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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보이스 Jun 24. 2016

[프렌톡]영화 <델타 보이즈>의 고봉수 감독과 배우들

[프렌톡 2번째 이야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영화 <델타 보이즈>의 고봉수 감독과 배우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 윤지혜     



프렌톡 2번째,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주제와 엮어서 그들의 행복이나 삶에 대한 생각, 가치관 등을 들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들을 겸하며 ‘배우’라는 직접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유명하지 않은’ 무명 배우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델타보이즈> 팀을 만난다.


독립 장편영화 <델타보이즈>의 감독과 배우들은 모두 유명하지 않은, 그러나 ‘오래된’ 영화인들이다. 그러나 총 제작비 250만 원으로 만든 영화 <델타보이즈>가 이번 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과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을 수상하며 영화계가 주목하는 인물들로 떠올랐다.



프렌토: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윤지혜: 25살에 시작했다. 그전에는 예체능에 관련된 일을 했었는데, 어느 날 문득 대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편입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연기를 해서 학교를 옮기고 전과를 해야지라는 그저 수단적인 생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세상에 돈과 명예보다 더 따뜻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그냥 돈을 많이 벌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그것보다 더 좋은 게 많은 것 같다.     

김충길: 중학생 때 연예인의 꿈을 가졌었다. 극 중 ‘대용’처럼 아이들이 놀릴까 봐 주변에 말은 못했지만.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입시 기간이 끝나고 학교에서 영화 <품행제로>를 보게 되었는데 여학생들이 그 영화의 어떤 배우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 당시에는 그 배우처럼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결심을 했던 것 같은데 그게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가면서 연기를 하게 된 계기였다.     

신민재: 어렸을 때부터 워낙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중학교 때 처음 연극을 하게 되었는데 이게 참 재미있구나 싶어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집안의 반대도 있고 내가 배우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색해하더라. 그래서 속으로 삭히고 있다가 어쩌다 보니 계속 배우를 하게 되었다.     

백승환: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전혀 안 했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집안도 그렇게 좋지 않았고 거의 포기하고 살았다. 장래희망을 적어야 하는데, 항상 거짓으로 적었다. 고2 때였나?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봤다. 나도 우연히 연극을 하게 되었는데, 남 앞에 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걸 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 따라 연기학원에 가봤더니 다들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어색하더라. 대본을 받아서 해보니 나보고 잘한다고 하더라. 마침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보니 이거라도 해볼까 싶었는데 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고봉수: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우선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하는 거다. 그런데 계속하게 된 계기는 뭐냐면, 35살까지 하게 되면 뭐든지 그걸 할 수밖에 없다. 다른 걸 못한다. (웃음) 그때부터는 그럼 이걸로 끝을 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나 싶다.     





프렌토: 현실적인 이야기도 중요하다.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각자 연기자와 감독으로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윤지혜: 나는 이 일을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잘해도 본전, 못하면 오히려 문제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계속에서 학교에 가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도 있었다.     

김충길: 연기를 한다고 해서 바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도 아닌 현실과 그걸 기대하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어른들은 보통 TV에 나와야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윤지혜 : 맞아, 맞아.) 벌써 결혼하고 취업한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그게 좀 부담이 되기도 한다.     

윤지혜: 그리고 사실 가장 힘든 건 경제적인 문제다. 사실 엄청 유명한 배우가 아닌 이상 연기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안 되니까 투 잡, 쓰리 잡과 같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힘들다.     

신민재: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었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는 있지만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살고 있는데, 나만 고된 건 상관이 없다. 그런데 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시고 가족들까지 힘들어지니까 그게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무한한 믿음도 부담스럽고 무시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우리 집안은 믿어주셔서 더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물론 반대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조그맣게 결과물이 나타났다. 사실 결과물이 나타나야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작게라도 보여줘야 나 스스로도 합리화가 된다. 사실 <델타 보이즈>가 터지기 이전에도 되게 힘들었다. 정말 극적으로 이번에 <델타 보이즈>가 이슈가 되어서 배우 생활이 조금 나아졌다.     

백승환: 가족이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따로 살았다. 학교도 알아서 다니고, 동생하고 둘이 살았다. 부모님은 힘들 때 가끔 용돈을 주시기는 했지만 내가 혼자 벌었다. 대학도 떨어져서 못 갔다. 그래서 매니저 일도 해보고 연출부 현장에도 들어가 봤다. 남의 연기 보는 게 제일 힘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으니까. 남의 연기를 카메라 뒤에서 본다는 게 굉장히 곤혹스럽더라. 일하는 건 솔직히 힘들지 않았다. 돈은 벌어야 하는 거니까. 다른 현장에서 카메라 감독 뒤에서 라인 잡는 일도 했었는데, 다른 사람의 연기를 카메라 뒤에서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런 마음이 무엇보다도 힘들더라.     

고봉수: 영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내가 영화를 만들 만한 재목인가?’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그런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가?’, ‘내가 과연 마틴 스콜세지처럼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건 지금까지도 힘들다.     



프렌토: 연기/연출을 한다고 했을 때 있었던

주변의 반대나 본인이 겪었던 시련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김충길: 중학교 3학년 때 연극반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10명 중에 3명만 응원해주면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시청률로 따지면 이미 30% 정도는 되는 거니까. 시청률 30%면 꽤나 엄청난 숫자 아닌가. 그 당시에 친구 다섯 명 정도의 지지가 있었다. 그래서 그걸 확신 삼아 시작해서 그런지 특별히 주변의 반대를 느끼지는 않았다.     

윤지혜: 부모님한테 연기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게 그렇게 민망하더라. 그래서 길게 편지를 써서 말씀을 드렸다.     

신민재: 주변의 걱정을 극복하려면 약간의 결과물들과 함께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것 같다. 대학을 계속 떨어지니까 재능이 없나 보다 하다가도, 합격하면 재능이 있나? 이렇게 생각하고. 공연하는 모습도 계속 보여드리고. 영화해서 되겠냐고 할 때 이렇게 조그마한 결과물을 계속 보여드리는 것이, 조그마한 결과물들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백승환: 말 그대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주변에 가까워도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런 말은 흘려들어라. 계속 보여주면 되니까. 지금은 오히려 제일 좋아하신다. (웃음) 버티는 수밖에 없다.     

고봉수: 나는 영화를 찍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그래서 병적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극복한다. 승환이가 깜짝 놀랐던 게 영화를 찍으면, 그 다음날 영화가 편집돼서 나오니까. “감독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물어보면, “밤새 편집했어.” 남들은 걱정하지만 나는 그게 행복이다.     



프렌토: 힘들어도 계속 이 일을 하게 되는 이유나 원동력이 있는가. 


윤지혜: 연기하면서 달라져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게 즐겁다. 사실 스스로는 잘 못 느끼는데 주변에서 나에게 던져주는 말들이 좋아서 계속하게 된다. 부모님께서도 문득 “지혜가 못됐었는데 착해졌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웃음) 또 나에게 연기는 상대를 이해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나는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좋은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면 세상이 따뜻해지고! 연기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김충길: 사실 특별한 어떤 원동력이라고 할 것보다는 고등학교 때 연극반, 대학교 때 연극영화과 이런 식으로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신민재: 확신이 있었다. 이 일 외에 다른 걸 더 잘할 수 있는가 물어보면, 없다. 이것을 제일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백승환: 나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극 중 내 캐릭터인 ‘일록’과 비슷하다. 계속 잘 안 된다. 남들이 많이 의심한다. 너는 연기를 못하는구나.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다. 버스기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민재 형이 진심으로 말렸다. 내가 꼭 연기를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고민하고 힘들 때 포기하지 않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다. 내 실력을 나도 못 믿었는데 냉정하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 주변 사람들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 스스로 계속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고봉수: 영화를 처음 만든 이유는 내가 재미있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프렌토: 그렇다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인가? 

 

김충길: 내가 연기한 걸 보고 사람들이 웃을 때. 나의 연기를 사람들이 그 의도대로 받아들여줬을 때 행복하다.     

윤지혜: 예전에 연기 선생님께서 요즘은 매체의 힘이 너무 세서 그것을 잘 다뤄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나는 연기를 통해서 좋은 영향을 많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연기를 하면서 나의 슬픔이 치유되거나 나의 연기를 통해 사람들이 좋은 기운을 받거나 영향을 받을 때 행복한 것 같다.     

신민재: 요즘이 되게 행복하고 보람차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충길이, 승환이랑 어렸을 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었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보내왔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시기이다.     

백승환: 나는 항상 연기할 때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고통스럽게 연기하는 사람이라. 잘해야겠다는 강박이 있어서 연기 자체를 굉장히 스트레스 받으면서 준비한다. 잘하려고 하니까 항상 힘든데 요즘 진짜 행복하다. 일단은 고봉수 감독님이 나를 너무 신뢰해주신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웃음) 믿고 할 수 있도록 해주시니까 일단 감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데 행복하고. 나는 내가 찍은 영화를 원래 잘 안 본다, 못 보겠더라. 그런데 고봉수 감독님이랑 찍은 영화는 많이 봤다, 재미있어서.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우리끼리 완성된 영화를 보면 너무 재미있더라. 그게 참 보람찼던 것 같다. 각자의 재능들이 합쳐져서.     

고봉수: 근래에 정말 행복하다. 영화의 3대 요소 있지 않나. 시나리오, 스크린, 관객. 그런데 우린 항상 관객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프렌토: 조금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본인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라든지, 이런 게 행복인 것 같다든지.     


윤지혜: 마음의 평화가 온 것이 행복이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다면 뭔가 불안정하다. 그런데 몸이 좀 힘들어도 마음이 편안하면 기분이 좋다고 느껴진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불안하고 불편하다. 신경 쓰였던 것들이 해결됐을 때의 만족! 돈이 많아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김충길: 행복하려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되는 것 같다. 리포트를 쓰더라도 하고 싶은 일의 리포트를 쓰면 행복하지 않나.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리포트를 쓰는 것이라면 그 과정 중에 내가 슬프거나 힘들어도 그것도 행복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면 그 상황에서 지금 당장 괴롭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다. (프렌토: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과 같은 건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지금 너는 청춘이니까 아픈 걸 그냥 견뎌라”는 말인 것 같다. 그건 아니다. 나의 행동을 내가 결정하는 것이 행복이다. (프렌토: 그렇다면 엄마가 시킨 일은 완료하는 건 행복인가.) 엄마가 시킨 걸 해낸 건 그냥 혼나지 않으려고 한 거니까 안도지 행복은 아니다. 행동을 결정한 주체가 나일 때 행복이다.     

윤지혜: 나는 엄마가 시킨 걸 해내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너 저기 가서 저 커피 마셔!” 했을 때 그 커피가 맛있으면 그것도 행복일 것이다. 그런 사소한 기쁨이 모이는 게 행복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대체로 엄마 말 들어서 틀리는 건 없는 것 같다. (웃음)     

김충길: 나는 엄마 말을 안 들어서 행복해졌다. (윤지혜: 나도 연기하는 건 엄마 말 안 듣길 잘한 것 같다!)     



프렌토: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김충길: 아무래도 직업을 결정할 때 금전적인 보상이나 주변의 시선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용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말을 듣지 않을 용기,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용기. 내가 하고 싶다면 그런 것들을 기꺼이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행복’이라는 것 안에 그런 것들을 견뎌내는 인고의 과정도 모두 포함된다고 믿는 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좇아가면서 겪는 고통 또한 행복인 것 같다.     

윤지혜: 충길의 말에 덧붙이자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주변의 시선을 견디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아르바이트처럼 다른 직업을 겸하는 것을 견디는 용기도 필요한 것 같다. 하기 싫어도 할 수 있는 걸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요즘 아이들은 돈이 없으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이미 너무 잘 알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있다. 물론 경제적인 것이나 사회적인 인정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단지 다른 것들을 견뎌낼 용기가 없어서 다른 직업을 마지못해 하는 건 바보다.     





프렌토: 요즘 직업관은 보통 금전적인 보상이나, 주변의 시선에 따라 많이 영향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오늘 참으면 내일은 뭔가 달라지겠지, 행복해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을 가지고 일반적인 루트대로 살게 되는 경우도 많다. 본인들은 오늘 참으면 내일은 정말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나? 이 직업이 아닌 사회적인 명성이나 금전적인 보상이 있는 직업을 가졌다면 더 행복했을까.     


신민재: 사실 살면서 ‘큰돈’을 만져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흔히들 하는 얘기일 수 있겠지만, 돈이 행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겪어보진 못했지만 아마 내가 돈을 벌더라도 그럴 것 같다. 확실히 행복과 돈은 별개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따라올 수는 있어도 그걸 좇는 건 아닌 것 같다.     

백승환: 솔직하게 나는 가난했기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다. (프렌토: 그럼 생계 때문에 연기를 하게 된 건가?) 그건 아니고, 사실 회사 들어가서 벌 수 있는 돈은 얼마 없지 않나. 그런데 배우로 성공하면 돈을 많이 버니까. 솔직히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오히려 돈을 따라갔다면 배우를 진즉에 그만뒀을 것이다. 해보니까 오히려 돈을 좇지 않게 됐고, 돈을 좇지 않았을 때 솔직히 어렵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그만뒀을 것이다.     

고봉수: 사실 이 질문이 우리에겐 맞지 않는 것 같다. 흔히 DNA라 그러지 않나. 우리에게는 희극인의 DNA들이 있다. 우리는 그냥 예술가로 살아야 할 운명이다. 청소년들도 각자 잘하는 게 있을 게 아닌가? 경영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고, 영화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프렌토: 여러분의 최종적인 삶의 목표가 궁금하다.     


신민재: 어떠한 일을 선택할 때 본인이 그 일을 왜 하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을 순전히 나의 이득을 위해서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어떤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백승환: ‘내일’을 보고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봐야 뭐라도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10년 이상씩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기본 없이 스스로 안 된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잘하면 좋아하지 않겠나. 연기를 못하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겠나. 연기를 잘해서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봉수: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자꾸만 던지고 싶다. 예를 들어서 “귤을 처음 먹었을 때 귤의 맛이 어땠어? 그게 기억이 나?”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게 내 목표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다.     



프렌토: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윤지혜: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책이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으니 연기할 때 집중력이 좋아지더라.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가장 폭넓고 많은 기초를 가지고 있다.   



김충길: 자신의 수많은 고민들을 멘토나 선생님보다 친구들이랑 많이 얘기해라.     


신민재: 뭐든 포기하지 않고 진득하게 하고,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텼으면 좋겠다.     


백승환 : ‘내일’만 보지 말고 10년 후를 봐라.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길게 봐라. 진짜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시간을 들여서 진득하게 해봐라. 그리고 버텨라.     



고봉수 : 청소년들에게는 할 말이 진짜 많다. 청소년들이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부터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 철학자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강가의 돌멩이처럼 던져진 존재다.” 이걸 맹신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다. 고양이를 보면서 고양이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왜 이런 소리를 낼까? 이런 것들을 파고들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청소년들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가 무시를 당했다. 학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와서는 “학생들에게 그런 창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때 되게 충격받았다. 학생들에게 “귤이 어떠니?” 그러면 “맛있어요.”  “귤이 뭐니?” 그러면 “맛있는 거요.” 이런 단순한 답변만 돌아온다. “귤에 대해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해도 생각을 안 하려고 하더라. 나는 직업을 떠나서 그런 사소한 부분들부터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부터.



글/사진 (프렌토 18기) 김민주, 정혜수, 최이슬, 한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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