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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보이스 Jun 15. 2016

[프렌톡]‘수능 대신 세계일주’ 박웅 님 인터뷰

[프렌톡 1번째 이야기] 오늘 참으면 내일 행복할까요?

꿈이 있어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열아홉 살에 세계 여행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단한 용기를 내어 도전한 사람이 있다. ‘수능 대신 세계일주’(가제)라는 책을 쓰고 있는 스물두 살 청년, ‘박 웅’님을 만나보았다.



Q. 세계여행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어떻게 설득하셨는지 궁금해요!

저희 부모님은‘네 인생, 네가 사는 거다.’라는 주의라서 풀어주는 스타일이세요. 반대를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설득할 필요는 없었고요. 다만 제가 부모님께 세계여행을 가려는 이유를 말씀드릴 때, 낭만적으로 ‘내 자아를 찾겠다.’라고 하지 않았고,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이유들을 말씀드렸어요. 부모님이 평소에도 믿어주시는 스타일이라 반대는 크게 없었어요

대신 조건이 붙었는데, 돈을 제가 벌어서 가야 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11월 초부터 학교에 안 나가면서 두 달 반 정도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벌었어요. 부모님이 조금 보태주셔서 호주에 가는 비행기표를 샀고요. 호주에서도 워킹으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세계일주를 다니게 된 거죠.



Q. 학창 시절 꿈이 무엇이었나요?


중3 때부터 영화평론가를 하고 싶다는 꿈이 확실했어요. 씨네 21을 챙겨볼 정도로 영화를 좋아해요. 그리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면 평생 지루할 일이 없겠다 싶어서 영화평론가를 하기로 결심했었죠. 

우리나라 신춘문예 중 영화평론 분야가 있는 게 동아일보밖에 없는데,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지원해본 적도 있어요. 씨네 21에서 영화평론가 모집한다고 하면 지원하기도 하고, 영화평론 강의 들으러 매주 신촌까지 나가기도 했어요. 독립영화 보러 광화문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저는 제가 영화평론을 하면서 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하는 말이,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예요. 영화평론 일을 할 줄 알았는데 지금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물론 영화 평론 일은 지금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최근에 곡성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곡성이 나오기 

1년 전 씨네 21에서 감독 대담론을 통해 이미 곡성이라는 영화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곡성을 보면서, 창작자는 저래야 한다고 느끼게 됐어요. 제가 지금 책을 쓰고 있어서 인지 창작자로서의 태도에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자신이 만든 세계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표현하는 나홍진 감독을 보며 '창작자는 저런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하는구나.'를 느꼈어요. 책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받았죠. 



Q. 수능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왜 여행을 택하셨나요?
여행을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우선 저는 경험을 중요시해요. 살면서 내공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학벌이 좋은 사람도 아니고, 집이 부자인 사람도 아니고, 산전수전 겪은 사람들이 중요한 순간에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젊은 나이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까 하다가 세계여행을 하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세계일주를 떠났어요.

그리고 기질과 성향 때문인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을 1년 넘게 하려면 성향이 받쳐주지 않으면 되게 힘든 일이거든요. 기본적으로 밖으로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성향이어야 1년 이상 여행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눌러앉아있는걸 싫어하는 성향이에요.

여행을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 인생을 제가 주도하고 싶었어요. '난 회사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는데 왜 대학을 가야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 나니 '지금 내가 바꾸지 않으면 나의 삶도 비슷하게 흘러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여행 속에서 자신이 인생의 주도권을 찾았다고 느꼈던 에피소드나 경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행을 하면 저는 진짜 자유로움의 끝판인 것 같아요. ‘내일 파리 갈까?’라고 하면 정말 바로 다음 날 표 끊어서 가면 돼요. 세계지도 펼쳐놓고 검색해서 좋으면 그냥 가요. 그런 완벽한 자유로움으로 여행할 때가 있었죠. 여행하고 싶으면 여행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완벽한 자유로움을 느꼈기 때문에 여행 내내 제 인생을 완전히 주도했다고 생각해요.

 

Q. 여행을 가기 전과 다녀온 후 가치관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요!

가치관이 크게변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전에 있던 가치관이 더 굳어졌어요. 여행하기 전에 했던 생각들이 두 배, 세 배 더 단단해졌어요. 지금에서야 남들이 멋있다고 해주지만, 그 당시에는 ‘또라이’라는말,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말도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그런 말 하나도 안 듣고 제 고집대로 살아서 결과가 좋거든요. 남의 말 안 듣고 제 기준대로 살았는데 결과가 좋은 거예요. 그러면 가치관이 변할 이유가 없죠. ‘아, 내가 맞았구나!’라는 생각에 오히려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어요.



Q. 굳어진 그 가치관에 대해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 확신’이에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넌 안될 거야.’라고 말해도 내가 나를 한치의 의심 없이 믿으면 그게 강력한 힘이에요. 사실 무언가를 성공하고 싶으면 단기간에 되는 경우는 하나도 없거든요. 저도 이렇게 찾아주시기까지 2년~3년 정도 걸렸고요. 성공으로 가는 길은 되게 멀고, 가시밭길인데, 귀 닫고 걸어가려면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주위에서 흔들면 바로 흔들려요. 저도 호주에서 힘들게 일하던 시절에 다들 ‘한국 가는 게 낫지 않겠니?’, ‘재수하는 게 낫지 않겠니?’라고 했을 때 제가 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으면 다시 한국에 갔을 수도 있겠죠. 성공하려면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생각이 딱 서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여행 가기 전, 여행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목표나 기대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그게 충족됐는지 궁금해요!

저는 여행 다녀오면이래야 된다는 구체적으로 기대한 것은 없었어요. 그냥 ‘다녀오면 더 큰 사람이 되어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여행 다녀온 후 확실히 한국에 있을 때보다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엄청난 걸 얻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더 커지고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Q. 여행하면서 힘들거나 두려웠던 적이 있나요?

사실 여행하는 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다만 호주에서 돈 버는 일이 좀 힘들었어요. 9개월 동안 청소나 서빙하면서 힘든 노동을 하는 게 힘들었어요. 한국인한테 150만 원 뜯기며 사기당한 적도 있고요. 돈을 쉽게 번개 아니었기 때문에 돈 버는 게 힘들었지, 오히려 여행 다니는 건 쉬웠어요.



Q.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어땠나요? 한국에 돌아와서 힘든 적이 있나요?

한국 들어와서 4개월 동안 슬럼프가 와서 되게 힘들었어요. 목표를 이루고 나서의 행복감이 천년만년 가지는 않더라고요. 한 학생이 서울대 입학하고 2주는 너무 행복했는데 그 이후에는 엄청난 우울증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 공감했어요.

저는 성인이 되어 2년 간 바라는 걸 다 이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만 해내면 뭔가 있겠지.’하고 전력질주했는데, 막상 이걸 다 통과하고 허무하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미래에 대해 불안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죠.


Q. 불안과 고민을 해소한 방법에 대해 궁금해요!

저는 무교지만, 불경이나 동양철학을 많이 읽으면서 해소한 것 같아요. 논어, 대학, 반야심경 등의 동양철학에 대해 공부한 게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자기계발서는 얄팍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동양철학 등의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더라고요. 불경에서 말하는 ‘즉심즉불’에서는 ‘마음이란 것은 형체가 없어도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해요. 마음만 다스리면 모든 게 끝나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일들에 대한 제 마음은 다스릴 수 있어요. 

저를 괴롭게 하는 근거 일들 자체가 아니라 그 일들에 대한 제 생각인 거죠. 



Q.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걸 후회한 적이 있나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훗날 제 인생이 망하게 되더라도, 저는 여행하면서 좋은 것과 나쁜 것도 많이 봤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카페 안에 저처럼 24개 나라를 돌아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저는 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좋은 것들을 많이 봤으니 이것만으로도 여한이 없어요. 

 

Q.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인의 시선을 1도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 사람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 그리고 그 타인은 생각만큼 내 인생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아요. 한 마디 뱉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죠.

결과가 좋으면 ‘너 이렇게 될 줄 알았어.’하며 역시 멋있다고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비난하겠죠. 이렇듯 타인의 시선은 결과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무소의 뿔처럼 앞으로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Q. 대학을 안 가고도 학벌 콤플렉스가 없으신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학을 안 갈 수 있었던 중요한 동력은 독서인 것 같아요. 저는 ‘저학력자’ 이런 타이틀이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인데.’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대학 나온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으니까요.

청소년기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무작정 책만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고등학교 때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기 싫어서 신문을 4개씩 읽었어요. 뭔가를 읽는 게 청소년 시기에 굉장히 중요해요.


Q. 대학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요?

대학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대에 가는 게 목표가 될 수는 없어요. 대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써야 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학벌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는 게 맞죠. 저는 제 목표를 이루는 데에 학벌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안 간 거였고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 자기 목표가 뭔지 확실히 알아야 쉬운 것 같아요. 저는 하고 싶은 게 확실했으니까 대학을 빨리 재낀 케이스죠.


Q. 최종 꿈이 무엇인가요?

제 마음대로 살되 잘 살고 싶어요. ‘내 마음대로 살겠어. 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이런 게 아니에요. 현실적인 문제도 중요해요. 그런데 반대로 20억씩 주고 삼성전자 임원을 시켜준다고 해도 안 할 거예요. 제가 하기 싫은 건 안 하거든요.

 


Q. 박웅 님이 생각하시기에, 오늘 참으면 내일 행복할까요?

이 질문을 미리 받고 생각을 해봤는데요. 사실 저는 평소에 생각을 하지 않던 주제예요. 되게 뻔한 얘기 같지만, 뭐든지 극단은 옳지 못해요. 제가 요즘 반야심경과 같은 동양철학을 읽고 있어요. 유교에는 ‘중용 의도’라는 게 있잖아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하는 것, 중용이 제일 어려워요. ‘내일의 행복을 미루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살겠어.’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엄청난 비극이 찾아올 거예요. 누가 월 300만 원씩 물가상승률 반영해서 넣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오늘을 즐기지 못하고 고등학교 땐 ‘대학가야 돼’, 대학 가서는 ‘취직해야 돼.’ 하면서 계속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는 것도 현명한 건 아니겠죠. 공자님 말씀처럼 중용의 도를 찾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오늘의 행복만을 너무 즐기는 것도,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시키는 것도 옳지 않아요.

저는 절대 무작정 오늘만을 즐기지 않아요. 미래를 끊임없이 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을 즐겨라.’를 잘못 해석해서 생각 없이 오늘만 즐기다 가는 굶어 죽게 돼요. 겨울에 먹을 양식을 위해 봄에 씨를 뿌려놔야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 먹을 수 있어요. 씨를 미리미리 뿌려놓는 자세는 있어야 하죠. 겨울에 먹을 양식을 겨울에 걱정하면 굶어 죽어요. 저는 2~3년 전에 뿌려둔 ‘수능 대신 세계일주’로 지금 먹고살고 있는 거고요. 또 2~3년 후엔 ‘수능 대신 세계일주’와는 완전히 새로운 게 되어야겠죠. 현재를 열심히 살려는 태도가 필요해요.



Q. 박웅 님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저는 행복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꼭 행복해야 할까요? 행복한 일이 있으면 행복한 거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화나는 거죠. 요즘은 행복이 많이 상업화되어서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꼭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행복해지고 싶으면 오히려 행복 해져야겠다는 강박부터 버렸으면 좋겠어요. 그 자체가 사람을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 같아요. 

행복이란 건 감정의 종류 중 하나예요. 사람들이 24시간 내내 행복하다면 정신병자예요. ‘나는 항상 행복해야 돼.’라고 말하면 ‘난 항상 우울해야 돼.’와 다를 게 없죠. 모든 감정들은 삶의 일부분이니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삶을 주도하기 위해 큰 도전을 해낸 후, 자신의 미래를 당차게 설계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행복만을 너무 즐기는 것도,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시키는 것도 아닌 중용의 자세를 배워보면 어떨까?








- 글/사진     김유림, 박다온, 박하늘, 서혜린, 이예령 (프렌토 18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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