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느슨한 열결을 만듭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무소식은ㅡ
무지랑을 기점으로 사람·커뮤니티·장소 등 주체적 청년 생태계 소식을 담아냅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당연한 것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무소식 1호 : 당신을 소개합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는 국제개발협력, 이라는 조금은 거창해 보이고 낯설기도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민영님, 한나님, 소라님이 꾸려가는 팀입니다.
팀이름과 같은 이름의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본격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희로애락을 다루는 잡지를 만들어보고자 작년 짬뽕집에서 거국적으로 뭉친 이후 올해는 청년시민발견 2기로 무지랑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세 분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민영 오민영이라고 합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에서 콘텐츠 기획과 편집을 담당하고 있고 팀 내에서 오두머리(오타 아님)라고 불립니다. 아, 무지랑에서 5분 거리에 살고 있어요!
한나 류한나입니다. 디자인과 SNS 관리를 하고 있고, 류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소라 백채찍, 백계획 등으로 불리고 있는 백소라입니다. 팀 운영 총괄과 일정 관리, 당근과 채찍을 통해 멤버들의 멘탈을 케어하고 있어요.
'좋은 일 하시네요'의 이름이 참 특이해요. 어떻게 이런 이름을 생각하셨나요?
사실 저희에게는 아주 익숙한 표현인데요, 명함을 내밀거나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면 항상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듣거든요. 가끔은 “아, 봉사활동 같은 거 하시나 봐요.”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다 월급 받고 하는 일입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해요. 국제개발 활동가라면 한번쯤을 들어봤을 말이라,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금은 ‘웃픈’ 정서를 공유하기에 이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장일치로 팀명이자 잡지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흔치 않잖아요. 잘 모르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ㅠㅠ) 사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저희의 필살기는 ‘유니세프 같은 거’라고 말하는 거예요(흐흐). 그러면 대부분 “아~” 하시더라고요. 관점에 따라 정의도 개념도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노력과 행동을 뜻합니다. 국제개발협력의 주체는 정부, 국제기구, 기업, 저희가 일하고 있는 시민단체 등으로 다양하고, 저마다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전혀 쉽지 않은 설명이네요, 하하! ‘도와준다’ 또는 ‘해외봉사 같은 거’라는 표현을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다 보니 더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좋은 일 하시네요'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작년에 류디가 합류하기 전에,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를 진행했어요. 서울시 NPO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개발NGO를 떠난 활동가 일곱 명을 인터뷰하여 그 이유를 여섯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연구입니다. 작년 11월에 보고서가 발간됐는데, 당시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올해 5~6월 즈음 뒤늦게 이 연구가 활동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어요. 공감이 많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응원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리의 활동이 지지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고, 작년에 얘기만 꺼냈다가 진행이 안됐던 ‘잡지 프로젝트’를 다시 해보자 싶었어요.
그래서 현재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여 SNS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부모도 애인도 친구는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 좋은 일만은 아닌’,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하는 잡지입니다. 너무 많이 써먹어서 저희 팀원들이 지겨워할 법 하지만,
'홍수와 가뭄과 정전과 단수와 장거리 비행과 비포장도로에 익숙한' 동료들과 좀 더 재밌게, 오래 일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활동가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느슨하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공유하길 바라고요. 크고 아름다운 얘기보다는 작고 하찮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느슨하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공유하길 바라고요.
크고 아름다운 얘기보다는 작고 하찮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고충이나 특수한 상황이 있을까요? 이 사람들의 느슨한 유대감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면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내가 하는 일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 (웃음) 아직은 전문적인 일이라기보다 ‘봉사활동’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좀 아쉬워요. 특수한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남들은 평생 가지 않을 나라에 가고, 하지 못할 경험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하게 된다는 것 아닐까요. 저희만 해도 한나는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2년 동안, 저(민영)와 소라는 각자 다른 시기에 탄자니아에서 1년간 파견 생활을 했어요. 사실 1~2년은 짧은 편이고, 5년 이상씩 파견지를 바꿔가며 계속 해외에서 생활하는 분들도 계세요. 물론 국제개발 활동가라고 해서 반드시 해외에서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게 이 일의 전부 이거나 본질인 것 또한 아니지만, 파견근무와 출장은 저희의 일에서 아직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가 많기 때문에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하고, 분쟁이나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말 목숨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해요. 반면에 정말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경험하면서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작년에 국제개발을 떠난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기관이 구성원들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어요. 사실 이건 개발NGO의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특히나 조직의 ‘미션’과 ‘가치’, ‘헌신’, ‘희생’ 같은 것들을 중시하는 NGO의 특성상 활동가 개인의 정체성보다는 조직이라는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꼭 그렇게 하나의 미션과 가치 아래에서 끈끈하게 뭉쳐야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하나로 묶으려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조직적으로는 공동체성을 요구받지만 활동가 개인 간의 커뮤니티나 지지 체계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었어요. 다만 좀 느슨하면 어때?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정도로,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기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 싶었고요. 사실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라고 해도 워낙 그 범위가 넓어서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기도 해요. 어느 쪽이 옳냐 그르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저희는 ‘느슨해도 충분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근의 상황들로 인해 국제개발협력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대처해 가고 있나요?
해외 파견근무를 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귀국했고, 파견 예정자들의 출국이 취소됐어요. 저희 역시 올해 모든 출장이 취소되었고요. 아직 해외에 있는 분들의 경우 각 국가의 정책에 따라 몇 달째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사실 원래부터도 저희의 역할은 현지에서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지가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을 비대면으로 지속하고 있어요. 다시금 이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 ‘플레이어’ 보다는 ‘코디네이터’ 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기라고 느껴요.
꼭 그렇게 하나의 미션과 가치 아래에서 끈끈하게 뭉쳐야만 하는 걸까?
무지랑과 어떻게 협업을 하고 있나요?
저희 ‘좋은 일 하시네요’는 무지랑에서 지원하고 있는 청년시민발견 2기에 참여하고 있어요. 현재는 레벨업*까지 하게 되어 저희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무지랑에게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요(무지랑 고마워요, 사랑해요). 청년시민발견 활동 중의 하나로, 활동가들이 해외 파견지에서 경험했던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엮어, 일러스트와 같이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공유했는데요. 동료 활동가들이 좋아요와 댓글로 많은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셨어요. 동료들의 응원을 받을 때 아, 이 활동을 하기를 참 잘했다, 싶죠. 무지랑과의 협업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청년시민발견 활동으로 잡지 출간을 위한 ‘첫걸음’을 잘 내디뎠다고 생각해요.
레벨업*
무중력지대 성북 커뮤니티 지원사업 '청년시민발견'에서 선정된 기존 활동팀 중 프로젝트를 보다 확장, 발전시키고 싶은 팀이 지원기간, 지원금을 추가할 수 있는 시스템
레벨업은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하나요?
저희는 아직 배고파요. 하하하! 아직 더 할 이야기,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많아서 레벨업까지 진행하기로 했어요.
이제 겨우 저희를 조금 알린 수준인 것 같고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레벨업을 통해서는 가칭 ‘밥상수다’라는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하는데요. 현재 해외 파견근무 중인 세대별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세 그룹을 대상으로 최근 (현지인 동료, 또는 한국인 동료들과의) 밥상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고자 합니다. 밥상에선 별별 이야기가 오고 가잖아요. 특히나 친구도 가족도 없는 해외 파견 생활에서는 동료들과의 수다가 그렇게 소중하고 그립거든요. ‘그 밥상에 저희를 초대해 주세요’라는 마음을 담아 기획해 봤습니다.
북엇국, 닭죽, 커피 등등... 정말 다양한 음식을 다루셨어요. 왜 ‘음식’을 중심 키워드로 잡았나요?
부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일하면서 빈곤, 인권, 지속가능성 등 항상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무겁고 심각한 얘기 말고 가볍고 쉬운 주제로 수다를 떠는 느낌을 내고 싶었거든요. 또, 업무보다는 활동가들의 파견 생활과 가장 맞닿아있는 주제였으면 했고요.
그러자니 의식주 세 가지 중에서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의식주 중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먹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해외 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눈물의 양배추 김치를 먹거나 ‘장트러블’을 겪은 경험이 있을 테니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공감된다는 반응이었고요.
무겁고 심각한 얘기 말고
가볍고 쉬운 주제로 수다를 떠는 느낌을 내고 싶어요.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해외에 있는 사람과 소통해야 하니 어려운 점은 없나요?
원고 청탁의 경우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거나, 무작정 ‘NGO’ ‘국제개발’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을 찾아 연락하기도 했어요. 인터뷰이 역시 ‘알음알음’ 물색하고요. 한편으론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것 같기도 한데요, 워낙 업계가 좁아서 한 다리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거든요. 그러니 ‘누구 아는 사람 없어?’ 하고 물어보면 건너 건너 건너 가장 적합한 사람을 소개해 주더라고요. 정말 한 다리 건너면 다 알아요.
소통은 주로 이메일로 해요. 일 할 때도 프로 이메일러(email-er)로서 해외 파트너 기관 담당자와 메일로 소통하기 때문에 그 방식이 익숙하기도 하고, 메신저나 전화보다 공식적인(?) 느낌이 들어서 선호합니다. 레벨업 활동 기간에는 화상회의로 인터뷰를 진행할 것 같아요.
저희 프로젝트에서는 아직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인지 원거리 소통으로 어려웠던 경험은 없었는데요. 일 할 때에는 아무래도 시차 문제가 제일 커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주로 이메일로 연락하기 때문에 바로바로 소통하기가 어려워요. 오늘 이메일을 보내 놓으면 다음날 답장이 오니, 한국에서는 하루 만에 진행될 일을 이틀에 걸려 하는 셈이에요. 준비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야 하죠. 메일 이외에는 스카이프나 줌을 이용해서 화상회의도 진행해요. 그런데 서아프리카 같은 경우 그곳의 아침 9시가 한국 시간으로 오후 6시예요. 참 애매하죠? ^^;
각 나라별 공휴일도 다르기 때문에 예상했던 기간 내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을 땐, 구글에서 그 나라의 공휴일 캘린더를 확인해봐요. 대부분은 공휴일이나 명절이더라고요. (하하) 그러면 조급한 마음이 한결 나아진답니다.
활동을 하며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이 있나요?
저희 팀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콘텐츠 이야기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어요.
사실 우리가 하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일을 가족들도 정확히 몰라서(그냥 좋은 일을 한다는 거..? 를 아는 정도) 지치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땐 멤버들에게 털어놓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공감해주는 멤버들 덕분에 후련하기도 하고, 또 함께 한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요. 그러한 매 순간순간마다 건강한 커뮤니티의 힘을 확인하곤 한답니다.
페이스북에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커뮤니티가 있는데요. 거기에 저희 잡지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더니 반응이 정말 대단했어요. 그날 하루에만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명이 넘게 늘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습니다.
2020년의 3분기도 끝나가고 있어요. 앞으로의 모임 계획을 들려주세요. 어떤 방향으로 활동하실 예정인가요?
10월까지는 레벨업 활동에 주력할 것 같고요. 이후로는 콘텐츠를 더욱 보강해서 종이 잡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들을 차근차근해나가려고 합니다. 원래 목표는 12월에 창간호를 내고 출간기념회를 하는 거였는데, 현실적으로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계획을 뒤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고요(ㅋㅋ). 너무 멀리는 생각하지 않고, 우선은 잡지 한 권을 내보자! 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일단 한 권 만들어보고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려고요.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재밌게, 즐겁게 해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소식을 읽는 청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무소식을 통해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희 커뮤니티 팔로우 많이 많이 해주시고 함께 소통해요~ ♡
무소식은 희소식! >0<
일러스트 가정책방
해당 인터뷰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영향으로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