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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보이스 Jan 29. 2019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방식을 찾는 '미술 게임'

#Youth Voice 청소년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미디어 교육

나만의 미술 게임 만들기

<나만의 미술 게임 만들기>는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선택을 통해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해 보는 프로젝트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주체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고, 결과물뿐 아니라 작업의 과정과 태도에서도 의미 있는 부분을 읽어내 주어 예술활동의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했다. 



하나의 미술 작품은 작가가 정한 일정한 규칙에 따라 행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종종 마주한다. 가령, 규칙에 적용될 수 없는 문제를 발견한다거나 규칙 자체의 오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때 작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규칙의 예외를 허용할 것인지 규칙을 수정할 것인지 결정한다.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이것이 바로 게임의 규칙과 미술 작품의 규칙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그럼에도 ‘규칙’이라는 게임의 요소를 통해 나는 미술을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힌트를 얻는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의 이름을 ‘미술 게임 만들기’라고 정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 역시 작업을 할 때 규칙을 정하고 시작한다. 작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일 동안 숫자와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해보자’라는 규칙을 정했을 때 <100 DAYS>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규칙을 따라가면서 계획되지 않은 상황을 만나고 내가 정한 규칙의 결함을 발견해 나간다. 그리고 매 순간 규칙을 의심하고 예외를 허용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이 모든 선택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이것은 단순히 규칙을 적용한 게임을 넘어, 나만의 고유한 경험과 선택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 중심적인 태도를 통한 예술 작품 만들기의 경험을 청소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청소년들 스스로가 자기가 할 작업의 선택권을 가지는 것이었다. 참여한 9명의 청소년들 모두 다른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이곳에 왔다.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나이가 다르고 드로잉 실력이 달랐으며 미래의 꿈도 달랐다. 따라서 아이들 각자가 스스로의 기대치에 맞는 작업의 수준과 범위를 정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과정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비슷한 수준과 비슷한 목표를 가진 아이들이 모였다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문 화가나 예술가의 양성이 이 교육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빈틈없이 꽉 짜인 커리큘럼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로 느슨하고 유연한 커리큘럼이 더 적합했다. 그리고 커리큘럼 사이의 공백들은 대입 위주의 교육을 받아 온 아이들이 평소 하지 못했던 경험들로 채워졌다. 예를 들면 책상에 앉아 막연하게 무엇을 그릴지 생각해보거나,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방식을 도전해보거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 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활동에 필요한 참고서적을 직접 고르고, 전시회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 현장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 공유했던 수업의 전 과정은 작가가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거의 흡사하다. 아이들의 결과물로 나온 작품에는 그동안의 과정들을 통해 그들이 얻은 경험의 폭이 녹아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은 뭘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 결과 중심적인 방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아온 한 사람으로서 일반 사교육기관에서 미술을 가르칠 때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과물을 뽑아내려고 학습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왜곡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그동안 취했던 작가로서의 몇몇 태도들, 즉 전체를 조율하려는 의무감과 과도한 성취욕이 교육자로서 자질과 충돌되었다. 좋은 예술가가가 꼭 좋은 교육자가 될 수 없듯이 교육이라는 영역은 관계와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교육을 하는 내내 작가나 선생님으로서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과 섞여보려고 노력했으나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함께 했던 8주 간의 짧은 시간이 앞으로 아이들의 삶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혜경  

#시각예술

아동 및 청소년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예술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교육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과정 중심적인 교육방식에 관심이 많다. 순수미술을 기반으로 스토리텔링, 놀이, 심리를 미술에 접목해 예술교육의 폭넓은 가능성을 시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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