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미디어 교육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 나를 놓아두다-
교육자 최묘견
혼자이고 싶은 시간이 너무 좋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가 막상 혼자만의 시간이 넘칠 때 또 다시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은 시간을 원하고 또 막상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넘칠 때 또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간절히 원하는, 정말 변덕스러우면서도 아이러니한 내 마음을 내가 잘 모르는 순간이 시시때때로 찾아 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나한테서, 내가 나때문에 몹시 지쳐가는 순간을 알게 되고 결국 변하지 않는 나때문에 이런 상황도, 이런 선택도 이런 결과도 지금의 나도 이렇게 그저 내가 뜻하던 뜻하지 않던 지금 이 곳에 그냥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하나의 물건처럼 감정이 사라져버리는 내가 있다. 하루에 나는 나를 얼마동안 바라보고 있을까, 어쩌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보다 내가 타인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더 많은 요즘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대로 가면 화석처럼 마음이 굳어버릴까봐 타인의 의지에 그저 끌려만 갈까봐 주어진 운명에 계속해서 길들여질까봐 그에대한 물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던 찰나 결국 나는 과거의 시간들 속에 있었던 내 몸의 기억들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과거의 사진과 영상 속에 남아있는 내 모습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그때의 행동들, 그때의 선택들, 그때의 표정들...그리고 점차 잃어버린 것들을 발견하고..... 앞으로 내가 또 다시 남은 시간들을 버티려면 지금은 없고 그때는 있었던, 그때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는, 앞으로 잃게 될 것과 얻게 되는 것들 사이에 내가 놓여져 있다면, 한 번쯤은 잃어버렸던 내 몸의 기억들을 찾아보는 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뭘 잃어버리게 될 지 아무것도 모를 수 있는 시간을 무엇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것이 꼭 나만의 문제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아이들과 자신에 대한 몸의 기억들을 회상하고 기록하며 스스로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 가지고 싶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뜨거웠던 여름,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서로가 닮은 듯 닮지 않은, 각자의 가슴 안에 자기만의 시(詩)를 하나씩은 품고 있는, 8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시간들과 내가 나를 경험해야 하는 시간들은 내가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나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뿐이다. 내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과 표현하는 원리를 찾아가는 시간.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글이 아닌 나의 몸짓으로 내가 나에게 보내는 조금은 특별한 영상 편지를 써보고자 했다. 나의 몸짓으로 내 가슴 안의 시(詩)를 ‘one sine one cut’의 아 주 짧은 영상으로 내 몸의 바디 쉐이프를 기록함으로써 내 몸의 언어들이 만들어내는 내 마음의 메타포, 곧 그것이 내 삶이 될 내 가슴안의 이야기, 내 몸의 이야기, ‘바디(Body) 시(詩)나(我)리오’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몸과 마음의 풍경들을 유추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 내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표현되는 것인가, 그 움직임은 무슨 공간에서 어느 시간 때에 어떤 내적 상태로 발현되는 것인가, 그로인한 내 삶의 풍경들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지고 있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프로젝트는 <몸의 20가지 기본 언어+몸의 8가지 감정언어+ 시(詩)의 13가지 표현법>을 활용하여 처음 우리가 말을 배우고 글자를 배우듯 내 몸짓의 언어를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 가며 그 몸짓으로 내 마음의 메타포를 형성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했으며 ‘몸’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각 개인의 삶을 확인하고 현재 삶의 주소를 객관적으로 인지함으로써 앞으로의 내 삶이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면 좋을지 ‘몸’의 방향성을 통해 내가 나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보려했다.
가장 기본적인 내 몸의 신체 구조 및 내 몸의 현주소를 좀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우리가 한글을 배울 때 맨 처음 <ㄱ,ㄴ,ㄷ..가,나, 다, 라..>를 배우듯이 몸의 기본적인 20가지 언어를 활용하여 신체부위별로 몸의 언어를 익히고 각자 어떤 신체부위를 선택하여 무슨 움직임으로 상황을 표현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서로 수줍어서 움직임이 서툴렀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조금은 익숙해지기 시작했으며 자기의 모습을 촬영하고 모니터하는 시간 또한 낯섦에서 익숙함으로 차츰 변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아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친구도 있었고 아직까지 뭔가 갇혀 이는 듯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끌어내지 못하는 친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움직여봐’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의 몸을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자신에 의해 자유롭게 자신만의 움직임을 찾아가면 좋을지 그 방법들을 모색하는데 가장 많은 고민을 해야했던 부분이다.
몸의 8가지 감정 언어에 대해 훈련하는 시간을 통해 몸의 2가지 감정 언어를 활용하여 표현되는 감정의 상황들, 몸의 3가지 감정 언어를 활용하여 표현되는 감정의 상황들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개인별로 몸의 감정 언어들이 명확하게 표현되고 있는지 감정 표현에 서툰 몸의 표현들을 점검하였다. 그리고 몸의 20가지 신체 기본 언어+ 몸의 8가지 감정 기본 언어를 바탕으로 사물을 활용하여 상황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지, 내 감정을 어떻게 하면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방향성을 잡아갔다. 단 점점 자신의 몸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신체 습관들로 인해 자신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뜻하지 않던 감정이 표현되는 결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즉, 불균형한 바디 쉐이프 및 시선 처리, 이미 익숙해져버린 불균형적인 몸의 습관들로 인해 원래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표현이 생각만큼 자신의 뜻대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들을 경험하고 스스로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 결과 몸과 마음의 상관 관계, 몸과 마음의 일치된 표현, 몸과 마음의 불일치에 대한 갈등,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 및 인정, 자신의 몸과 마음을 컨트롤 하는 방법,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 등 아이들이 지치지 않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그 의지를 끌고가게끔 하는 것이 무엇보다 교육자로서 가장 큰 과제로 남아있다.
몸의 20가지 기본언어 + 몸의 8가지 감정 언어+시의 비유법 9가지(은유법, 의인법, 반어법, 역설법, 대조법, 점층법, 점강법, 반복법, 열거법>를 활용하여 ‘하이쿠 시’를 몸의 언어만으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내 몸의 비유를 찾아서, 내 몸의 강조를 찾아서, 내 몸의 변화를 찾아서를 바탕으로 내 움직임이 강조하고 있는 내적상태를 몸의 언어와 시의 표현법을 활용하여 가슴 안에 잠재되어 있었던 내 가슴안의 시를 발견하고 유추해나가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시의 비유법을 활용하여 몸짓의 다양성을 연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막막한 시간을 던져주었던 것 같다. 국어 시간에 시의 비유법에 대해 배웠지만 머리로 습득한 것을 말하지 않고 오직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방법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움을 많이 호소했다. 그래서 교육자로서 이 과정을 어렵지 않게끔 많은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었으며 비의 비유법 9가지를 모두 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어서 개인적으로 비유법 중 3가지만을 선택하여 집중훈련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9가지 메타포 중 자기와 맞는 메타포를 찾아가는 과정과 방법론, 자신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비유법들을 어떻게 찾아가면 좋을지 그 과정을 함께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순간이다. 그래서 1:1로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동안 연습실에서 훈련한 몸의 표현법들을 바탕으로 개인별 바디콘티를 작성하고 각자의 공간을 선택한 후 그곳에서 직접 몸의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리 생각했던 바디 콘티와 실제 그곳에서 변화되는 몸의 표현법들을 익히고 공간과 시간에 놓인 나의 내적 충동에 따른 몸의 표현을 기록하는 시간이었다. 직접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서 자신의 바디 포트폴리오를 촬영하러 나가야하는 단계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집에서의 거리 문제, 각자의 공간 설정, 촬영 시간, 등등 현실적인 절충과 타협점이 서로에게 필요했다. 무엇보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하루 종일 야외촬영을 진행하느라 매우 힘겨운 날이었다. 아이들이 더위를 먹지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아이들의 배려로 최대한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가며 큰 분쟁이나 갈등없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몰입해줘서 감사했다. 하지만 오전부터 밤 늦은시간까지 8명의 아이들이 모두 촬영을 완료해야 하다보니 시간적 무게감과 압박감, 게다가 무더운 날씨의 영향으로 인해 평소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아직까지도 가장 크게 남아있다.
아이들을 모집하기 위해 무더운 여름의 시작을 조금은 힘겹게 시작했다면 무더위의 끝자락에선 혼자가 아닌 8명의 아이들과 짧았지만 강렬한 무더위를 즐겁게 이겨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은 어쩌면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어느 누구에게 쉽게 오픈할 수 없는 개인적인 공간과 시간이 축적된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그것을 교감하고 스스로 그것을 열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자칫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 아이들이 오히려 자신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인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행여나 자기 자신을 더 빨리 포기해버리면 어떻게 하지... 열려고 했던 마음의 문을 더 닫게 만드는 역효과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었고 가장 조심스러웠던 부분이다. 또한 반대로 교육자로서의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내 몸과 마음을 먼저 열수 있는 교감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과정들을 통해 교육자와 학생의 관계가 아닌 그냥 사람대 사람으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 좋을지 수업을 시작하기 전과 후, 그리고 지금도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갈 수있었던 모든 힘은 8명 아이들의 용기와 의지였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움직이고 변화시켰던 가장 큰 힘이기도 했다. 몸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낯선 시간과 경계를 각자 얼마만큼 해제하는가에 따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몸의 언어라는 것이 짧은 시간 안에 훈련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제한된 시간 안에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그 결과, 8명의 아이들이 서로 개인별 바디쉐이프 및 감정 표현들을 모니터하고 깊은 대화를 나눈다는 건 제한된 요소 안에서 어쩌면 서로에게 많이 버거울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자로서 이 시간을 끝까지 이끌고 가는 것 또한 힘겨웠던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자로서 모든 아이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개개인의 바디 메타포에 대해 좀 더 밀도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들과 능력이 많이 부족했지만 아이들이 무엇보다 나를 비롯해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는 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용기있게 열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자 했던 노력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내가 아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움직이게끔 만든 수업이었다. 그동안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어느때보다 많이 쌓여있었을 때 8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스스로 이끌어내지 못한 나의 에너지를 아이들의 에너지를 통해 끌어냈던 순간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 안에서 오히려 그 아이들의 모습 속에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더 많은 즐거움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전혀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서로가, 만난지 1일째 되는 날, 많은 말보다 작은 몸짓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많은 설명보다 하나의 몸짓으로 각자의 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꿈꿔온 완벽한 커리큘럼도, 이 수업을 통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완벽한 변화도, 수업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고민과 문제점들에 대한 완벽한 해답도, 완!벽!하!게! 찾지 못했을 수 있다. 여전히 나는 내 몸의 문법도, 마음의 문법도 이 세상의 문법도 모른다. 그리고 이 수업의 문법도 여전히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라는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공간과 시간을 공유해야하는 어려운 과제 속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완벽한 해답도 문법도 잘 모르는 나와 아이들이, 그저 서로 포기하지 않고 용기내어 서로의 곁을 ‘함께’ 버텨주었다는 점. 다만, 그곳에 함!께! 우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