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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중력지대 성북 Nov 17. 2020

건강한 함께 :
퍽퍽하지만은 않는 일상

#PEOPLE 일상기술학교, 밥친에 함께한 무지랑친구 '두부고양'

무소식은ㅡ

무지랑을 기점으로 사람·커뮤니티·장소 등 주체적 청년 생태계 소식을 담아냅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당연한 것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무소식 1호  : 당신을 소개합니다



무지랑에서는 직업과 관심사가 다양한 청년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중 무지랑 일상기술학교 실전 멍-상 클럽과 멤버십데이 팔도밥친 8월, 9월에 함께한 프로 무지랑친구 한 분을 소개할게요.

팬데믹 시대에 맞이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계신 지혜(두부고양)님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두부고양이라는 별명으로 무지랑에 참여하고 있는 김지혜라고 합니다. (이하 두부고양)

코로나를 맞이하여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책과 깊은 대화를 좋아해요. 책과 관련한 활동들이 좋아요.

읽기, 쓰기, 독서 모임 그리고 책문화 축제까지 다 좋아서, 어떻게 하면 이런 일들을 함께 그리고 더 재미있게 하며 살 수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평소에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제가 재미있게 공부했던 것을 사람들과 나눌 때,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모습을 볼 때 삶의 만족감이 가장 크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덕업 일치를 실현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의 몸’을 주제로 팝업 클래스를 준비 중입니다. 몸이 아파서 야금야금 시작했던 동의보감 공부로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우리가 몸에 대해서 얼마나 오해해왔는지, 일상 속에서 간단히 몸을 보살피는 방법 등등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집 근처 동네서점인 도도봉봉과의 콜라보로 글쓰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고요. 삶이 힘들다고 느꼈을 때 혼자 글을 쓰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더듬더듬이라도 이야기를 나누면 더 안정되는 경험을 했고요. 맘 놓고 자기 삶을 털어놓고, 경청하는 자리를 직접 열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열게 된 클래스예요. 아무리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글로 정리하다 보면 안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전문가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돕는 법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또 몇 년 전부터 어린이들과 고전 낭송 프로그램을 여러 버전으로 진행해오고 있어요. 연말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실록으로 고전 낭송 강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벌써 3년째인데 좋은 인연이 이어져서 매년 감사드리고 있어요.




팬데믹 시대에 이런저런 실험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전에 하고 있었던 것을 못하게 되기도 하지요.

혹시 두부고양도 영향받으신 것들이 있나요?


올해 1~3월 동안 만들었던 운동 루틴이 4월부터 정말 무너져버렸네요. 바디 프로필을 찍자며 친구와 매진하고 있었는데 옛말이 되었어요 ㅠ  8월 말부터 심기일전하여 최소한의 움직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생존과 밥맛을 사수하기 위한 운동이에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방청소와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생겨요. 맨날 집에 있으니 버리고 싶은 게 많아지고요. 청소도 좀 더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예전보다 ‘조금 더’ 일뿐, 여전히 맥시멀 리스트에 가깝습니다.



두부고양의 요새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먹는 거요. ㅎㅎ 평생 그래 오긴 했지만, 요즘은 더더욱 신경 쓰게 돼요. 전보다 피부나 컨디션으로 바로바로 무엇을 먹었는지 크게 나타나더라고요. 더 맛있고 건강하고 즐겁게 먹고 싶어요. 위에서 말하지 않은 실험적 클래스로 팝업 레스토랑을 기획 중이에요. 언택트 시대인데 콘택트가 막 하고 싶어 지다니, 아이러니하면서도 돌이켜 보면 평생 묘하게 삐딱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성주의와 제로 웨이스트, 비건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예요. 세 가지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제 삶과 밀접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아직은 막 배우는 단계라, 제 언어로 그 연결성과 실천법을 나눌 수 있는 날을 바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택트 시대인데 콘택트가 막 하고 싶어 지다니, 아이러니해요.

그럼 보통 식사는 어떻게 드시나요?


제 식습관을 보니 치명적으로 단백질이 부족하더라고요. 과거에는 오로지 탄수화물과 가끔의 식이섬유였어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두부나 생선 등등 안되면 프로틴 파우더를 챙겨 먹습니다. 아직 비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 한 끼와 간식은 완전 채식을 하려고 노력하고요. 하지만 뭘먹었든 중요한 건, “행복했나?”인 것 같아요. 허기져서 또는 바빠서 먹이처럼 허겁지겁 먹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더 밥친에 신청해주셨군요. 무지랑에 직접 방문한 첫인상이 궁금해요.


무지랑의 sns를 팔로우하고 있다가,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왈이의 마음단련장'과 함께하는 '실전 멍-상 클럽'으로 무지랑과 처음 만났어요. 그 이후에 8월 팔도밥친(밥친)에도 참여했고요. 실전 멍-상 클럽을 하지 않았더라면, 팔도밥친에는 신청하기를 망설였을 것 같아요.


실전 멍-상 클럽 첫 시간은 대면 모임이라서 무지랑 공간에 방문할 수 있었거든요.

조금 일찍 도착해서, 공간에서 세 시간가량 수업 기획서를 쓰며 머물렀어요. 코로나 기간이라 이런저런 방역지침이 있어서 불편하려나 걱정했는데, 철저한 규칙에 안심되고 공간의 아늑함을 느끼는데 무리 없었습니다. 집중도 잘되었네요. 이층방, 아고식탁, 화장실 모두 대만족이었습니다. 명상수업을 하는 사이사이 이곳에서 나도 모임을 열어보고 싶다, 더 자주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던걸요.

아무래도 가본 공간이라서 그런지 밥친 공지에서 '방문 픽업'을 보았을 때 선뜻 마음이 나더라고요. 무지랑 공간의 첫인상은 “예쁘다, 쾌적하다, 자주 오고 싶다” 였어요.


밥친에 가는 날은 그래도 한번 와봤다고, 매주 온라인에서 보는 사람이 있다고 신나서 다녀왔어요. 반갑게 맞아주셨던 마소님과 작은 장터 느낌으로 창문을 활짝 열고 기다려주던 밥친이 기억나요. 작물 모두 어쩜 하나같이 다 예쁘고 탱글탱글하던지! 제가 나이가 든 건지 단호박과 가지와 공심채 계란이 앙증맞고 싱싱해서 감탄한 건 또 처음이라니까요? 멀찍이 서서 마소님과 수다도 떨고 왔네요.


지난 8월의 밥친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만들어 드실 예정인가요?


지난 8월에 (밥친에서 작물을 가져왔더니) 괜히 가족들이 모여서 "이건 뭐냐, 몇 개냐, 뭘 만들 거냐" 소란이 일었었어요. 파티를 하는 느낌도 들었고요.

아버지가 내년에 퇴직하고 고향으로 내려가시는데, 마침 아버지 고향이 상주예요. 8월 밥친에서 상주 청년들에 대한 것을 듣고 괜히 반갑고 궁금하고 그래서 이야기를 한참 했네요. 이번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야채 라자냐, 국수, 잡채… 온갖 메뉴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요.



작년과는 달리 이번 밥친에는 실제로 함께 먹지는 못하고, 서로의 밥상을 나누는 형태로 바꾸어 진행했어요.

두부고양에게는 '함께 먹는 것' Social Dining의 의미가 있나요?


정말 아쉬운 일이에요. 밥을 같이 먹는 것처럼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 수월한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이죠. 밥을 같이 친구와 먹을 때, 삶이 퍽퍽하지 만은 않다고 느끼게 되더라고요. 오늘도 잘 살았다, 수고했다는 인정과 보람이 세포단위로 쏟아지는 듯하달까요?

같이 먹으면 신기하게도 뭔가 파티 같고, 잔칫날 같아서 좋아해요. 배식이나 생명연장을 위한 영양소 주입이 아니라 축제의 느낌! 비싼 음식이 아니어도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런 느낌이었는데… 자주 느낄 수 없는 요즘은 참 그런 식사가  그립네요.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는 어려운 질문이네요. 같은 메뉴를 만들어먹고 후기를 공유하는 건 대안이라기보다는 아예 다른 활동 같고요. 서로 음식을 보내주기도 어렵고... 얼른 코로나가 나아져서 다 같이 모여서 만들어 먹고 싶어요.


밥친에서 작물을 골라 가져 가는 모습


 밥을 같이 친구와 먹을 때,
삶이 퍽퍽하지 만은 않다고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 외에도 무지랑을 통해 더 하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무지랑의 활동들을 언제나 눈여겨보고 있어요. 재미있어 보이는 게 많아서요. 제가 더 젊은 청년이었을 때 무지랑이 있었거나 알았더라면.. 하하하 어렸을 때 그 근처에서 학교를 다녔거든요. 어디 하나 마음 붙일 곳 없이 집과 학교만 왕복하던 때여서 새삼 생각이 나네요.


조금 욕심을 내보자면, 일상을 함께 나누는 모임과 커뮤니티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실전 멍-상 클럽'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뵈었던 분들이 벌써 그리워요. 뭐랄까, 따로 연락처 방법이 없으니 만나기 힘들고, 꾸준히 명상을 하던 시간이 이어지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페미니즘 독서모임 “4femi”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어요.  좀 더 일상으로 이어지고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큰 성과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흐지부지되는 건 싫다고요. 그래서 프로젝트 100에 모임을 개설해서 운영 중이에요. 매일 3분 내외 활동이라 부담스럽지 않게요. 오래가려면 이렇게 어렵지 않아야 하는구나, 감이 생겼달까요.


그래서 그런 일상의 작은 변화, 그러면서도 삶의 열정을 이어주는 모임을 가꾸고 싶습니다. 그 주제가 뭐든 결국 ‘나답게 사는 것’‘치유’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음식, 글쓰기, 근력, 제로웨이스트 뭐든요. 주제도 주제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는 것 자체에 그런 힘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모임을 열어보면 같은 콘텐츠도 누구와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어요. 만약에 무지랑에서 클래스를 하면 어떤 시너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네요.


아, 그리고 밥친에 참여한 청년분들 소식도 궁금해요. 전국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청년 커뮤니티의 소식이 궁금하네요.


실전 멍-상 클럽 모습




마지막으로 무소식을 읽고 있는 분들께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쑥스럽지만 글로 적은 저의 소소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소식 발행이 기대되네요.


무지랑의 프로그램이나 공지 문자를 볼 때마다 그 정성을 느끼곤 해요. 무지랑에서 비슷한 결을 가진 인연들과 만나시고,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와도 인연이 닿아서 만나게 된다면 영광 이것 같네요.

예쁜 무지랑 공간에 꼭 방문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




일러스트 가정책방

해당 인터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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