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지키기 2가지 방법
너 예전 같지 않단다, 내 몸아
책에서만 봐왔던, 예능에서 줄곧 나오는 '불혹'이란 나이가 내게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 나이와 앞으로 다가올 나이 듦에 있어서 나는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30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이래도 모른 척한다고? 너 그러다 큰코다친다? 마치 이런 느낌이다.
내 경우, 가장 큰 변화는 2가지로 나타났다. 하나는 '수면' 또 하나는 '소화'다. 요즘은 잠을 잘 잤는지, 충분히 잤는지에 따라 하루 컨디션이 크게 차이가 난다. 만약 밤에 작업하느라 3-4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면, 반드시 낮시간에 '잠 충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오후 4시부터 난 비몽사몽 뭐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30대 초까지만 해도 연달아 2-3일 밤샘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그렇게 하면 일주일은 쉬어야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밤에 작업하고 낮에 잠으로 충전한다? 그러기엔 햇빛을 볼 수 있는 낮시간이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이것 역시 나이가 드는 것일까. 햇빛을 포기할 만큼 급한 게 아니라면 가능한 밤 작업은 12시 전에 무조건 끝낸다. 적당히 자고 낮시간에 집중하며 사는 게, 프리랜서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워라벨이지 않나 싶다.
두 번째 '소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도 그다지 훌륭한 소화력을 지닌 몸은 아니었다. 특히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받으면 거의 99% 확률도 체했으니깐. 그런데 이제는 스트레스와 상관없이 과식하거나 내 주량보다 오버해서 술을 마시면 소화가 너무 안된다.
20대 시절에 건강 프로그램에서 장수의 비결이 '소식(小食)'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맛있는 거, 좋은 거 많이 먹어야 건강한 거지. 소식은 무슨..." 이라며 콧방귀를 뀌었는데, 이젠 알겠다. 내 몸이 소화시킬 수 있는 '만큼'만, '좋은 걸' 먹어야 한다는 걸 말이다. 좋아한다고 분수에 맞지 않게 먹으면 제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몸에서 감당하지 못한다. 이래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구나. 나이가 들수록 소크라테스의 그 말이 가슴에 콕콕 박힌다.
내 몸 지키는 2가지 방법
내가 '수면'과 '소화'를 필요한 만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2가지다. '투자' 그리고 '습관'
세상에 가장 쉬운 해결법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적절히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쓸 수 있는 지출 범위에서 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얼마나 가성비 좋은 해결법인가!
그래서 나는 일단 '베개'를 바꿨다. 매일 아침마다 뒷목이 뻐근한 채 일어나는 날 위해 그 정도는 투자하고 싶었다. 좋은 베개를 서치한 후, 마음을 다잡고 코스트코 템퍼 베개 앞에 섰는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망설이다 그냥 돌아왔고, 두 번째에 눈 질끈 감고 겨우 샀다. 베개에 10만 원가량 들인다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지금은 명절에도 베개를 싸들고 다닌다. 너무 좋다 내 베개.
또 '효소'를 사 먹기 시작했다. 가성비 좋은 효소부터 비싼 효소까지 '돈'을 써서 '내 몸 테스트'를 해가며 나에게 가격과 성능이 적절한 효소를 마침내 찾았다. 그리고 그 효소를 언제 먹을지, 나만의 기준도 정했다. 밤에 야식을 먹게 될 때, 음주할 때, 낮에 과식했을 때, 탄수화물을 과하게 섭취했을 때... 그 정도 기준에서 효소를 섭취하니, 내 속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의 효과를 내 삶으로 들여오기 위해 나는 매일 '습관' 형성에 공들이는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잘 늙어감이란, 나이가 들수록 좋은 습관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일어나서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짧은 명상을 한 후 따뜻한 차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삶. 글로 쓰니깐 어쩐지 오글거리게 느껴지지만, 내가 요즘 공들이고 있는 매일 아침의 내 모습이다. 특별하지 않지만 아직은 약간 애써야 지켜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애쓰며 보내는 100일이 지나면,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맞이하게 될 아침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아침이 쌓여서 1년, 2년, 10년이 되면 내가 꽤 괜찮게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침 습관이 자리 잡히면, 다음은 흐트러진 '운동' 습관 바로잡기다. (기다려라 내 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