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숨이 막힐 때 이것이 너를 구원하리라
왜 할 일은 몰아서 오는 것인가
한 번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은 알 거다. 고르게 일이 차례차례 들어오면 좋으련만 언. 제. 나. 항. 상. 내 맘 같지 않다. 들어올 때 쓰나미가 펼쳐지고 쓰나미가 지나가면 그렇게 적막할 수가 없다.
지금 나는 쓰나미를 만나 열심히 노 젓는 중이다. 한 번에 소화하기에 엄청난 일더미가 몰려왔는데, 나눠서 처리할 수 없고 안 하자니 욕심나는.. 그런 작업들이다.
긴장하거나 몸이 힘들면 나는 그렇게 목이 탄다. 평소보다 목마름의 주기가 극도로 짧아진 게 바로 느껴질 정도다. 그럴 때 그만큼 물을 계속 마셔주면 좋으련만, 그게 또 잘 안된다. 물을 픽업하는 시간도, 화장실에 자주 가는 시간도 이럴 땐 너무 아깝다.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 내가 보이는 모습은 2가지다.
첫째, 미친 듯이 일한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세상에 일과 나밖에 없는 것처럼 온통 신경이 쏠려서 산다. 그런데 아이가 생긴 후로는 그게 불가능해졌다. 더 이상 내 시간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고효율을 내기 위한 집중력은 파워풀하게 늘어났지만 대신 정신적 압박감을 두 배로 느낄 때가 많다.
둘째, 갑자기 시도 때도 없이 멍-해진다.(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건 약간 정신 나간(?) 거라고 볼 수도 있고 어쩌면 잠깐이나마 숨 고르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그랬다. 부지런히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일이 줄지 않는 느낌인 건지… 난 베란다 밖을 내다보며 멍하게 있었다.
'괜한 욕심을 낸 걸까...'
그런데 갑자기 불현듯, 별똥별처럼 머릿속에 생각이 하나 스쳐 지나간다.
지금 필요한 건 시간표, 계획표!
그래, 시간을 머리로만 짜지 말고, 그려보자. 눈에 보이게 타임라인을 채워보는 거야. 시간을 쪼개서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어!
오... 나란 J형 인간... 계획표 짜겠다는 생각만으로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땐 움직여야 한다. 달력을 만들고 칸을 채워나가자 그제야 내가 얼마나 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힌다. 시간을 내 손으로 분배하고 나니, 이제야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아... 이거였구나.
오늘을 기억하렴.
너는 스트레스받으면 시간표를 짜야한단다!
반가운 쓰나미가 몰려올 때, 그것이 너를 구원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