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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중력지대 성북 Nov 23. 2020

지금, 여기 부비프 :
지역 책방 이야기

#PLACE 우리동네 무지랑과 함께하는 지역 책방 '부비프' 이야기

무소식은ㅡ

무지랑을 기점으로 사람·커뮤니티·장소 등 주체적 청년 생태계 소식을 담아냅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당연한 것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무소식 1 : 당신을 소개합니다


성신여대와 고대 사이,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목에 작은 동네서점이 있습니다.

낮에는 책을 팔고 저녁에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북 토크 등 다양한 모임이 열리는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부비프'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은지 요한 안녕하세요. 부비프를 운영하고 있는 은지, 요한입니다.



'부비프'의 이름이 참 특이해요. 어떻게 이런 이름을 짓게 되셨나요?


은지 책방을 열기로 하고 저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었어요. ‘앞으로 당분간 긴 여행은 못 갈 테니 그전에 다녀오자!’하는 마음이 있었고, 주변에서 하도 ‘책방 해서는 겨우 먹고 산다’고 하니 ‘그럼 가난해지기 전에 다녀오자!’ 하는, 어찌 보면 비논리적인 이유였습니다. 그 여행에서 책방에 대한 아이디어와 고민을 많이 나누었고, 그곳의 책방과 도서관도 찾아다녔는데요. 부비프는 그때 여행한 도시의 앞 글자를 딴 이름입니다. 책방에 대한 저희의 고민과 생각을 흩뿌려 놓고 온 도시들의 앞글자이기도 해요.


요한 책방을 열기로 하고 나서 어떤 이름을 붙이면 좋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요. 온갖 이름들이 다 등장했지만, 결국 가장 처음 나왔던 ‘부비프’가 서점 이름이 됐습니다. 참고로 제가 낸 아이디어예요. 하하.




부비프가 책방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사람들이 와서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나요?


요한 부비프는 다양한 정기 모임과 비정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비프 글방’은 책방 오픈 이래 꾸준히 해오고 있는 글쓰기 모임인데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책방의 둥그런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의 글과 삶을 나눕니다. 꾸준한 작업 모임 ‘꾸작방’도 일요일마다 진행하고 있고요. 4주 간격으로 모집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부비프 인스타그램을 주의 깊게 보셨다가 신청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은지 4월부터 8월까지는 문학동네, 민음사, 한겨레출판, 을유문화사 등 네 곳의 출판사와 협업해 ‘30일 독서 챌린지’를 열기도 했었는데요. 매일 책을 읽고 인증하는 챌린지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성실하게 책을 읽으셔서 놀랐어요. 그밖에도 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북토크나 각종 클래스도 열고 있습니다.



무지랑의 ‘우리동네무지랑’에 함께 하며 새로 하는 프로젝트도 있지요? 소개를 부탁드려요.


은지 10월 10일부터 독립출판 책 만들기 클래스를 열 계획입니다. 5주 동안 편집과 디자인, 인쇄, 감리, 유통 등을 배워 자신의 책을 직접 만들어보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인데요.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 글로 건져 올려 한 권의 책으로 만들 만한 이야기들. 저마다의 삶 속에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볼 거예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글 쓰는 사람은 모두 작가라는 걸 많은 분들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요한 저희는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곧 작가라고 생각하는데요. 책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일도 특별한 누군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클래스에 오시게 될 분들이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 ‘이제 다음 책은 뭘 써볼까?’라는 말을 하며 돌아가실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아요.



 글 쓰는 사람은 모두 작가라는 걸 많은 분들과 나눠 보고자 합니다.

동네 책방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지점이 있으신가요? 특히 요새 상황으로 인해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은지 책방을 하며 가장 어려운 건 무엇보다 입고 거절이 아닐까 싶어요.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정성을 다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 책은 들이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매번 힘들어요. 책방 하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입고 거절의 어려움은… 책방을 하는 동안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요? 작은 서점에 수많은 책을 다 들일 순 없으니 그저 죄송한 마음을 담아, 더 정성껏 메일을 쓰는 수밖에요.


요한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책방에서 하는 모임이나 행사가 중단되거나 취소된 적이 많았어요. 난감했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기도 했습니다. 출판사들과 협업한 독서 챌린지도 그중 하나였고, 화상회의 앱을 이용한 모임과 클래스도 처음 열어봤어요.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결코 생각해보지 않았을 일들이었죠.



부비프에 오시는 분들의 소비문화도 좀 변화가 있었나요?


요한 올해 아무래도 앉아서 음료를 드시는 분들이 많이 줄었어요. 대부분은 책을 구입하고 바로 가세요. 서로를 멀리하고 외출을 삼가야 하는 시절이잖아요.


은지 동네분들의 택배 주문도 전보다 늘었습니다. 이전 같으면 오셔서 구입하셨을 책도 택배로 보내 달라고 하셔요. 성북구에서 성북구로 택배를 보내는 셈이지요. 이런 것도 코로나 시대의 책방 풍경이 아닐까 싶어요.



부비프를 운영하며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은 어떤 때인가요?


은지 저희는 ‘가장’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대답을 잘 못해요. 그냥 지금 떠오르는 걸 말하자면, 오픈 1주년이라고 축하해주던 사람들의 표정과 멀리서부터 찾아왔다며 인사하던 사람들, 추천받은 책이 너무 좋았다고 고맙다고 말하던 목소리, 잔뜩 지친 표정으로 들어와 <어떻게든 되겠지> 같은 책을 골라가던 사람들이 떠올라요.


요한 저도 비슷해요. 휴가를 내고 멀리서 일부러 책을 사러 오시는 분, 서가 제일 아래 구석에 꽂힌 책까지 살펴보시는 분들을 마주할 때가 생각나네요.



부비프를 운영한 이후로 두 분의 일상도 좀 달라진 것이 있나요? 보통의 하루는 어떠신가요?


요한 처음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일상의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휴일이 달라졌고, 책방의 오픈과 마감시간에 따라 하루의 패턴도 달라졌죠.

보통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요가와 명상을 하고, 오늘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요. 책방에서의 시간은 어찌나 빠른지요. 항상 계획했던 일을 다 마친 적이 없답니다. 저녁엔 산책과 독서,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해요.


은지 글과 책 가까이에서 살게 되면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졌고요. 책을 볼 때도 여러 권을 동시에 보게 됐습니다. 책방 오픈이 12시이다 보니 아침에 모닝콜을 설정 안 해두는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겠네요.

집-책방-집 사이에서 대부분의 일과가 벌어지는데요. 책을 고르고 읽고 진열하고 권하고 팔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올해는 내부 프로그램 외에도 각종 외부 업무들을 많이 하다 보니 더 바빠진 것 같아요.



지역 공간으로서 부비프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요한 책과 사람이 연결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공간이고 싶어요. 덧붙여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공간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은지 지역에서 대단한 일을 하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책방의 ‘여기 있음’이 이곳에 사는 누군가에게 쉼 이자, 위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안전한 열린 공간이고 싶어요.



앞으로 부비프는 어떻게 운영해 갈 생각이신가요?


요한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더 깊이 있는 공간으로 브랜딩해 나갈 계획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비밀입니다! 하하.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분들께 한 마디 남겨주세요.


은지 이런 질문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항상 어려워요.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싶고…

요한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지 감사합니다! 견딜 수 있을 만큼만 힘들고, 충분히 행복하시기를 바라요.



일러스트 가정책방

해당 인터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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