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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Dec 10. 2021

대만생활_ 성품서점, eslite cafe, 카렌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2


" 라마본 적 있슈 ?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 _ week 2



誠品咖啡(성품서점), eslite cafe, karen(카렌)




대만은 날씨가 너무 좋다. 분명 겨울바람인데 가을처럼 바람이 살랑이며 분다. 

공원에 살짝 앉아있으면 바람이 살살 불어오는데 영화 soul이 생각났다. 

soul에서 불평불만 많은 파란색 구름 같은 아이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겠다...) 처음 지구에 왔을 때, 뉴욕 거리를 보며 느꼈던 그 감정들.

도시의 온갖 소음과 가을 낙엽 거리에 떨어지는 모습과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맛있는 피자.

그 기억이 떠올라서 나도 햄버거 하나 사들고 가만히 공원에 앉아 여유를 떨었다. 


공원에는 놀랍게도 청설모들이 돌아다녔다. 괜히 와서 빵부스러기라도 달라 귀찮게 할까 걱정했는데, 나를 쳐다보더니 얌전히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갔다. 

미안하지만 아직 내 눈에는 청설모는 꼬리 달린 쥐일 뿐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쥐를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내 기억 저편의 영상이 하나 떠오른다. 나는 바퀴벌레를 소리 지르며 피하는 사람도 아니고, 곤충과 징그러운 것들에 엄청나게 예민하지 않다. 그런데 딱 하나 정말 소름 끼치고 소름 끼칠 정도로 쥐를 싫어한다. 


내 기억이 조작된 것인지 아님 정말로 실재한 이야기인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여섯 살 무렵 엄마의 운전면허 시험을 기다리며 풀밭 같은 곳에서 소꿉놀이 세트와 놀고 있던 기억이 있다.  그때 풀밭의 풀들은 발목과 무릎의 중간 정도까지 왔었고, 그 무성한 풀더미 사이에서 실수로 야생쥐의 꼬리를 밟게 된다. 야생쥐는 크기가 어마어마했고 찌이이이 이 이익하는 소름 끼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도망을 갔다. 


내가 쥐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아마 이 기억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대만에는 쥐와 바퀴벌레가 많다던데

쥐 공포증을 어떻게 견디며 생활할지 모르겠다. 해외생활을 하며 가지고 있는 나만의 모토는 "어디든 사람이 산다."인데, 그렇다고 해서 쥐와 함께 살아가고 싶진 않다....



#fufa

대만에는 푸파, fufa라는 신발 브랜드가 있는데 여기 신발이 참 편하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다. 전에 대만 여행을 할 때 신발이 망가져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그 여행에서 캐리어에 펑리수 대신 친구와 푸파 신발만 가득 담아 한국에 돌아갔었다. 

그 기념으로 이번에도 대만에 오자마자 fufa 신발을 하나 장만했다. 



#eslite cafe




내 낡은 아이폰이 아직 쓸만하다. 제법 멋지게 커피 사진을 찍어낸다. 


101 근처를 구경하다 성품 서점에 들렀다. 이것저것 귀여운 소품을 파는 문구점에 들어갔다가 가격에 헉하고 바로 나오게 됐다. 일본 수입상품이 많아서 그런 걸까... 엽서 한 장에 5~6천 원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가격에 뒷걸음질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릴없이 층계만 오르락내리락하다 발견한 성품 서점 카페.

저 멀리 101도 보이는 멋진 뷰를 가졌을 뿐 아니라 대만에서는 찾기 힘든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메뉴까지 갖추고 있었다. 

신이 나서 까눌레까지 시켜서 자리를 잡았다. 카페가 조용하고 책 냄새도 나는 것이 아무래도 자주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커피는 따뜻하게 너무 맛이 있었고 까눌레도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계산을 하는 데, 내 뒤에 있던 한 손님이 본인의 회원카드로 내 것을 같이 계산해도 되냐고 물었다. 본인은 카드 적립금을 더 채우고, 나는 5% 회원 할인을 받아 상부상조 하자는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아직 나는 대만 생활 초보였기에 이래도 되는 건가... 명의도용 아닌가 순간 동공이 흔들린 채로 점원을 바라보았고, 점원은 "그렇게 해줄까?"하고 내게 물었다.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그럼 같이 계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역시나 여유롭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굳이 타인에게 할인을 해주겠다고 말을 걸다니 말이다. 한 번의 사건으로 모든 대만 문화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더 그러한 것 같다. 세상은 정말 넓다. 




대충 커피를 다 마신 후 신의 구를 한 바퀴 산책했다. 저녁이 될법하니 날씨가 조금 쌀쌀했다. 전에는 101 타워밖에 보지 못했었는데, 가만 보니 옆에 또 하나 멋들어진 건물이 있었다. 사진을 찍는 내가 너무 관광객 같지 않으려나 생각했지만, 주변의 많은 대만 사람들도 걷다가 가끔씩 멈춰 서서 101 타워의 사진을 찍었다.


  


#karen #카렌


저녁으로는 카렌 철판요리를 먹었다.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철판요리집이다. 꽃보다할매에 한 번 나온 것으로 아직까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매스컴의 영향력이란 정말 엄청나다. 대만 여행을 여러 번 하며 철판 요리를 먹어본 경험으로 카렌은 그다지 가성비가 훌륭한 식당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유명해지면 맛이 지독히도 없지 지지 않는 한 매출이 중간은 가는 것 같다. 그것을 먹어보지 않고 다른 곳이 더 맛있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이상한 고집으로 카렌이 맛있다 하는 사람들에게 "그래? 다른 곳도 맛있는 곳 많아~"라고 말해왔지만,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카렌 그냥 그렇더라!" 





수채화 붓에 물 한가득 쭉 묻혀서 하늘색 도화지에 시원하게 탈탈 털어버린 것 같다. 구름 모양이 그렇게 시원하게 나있다. 

저게 무슨 모양의 구름일까. 한국에는 저런 구름이 있었던가 고민해보다, 한국에선 하늘을 본 기억이 많이 없었네-하며 다시금 내가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실감 났다.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지. 반쪽만 칠해진 캔버스의 남겨진 부분을 알뜰살뜰 채워가야지. 



어느덧 해가 져버린 대만 하늘을 바라보다 서둘러 귀가 준비를 했다. 



세상 어디든 지하철은 지옥철





힘겨운 퇴근길을 뒤로하고 앞다투어 집에 가려는 사람들에 섞여 나도 어서 나의 불편한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놀라운 친구가 나를 반겨주었다. 라마!

옆집에 사는 집주인의 친구가 키우는 반려라마라고 한다. 몽실몽실한 털과 오물오물대는 입이 너무 귀여웠다. 5층까지는 어떻게 올라온 거지 이 녀석. 라마를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어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리 만지고 저리 쳐다보고 인형은 아닌가 숨은 쉬나 살펴보기도 했다. 대만에 온 지 며칠 만에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하다니. 라마랑 조금 더 놀고 싶었지만, 집주인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작은 모임을 하는 분위기여서 조금만 귀여워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 방.

아직 맘에 드는 구석이 없어서 이불 커버도 안사고 저렇게 대충 쓰고 있다. 한 번만 쿵! 하고 앉으면 침대 다리 내려앉을 것 같은 위태위태한 나의 보금자리.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침대에도 내진설계가 되어있나 보다 구시렁대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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