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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Dec 15. 2021

대만생활_ 융캉우육면,라이하오, 테이크5,whee下來玩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3

" 휘바휘바 타이베이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3


 永康牛肉麵(융캉우육면), 來好(라이하오), 五方食藏(take5), 倆倆號(22kebab), 尚井(훠궈), whee下來玩(타이베이whee)




#융캉우육면 



역시 오랜만에 대만에 왔기 때문에 평소 좋아하던 음식점 도장깨기부터 해야 한다. 융캉지에에서 가장 맛있는 우육면집 융캉우육면에 왔다. 푸홍이나 삼육이나 여러 가지 유명한 우육면 집이 있지만, 나는 그래도 마라맛 우육면이 제일 좋다. 무엇이든 개인의 취향이 있으니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점이 본인의 '맛집'일 것이다. 나의 대만 우육면 맛집 no.1은 누가 뭐라 해도 융캉우육면이다. 단점이 있다면 높은 가격. 다른 우육면 집보다도 훨씬 더 비싸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다안쪽이 월세가 비싸서일까? 확실히 관광객이 많던 시절에는 사람들로 북적댔지만, 코로나로 사람들이 사라지니 줄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맛은 여전했고, 자리는 여유로웠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나는 고기와 힘줄 같은 것이 반씩 섞여 있는 메뉴를 골랐다. 오랜만의 한국인들인지 점원은 어색하게 한국어 메뉴판을 가져왔다. 국물에 파를 하나씩 건져서 떠먹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크으-캬아-카악 여기 해장으로 오면 너무 좋겠다~ 너무 맛있다~ 감탄사가 연발대는 식사 풍경이 참 행복했다. 음식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지 생각해보자.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은 

- 가을바람

- 노란 스탠드 불빛 (밤에 나 혼자 있을 때)

- 혼자 영화 보며 술 마시기 (페페로니 피자와)

- 매운 음식 게걸스럽게 먹기 (역시 혼자)

- 무작정 여행 가기 (혼자...)

- 빵집에서 빵 고르기

- 해 다 지면 산책하면서 노래 듣기 (혼자..)

- 퇴근 전에 치킨 시켜놓고 집 가기

- 운동 끝나고 유튜브 보기 

- 운동 땡땡이치기

-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 뭐 줄지 생각하기

- 마사지받기

- 뷔페 가서 첫 번째 접시 먹기

- 캠프 가서 불멍 및 바비큐 해 먹기

- 케이크 한판 사서 혼자 다 먹기



5분 동안 적어본 결과 위와 같은 것들이 있다. 왜인지 혼자 하는 것들이 많아 사실 나 내향형 아니야? 했지만, 내 일상의 대부분은 외부에서 활력을 얻기 때문에 딱히 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집에 혼자 있으면 오히려 충전이 되는 게 아니라 더 축축 늘어지고 우울해진다. 아마 나는 외부에서 활력을, 내부에서 행복을 느끼나 보다. 






#라이하오


우육면을 다 먹고 융캉지에를 구경했다. 라이하오라는 상점이었는데, 대만에 관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팔고 있었다. 오래된 느낌의 유리컵과 귀여운 동물 엽서가 갖고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서 포기했다. 대만에 넘어오느라 너무 많은 지출이 있었다. 방역 호텔만 해도 200만원 돈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돈을 쓸 수가 없다. 그렇지만... 저 엽서는 정말 귀엽지 않은가?... 나중에 한국에 돌아갈 때 수달은 꼭 데려가고 싶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대만 관광상품들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는 다양한 관광상품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됐다. 어렸을 때만 해도 한복 입은 곰돌이 열쇠고리랑 형형색색 스카프, 하회탈 등이 전부였던 것 같은데... 너무 한국적인 것만 추구하지 말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관광상품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외국인들 호주머니 탈탈 털어서 한국인들 다 부자 되었으면 좋겠다. 




take 5



동먼역에서 사범대 쪽으로 걷다 걷다 야외 카페 거리를 만났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빨간색의 야외 테이블에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맥주도 팔고 스파게티도 팔고 싱싱해 보이는 샐러드들도 파는 세련된 카페 겸 음식점이었다. 맥주는 매일 밤 마셔서 내키지가 않아 대만스럽게 두유를 주문해보았다. 아주 진~한 두유였다. 원래 우유랑 두유를 좋아하는데도 먹히지가 않았다... 너무 진했다. 대만처럼 매일 두유를 마셔서 두유 고수가 되면 이런 진한 두유가 더 매니아틱하게 좋아질까? 지금은 목구멍을 묵직하게 넘어가는 덩어리 진 두유의 질감이 조금은 역하게 느껴졌다. 아직은 완전한 이방인인가 보다. 





대만 풍경

낡음이 자연스러운 도시. 타이베이.




lianglianghao / 22kebab /  倆倆號



공관역 근처 멕시코 음식집. 역시 학생들이 많은 대학가라 그런지 자리가 편하지는 않고 조금 협소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관역 근처에는 케밥집이 많다. 대만대 학생들이 케밥을 좋아하는 걸까? 그래서인지 케밥이 가격에 비해 풍부한 로컬 맛이 났다. 이태원에서 먹는 케밥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얼추 그 비슷하게 갔다고 해야 할까? 또 대학로 특유의 싸고 낡았지만 힙한 느낌도 있었다. 그 힙함은 젊음에서 오는 거겠지?

나도 마음만은 아직 20대인데, 길거리 아기 엄마들이 "누나한테/언니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인사해야지"라는 말을 들으면 헉할 때, 아 정말 이제 내가 늙었구나 싶다. 이모 소리 들어야 할 것 같은데 괜히 혼자 찔리고 기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젊음을 이때까지다. 하고 완벽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사회 분위기상 묘하게 선을 그어놓는 경우가 있다. 이제 내 주변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해서 그런지 스스로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尚井 / 三重尚井



저녁에는 구글맵으로 아무렇게나 찾은 1인 훠궈 집에 들어갔다.  마라탕을 시켰는데 처음에는 이상한 한약재 맛이 나서 거북스러웠지만, 이내 적응하여 국자로 국물까지 첨벙첨벙 퍼먹었다. 훠궈 집에는 과일도 있고 음료도 있었다. 모두 무료였다. 훠궈는 비싼 음식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곳도 있다니 참 신기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이 많이 없어서인지 우리가 한국어로 조금만 떠들어도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관심받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언제쯤 코로나가 좋아질까? 순식간에 너무도 다른 세상으로 넘어온 것 같다. 

왜인지 이번 글은 조금 잘 안 적힌다. 열심히 글을 쓰고 싶은데 사진으로 방해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진보다 글이 더 중요한 건데, 사진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글은 더 엉망이 되어간다. 잘 써보겠다고 글을 올리는 시간을 늘리고 늘려 여유를 가지면, 또 늦어지기만 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whee下來玩



 대만 친구를 만나러 신의 구에 갔다. 각자 한 명씩 친구를 데리고 와서 놀자고 하길래 나도 회사 동료와 함께 출발했다. Whee라는 곳이었는데, 미니골프도 칠 수 있고 음료나 간단한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놀이시설들이 있어서 어색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가격이 꽤나 비싸 보였다... 그래도 나름 첫 대면이라고 대만 친구가 모든 것을 사주었다. 4명이면 한국돈 십만 원은 족히 넘게 나왔을 것 같은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오면 이것저것 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싸게 대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 대만 친구가 데려온 친구는 나이가 서른 중반쯤으로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있었다. 이 장소도 그 친구의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펑퍼짐한 원피스에 대충 후드 집업을 걸치고 나갔는데 어쩐지 살짝 내 차림이 민망해졌다. 둘은 아주 매너도 좋게 모든 대화를 영어로 해주었다. 내 회사 동료가 중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배려를 해준 것이다. 

고등학교 때 나는 외국에 있었는데, 그때 슬로바키아 친구랑 매우 친했었다. 슬로바키아 친구랑 친해지니 자연스레 그 친구의 친구와도 친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둘이 국적이 같다 보니 셋이 함께 있을 때, 둘은 자연스레 슬로바키아 언어를 중간중간 사용했다. 조금 불편하긴 했어도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여기며 지내던 어느 날, 슬로바키아 친구의 남자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다. 그 남자 친구는 대화 내내 영어를 사용했는데, 나는 이것이 그의 배려였다는 걸 대화 중반에 가서야 깨달았다. 그 남자 친구는 내 친구가 중간중간 슬로바키아 언어로 질문을 해도 굳이 영어로 대답했다. 이런 패턴이 몇 번이고 지속되자 나는 그가 나를 위해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한 번의 기억이 그 사람을 아주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언어의 힘을 알게 되었고, 교양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배운 사람이 되는 것은 내가 배운 지식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 그 친구에게 배운 덕택에 나는 지금까지도 외국인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한국인 친구들끼리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 이 대만 친구들의 영어 사용이 내 회사 동료에게 조금이나마 편안함을 줄 수 있어 참 고마웠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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