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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Dec 17. 2021

대만생활_ ACME, 스린야시장, 양명산초산,송산문화구

직장인으로 대만 살기_week 3

" 한국인없는 스린야시장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3


貳拾陸巷(SomebodyCafe), 士林夜市(스린야시장), 松山文創園區(송산문화구), ACME, 草山夜未眠(양명산초산), 檸檬愛玉, 蚵仔煎



#貳拾陸巷 #somebodyCafe



회사 동료와 새로운 집을 구하러 다니기로 했다. 일주일도 살지 않았지만 도저히 저 컨디션의 집에서는 한 달도 살지 못하겠다 싶어 줄행랑을 칠 것이다. 591에서 새로운 집을 찾아본 후 아침부터 집주인과 약속을 잡고 집 구경을 하고 왔다. 시먼 강변에 위치한 꽤 근사한 집이었는데, 집주인이 조금 나쁜 사람 같았다. 우리가 집을 보고 나오자 1층 로비에 있던 관리자가 우리를 부르더니 그 집주인이 얼마에 너희에게 내놓은 거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그는 집주인이 외국인들에게만 너무 비싸게 렌트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그 건물의 다른 빈 방의 주인 번호를 알려줄 테니 거기에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며. 그래서 일단 번호를 받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회사 동료는 대만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아 하여 우리는 서양식 브런치를 위주로 찾기 시작했다. 시먼에는 브런치를 파는 곳이 꽤 여러 군데 있었는데 그중 괜찮은 곳들은 모두 엄청난 대기줄이 있었다.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해서 다른 곳을 찾아 돌고 돌기를 네 번쯤 했을 때, 그나마 우리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somebody cafe라는 곳이었는데 복잡한 시먼거리의 2층에 위치했다. 브런치 메뉴는 커피도 포함하여 괜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나는 소시지와 빵으로 된 메뉴를, 동료는 아이스크림 와플 메뉴를 골랐다. 

왜 이렇게 사진이 멋들어지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다 맛이 없었다. 메뉴 구성이 서로 어울리지 않고 따로 놀았고 소스도 시판 소스인 머스터드, 케첩 류로 음식과 어울리지 않아 별로였다. 그럴싸한 모양만 낸 브런치 집이었다. 

아침부터 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중 음식까지 맛이 없자 기분이 너무 우울해졌다. 우리는 무슨 부귀영화를 이루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이런 고생을 하는 걸까... 하는 한탄 섞인 말들을 회사 동료이자 새로운 룸메이트와 나누었다. 그래도 그가 있음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기쁨을 나누면 두배가 되듯이 슬픔도 나누면 1/2이 되나 보다. 





까치발로 걸어도 쿵쾅대는 집 때문에 집안에서의 통화란 당연히 불가능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오랜만에 긴 통화를 하고 싶어 집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대만 남부는 완전히 열대기후에 속하지만 타이베이는 살짝 애매하다고 한다. 그래도 열대기후만치 더운 날씨 때문에 타이베이 거리와 공원의 나무들은 모두 키가 훤칠하고 푸르르다.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는 어제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의 둘째 날, 커피를 마시려 전기포트를 사용하다 종이컵에 부은 뜨거운 물이 그대로 허벅지로 쏟아진 것이다. 괜찮겠지 가볍게 생각하고 병원에 갔으나 괜찮지 않았어서 2주나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붕대로 칭칭 감은 다리 사진을 보여줬는데 내 다리도 덩달아 아픈 느낌이 들었다. 화상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준다고 하던데 얼마나 아플까... 

요리를 하다 뜨거운 물이 살짝 튀면 앗 뜨거 하고 금세 낫기에 화상의 고통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감이 서지 않았다. 일순 데어도 잠시만 아파 보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경고같이. 금방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깊게 나버리면 흉 지도록 평생을 안고 가야 한다. 상처도 경험이 된다는 말을 나는 싫어한다. 흉을 안고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린야시장 #士林夜市 #檸檬愛玉 #蚵仔煎



언어교환 어플에서 알게 된 친구와 스린야시장에 가기로 했다. 그 친구가 다른 대만 친구 한 명도 더 데려왔다. 남자애였는데 야시장에 있는 총으로 인형 뽑기에서 10발을 다 맞추어 나에게 저 오리 인형을 선물로 주었다. 스물다섯 살의 어린 이 친구가 나에게 작업을 거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졌다. 잠깐 그 친구와 함께 있는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는데, 그 끔찍한 광경에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이 친구는 다정다감하고 어리고 귀여웠지만 그래도 내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언어교환 어플로 남자는 만나지 말아야겠다.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연애 목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스린 야시장을 잘 구경했다. 첫 번째 사진에 있는 오락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는데 이 친구들이 알려주었다. 쇠구슬을 원하는 수량만큼 넣고 방아쇠를 당기면 내가 넣은 쇠구슬의 *0 혹은 *1 혹은 *2 이렇게 뽑기처럼 준다. 내가 가진 쇠구슬의 수가 0이 되면 게임이 끝난다. 근데 뽑기를 잘해서 내가 가진 쇠구슬의 수가 계속 늘어나면 그 개수에 따라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나는 이런 류의 오락실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그냥 쇠구슬의 개수가 얼른 0이 되기만을 바랐다. 


檸檬愛玉 닝멍아이위를 계속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것도 처음 맛볼 수 있었다. 역시나 맛있었다. 레몬젤리+레모네이드의 맛이다. 빨대를 혹하고 마실 때마다 레몬젤리들이 훅하고 입안에 들어와서 상큼하고 너무 맛이 있었다. 다음에 야시장에 갈 일이 있으면 자주 먹게 될 것 같다. 저녁으로는 蚵仔煎과 새우볶음밥을 먹었다. 커자이젠이라고 발음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어아젠이라고들 많이 말한다. 타이위(대만어)인 것 같다. 아직도 대만 남부에서는 타이위가 많이 쓰인다. 하지만 타이베이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커자이젠의 소스는 케첩+굴소스를 섞은 것 같은 맛이다. 그러니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송산문화구 #松山文創園區



다음날에는 송산 문화구에 갔다. 대만 여행을 그 전에도 많이 왔었어서 사실 갈 곳이 많이 없다. 이미 두세 번 이상씩 가보았기 때문이다. 송산 문화구는 화산문화구와 비슷한 곳이다. 옛 건물을 개조하여 그 안에 작은 상점들이 작고 귀여운 물건들을 판다. 매번 다양한 시즌 행사도 진행한다. 나는 수제 귀걸이를 하나 샀는데 가격이 1500ntd, 한화로 6만원 정도나 했다. 은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정말 비싸다............... 





#ACME #ACMEBreakfastCLUB



저번의 실패에 이어 다시 열심히 검색하여 찾은 시먼의 브런치 집. 

관리인이 전달해준 연락처로 알게 된 다른 집주인이 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저번과 같은 건물의 다른 층에 있는 집이다. 집은 특이하게 3층 복층이었다. 지하에 작은 침대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1층에 거실과 주방, 2층에 다시 작은 침실이 있다. 화장실은 1.5층에 하나 위치한다. 특이했지만 너무 조잡하고 층 하나하나가 너무 좁았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방문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룸메이트인 회사 동료와 거리를 둘 수가 없는 구조였다. 이렇게 프라이버시가 없으면 아무리 회사 동료가 성격이 좋더라도 분명 싸울 일이 생길 것이었다. 가격은 저번 악덕 집주인 (관리인이 그렇게 칭했다.)의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특히 이번 집주인은 침대도 새로 놓아주겠다고 했다. 회사 동료는 이 집이 퍽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시먼의 빌딩 숲이 예쁘기는 했다. 나는 조금만 생각해보자며 결정을 미루었다. 우리는 그렇게 일단 또다시 브런치 집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실패할 것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단 비싼 메뉴판이 그것을 증명했고 1, (비싸게 팔 거면 맛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높은 구글 평점이 그다음을 증명했다 2. (맛이 없는데 평점이 높지는 않지 않겠는가?)


우리는 테라스 좌석에 앉았다. 말이 테라스지 앞에는 다 허물어져 가는 주택이 보였고, 거리 행인들의 담배냄새까지 솔솔 올라왔다. 멋진 브런치 풍경은 아니었다. 요거트 볼과 오픈 토스트를 시켰다. 그래도 전에 갔던 브런치집보다는 괜찮았다. 제법 흉내를 낸 맛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요리를 제대로 배운 요리사가 하는 가게는 아닌 듯했다. 그래도 시먼에서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한 끼 기분 나쁘지 않게 먹을 만했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로 생각할 시간을 벌기는 했으나, 도대체 이놈의 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이대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보증금을 날리더라도 이사를 꼭 가야 한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草山夜未眠 #양명산 #초산레스토랑



저번 whee에서 만난 친구가 양명산에 야경을 보러 가자고 했다. 나와 내 회사 동료, 내 친구와 그때 함께 나온 그 친구의 친구. 또 그 친구의 친구의 여자 친구까지, 총 다섯 명이다. 차를 타고 갔는데 구불구불 한참을 올라갔다. 차가 빼곡하게 줄을 서 있길래 저긴 어디길래 왜 저렇게 줄이 기냐고 했더니 친구가 저기가 바로 우리가 갈 곳이라고 했다.. 하하..(나는 줄 서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30분 이상 줄 서는 맛집은 내게 맛집이 아니다.) 겨우 주차를 하고 번호표를 받은 후 문화대학교를 조금 구경했다. 이렇게 산속에 대학교가 있다니... 대학교보다는 사립 고등학교 같았다. 문화대를 1시간 정도 구경하고 다시 술집? 카페? 음식점? 에 갔는데 아직도 줄이 끝이 없이 있었다. 직원은 아직 최소 1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친한 친구였으면 그냥 집에 가자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친하지는 않았으므로 그저 웃으며 기다려야 했다... 

한 시간 삼십 분 후...


드디어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야외 자리는 아니었다. 친구의 여자 친구는 매우 예뻤다. 에바항공의 승무원이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요새 일이 많이 없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비행을 나간다고 했다. 비행 업계가 정말 어떻게 될는지, 코로나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회사 동료와 여기는 정말 비싸 보이니 꼭 우리가 계산을 하자고 다짐했지만, 또 대만 친구가 계산을 했다. 우리는 다음에는 꼭 우리가 맛있는 것을 사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의 말을 했다. 우리는 맥주를 마셨지만 친구는 밀크티를 마시길래 술을 안 좋아하나 했는데, 알고 보니 차로 우리를 데려다 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었다. 아직 몇 명밖에 알지 못하지만, 대만 사람들 참 착하다. 


해외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바이트는 해보았지만, 회사를 다녀본 적은 없다.

내일이 첫 출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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