서면서 불필요한 병역특례 논란만 계속 만들어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국방위 간사)이 지난 1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합의가 있었다”고 밝힌 만큼 이번에는 대중문화예술인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가 20일 "병역특례가 축소되는 현 시점에서 특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의 통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모양새다.
국방부의 반대 의견과 무관하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미 병역특례 대상자인 예술·체육인들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 혹은 유수 국제 콩쿠르 수상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대중문화예술인은 기준이 모호하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그래미상(음악)이나 아카데미상(영화)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말했듯 이 상들은 어디까지나 미국 로컬 시장의 상에 불과한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 병역특례 기준을 해외 특정 국가의 시장에 두자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 의원들은 BTS의 경제적 효과를 근거로 병역특례를 주장하지만 기준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얼마를 벌어들이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이런 잣대를 들이대면 결국 돈 없는 젊은이만 군대에 가라는 뜻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BTS의 병역특례 소식이 알려지자 군 문제에 민감한 20대 남성들의 분노가 들끓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특혜의 수혜자가 BTS이다 보니 일단 화살은 BTS를 향했지만 사실 과녁은 국회를 향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앞세워 한창 귀중한 시간을 희생하는 걸 당연시하는 나라의 국회가 불분명한 기준을 앞세워 어떻게든 병역특례 혜택을 주려는 모습을 보니, 이 국회는 우리나라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인지 아니면 오로지 BTS만을 위한 국회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한해 국방 예산이 50조원을 넘는 세계 6위 군사 강국이다. 하지만 병장 월급은 67만원으로 최저임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병사 월급 2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공약을 이행할지, 만약 한다 해도 언제부터 시행할지 알 수 없다. 군 생활은 비단 월급만 문제가 아니다. 부실 급식 문제는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고, 코로나19를 겪으며 부실 격리가 드러나는 등 젊은이들이 입대를 꺼리게 하는 여러 문제가 있다.
정치권을 포함해 국가가 우선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하는 건 이런 문제들 아닐까. 그런데도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차기 여당인 국민의힘 모두 보통 청년들이 군대 때문에 겪는 고충에는 눈을 감고 BTS의 병역특례에만 관심을 보인다. 이게 과연 거대 정당이 만사 제쳐놓고 꼭 통과시켜야만 하는 중요 법안인가. 어느 새부턴가 우리 국회는 방탄소년단을 지키는 ‘방탄 국회의원단’이 됐다.
다시 말하지만 국회가 먼저 생각해야 할 대상은 BTS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피, 땀, 눈물’ 흘리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있을 보통의 군인 장병들이다. 나라를 위한 사명감으로 청춘을 바치는 장병들이 맛있는 밥을 먹고, 편안하게 자고,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우선 마련하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우리가 매일 밤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건 사병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덕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병들도 ‘방탄소년단’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국회가 가만히 있는 BTS를 정치에 이용할 시간에 진짜 방탄 청년들의 처우 개선에 힘 써주길 바란다.
안녕하세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입니다.
미래당은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7년 창당했고,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1기 공동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시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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