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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Dec 20. 2021

대만생활_리포비탄,娘子韓食,한화원,스얼궈,양명산더탑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4

" 첫출근, 아뵤아뵤!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4



力保美達(리포비탄), 娘子韓食(낭자한식), 韓華園(한화원), 石二鍋(스얼궈), 一鍋小麻辣(이궈샤오마라), 屋頂上(더탑), 浪味仙, 鹽酥鷄



#일본박카스 #리포비탄 #lipovitan #대만박카스 #力保美達



이것은 나의 두 번째 출근일의 기록이다. 나는 숙취에 절어 박카스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일본 여행 시 가끔 사 먹던 리포비탄은 대만의 어느 편의점에나 있다. 대만 편의점에서는 일본과 한국상품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첫 출근일에 당연스럽게도 너무 피곤하고 막막해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그러나 조절을 못하고 그만 블랙아웃이 되어버렸다. 회사 동료 말로는 3차까지 갔었다고 한다...... 내 기억에는 1차 중반의 장면까지만 남아있다. 그러나 내 방 이불이 살인 현장처럼 빨갛게 물든 것을 보면, 우린 분명히 3차까지 갔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1차에는 와인을 마신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밤새 이불에 새빨간 와인을 토해내었다. (토한 기억조차 없어서 정말로 나는 아침에 살인 현장에 와있다고 3초 동안 생각하였다.) 


아.. 회사 동료와는 어제부로 너무 친해졌으므로 이제는 그의 명칭을 바꾸려 한다. 미니언즈를 좋아하므로 미니 언니라고 칭하겠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몇 년 치 살림을 챙겨야 하는 이민가방에 한 품에 꽉 안길 정도의 부피의 미니언즈 인형을 넣어서 대만으로 넘어왔다. 유학이나 해외로의 긴 여행을 떠나본 사람은 알겠지만, 캐리어의 0.5kg조차 양말 하나 들어갈 조그마한 공간 하나조차 너무나 소중하지 않던가. 그녀는 미니언즈를 위해 그 귀중한 공간을 내어주었다.  





#娘子韓食 #타이베이 한식당



이곳이 바로 회사 첫 출근날 저녁, 나를 피 토하게 한 1차 장소이다. 매번 얻어먹기만 해서 이번에는 미니 언니와 내가 꼭 사고 싶다고, 저번에 만난 대만 친구들을 한국음식점에 데려왔다. 한국음식이라면 우리가 계산하도록 둘 것 같아서 이곳으로 장소를 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대만에 대해 아직 잘 모르므로 식당은 친구들이 예약했다. 삼겹살이랑 치킨이랑 파전이랑 시킬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시킨 것 같다. 다음날 깨어나서 카드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20만 원이 찍혀있던 것을 보면 아주 진탕 먹고 진탕 마시고 안 봐도 비디오였다. (맛은 별로이니 다른 한식집을 찾길 바란다.)


내 친구의 친구는 저번에 만났던 승무원 여자 친구와 함께 왔다. 우리가 소맥 마는 법을 알려주었는데, 저 친구가 해맑게 웃더니 더 현란한 손놀림으로 소맥을 말아댔다. 그 광경이 너무 웃겨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첫 번째 사진을 자세히 보면, 친구가 (모자이크 사이로도 분명히 보이는 해맑은 미소로) 소주잔을 젓가락위에 올리고 소주잔을 다시 올리고 올리는 어마무시한 폭탄주를 제조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대만 회사 회식도 저런 식으로 하는 건지.. 아니면 한국 음식점을 꽤나 다녀본 건지 날라리인 건지 양주로 말아본 건지 순간 그의 과거에 대해 많은 상상들이 오고 갔다. 


3차까지 가는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이 친구가 곧 해외로 출장을 가는데, 본인의 집을 나와 미니 언니에게 빌려주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친구는 타이베이에 집이 두 채가 있는데, 한 곳이 본인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이고 나머지 한 곳은 인테리어만 해놓고 아직 입주를 안 했다고 했다. 새로 인테리어를 해놨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 세를 줄 생각은 없고, 본인의 친구들은 다 담배를 피워서 친구들에게 빌려주는 것도 싫은 참에 잘되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는 습해서 누군가 집 관리를 안 해주면 집이 상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쉽게 자신의 집을 빌려주겠다고 말하는 이 친구가 참 대단해 보였다. 나는 무조건 ok였지만, 미니 언니는 조금 생각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친구와 친구지만 미니 언니 입장에서는 모르는 사이였기에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아직 그 시먼의 집도 선택지에 있기 때문에 천천히 시간을 갖고 고려해보기로 했다. 선택지가 순식간에 두 개로 늘어났다. 





#타이베이 짜장면 #韓華園 #한화원  



해장으로 짬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사람 버릇은 못 고친다고 나는 원래 짜장 파여서, 아무리 짬뽕을 생각하고 가게에 갔어도 결국 짜장으로 돌아섰다. 미니 언니는 짬뽕을 시키고 나는 간짜장을 시켰다. 그리고 탕수육도 시켜서 나누어 먹기로 했다. 음식을 먹을 때, 김치를 거덜 내는 타입인데 이와 마찬가지로 짜장을 먹을 때 단무지도 거덜 낸다. 하지만... 이 식당은 특이하게도 단무지를 돈을 받고 팔았다. 그리고 어마 무시한 양으로 단무지를 내어주었다. 나는 단무지를 금처럼 아껴먹어야 했다. 한국식당은 반찬 무한리필이 '정' 아니었던가... 


음식은 무난한 맛이었다. 사실 한국에 있었으면 좋다고 먹지는 않았을 터였는데, 먹으면서 그런 대화를 나누기는 했다. 

우리는 막 한국에서 들어와서 입맛이 지금 까다로운 거고, 아마 한두 달만 지나도 이 정도면 최고 맛집이라고 극찬하며 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대화. 그리고 그 상상의 결과는 앞으로의 나의 글 뒤편에 이 짜장면 집이 등장하냐 등장하지 않으냐에 따라 나누어 볼 수 있겠다.




#石二鍋 #12鍋 #스얼궈



여행으로 대만에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스얼궈를 꼭 먹어보라 말했다. 근데 생긴 모양이 꼭 일식샤브샤브같아서 한 번도 먹으러 가지 않았었다. 무조건 마라탕이 있는 곳으로만 갔었다. 이번에는 여행이 아니고, 나에게는 긴 시간이 주어졌으므로 속는 셈 치고 한번 가보기로 했다. 스얼궈는 인기가 매우 많아서 늘 대기줄이 길게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스얼궈 어플을 다운받아 미리 번호표를 받았다. (나는 줄 서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내가 뚱땅뚱땅 어플을 다운받아 번호표를 받고 이래저래 시간을 단축하는 모양을 본 미니 언니가 현지인 아니냐면서 많은 칭찬을 해주었다. 해외생활을 많이 해보았고 또 중국어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찌 되었든 다른 사람들보다는 대만의 더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엉터리 집을 구한 점만 빼면 스스로를 칭찬해줄 만하다. 


스얼궈는 정. 말. 맛이 있었다. 줄 설 가치가 있다고도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일단 가격부터가 저렴하다. 고기 질도 괜찮은데 1인 훠궈기 때문에 다른 훠궈 전문점처럼 비싼 가격이 아니다. 한 명당 만원에서 2만 원사이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또한 그냥 간단한 간장 육수 같은데도 묘하게 감칠맛이 나는 것이 국물을 한번 떠먹고 고기를 먹고 있는 와중에도 또 다시금 국물을 먹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맛의 끌어당김이 있다.  




#緒食一鍋小麻辣 #一鍋小麻辣 #마라훠궈



스얼궈와 대조되는 미니 마라훠궈 집도 왔다. 이때까지는 야쉬에, 오리선지를 먹지 못해서 오리선지만 나오면 미리 옆으로 빼두었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저 초록 괴물도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지 마자 숟가락으로 오염된 공간까지 떠서 다른 그릇에 옮겨두었다. (초록 괴물은 고수를 말한다.) 이 집도 정말 맛있었다. 가격도 팔천 원 정도인데 면까지 준다. 훠궈에 넣어먹는 면이 아니라 비빔면처럼 따로 나온다. 아쉬운 점은 밥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고 매운맛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 두 개였다. 그 외에는 아주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가격이 특히 좋았다. 밥도 비벼먹고 싶어서 나중에는 포장을 해서 집에서 밥이랑 먹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집을 떠나기로 결정이 났다. 


나의 악몽 같은 보금자리. 정말 잠시나마 대만 현지인이 될 수 있게 해 준 말 많고 탈 많던 그곳. 

집주인이 거래 파기이기 때문에 보증금으로 낸 돈에서 한 달치 월세를 제하고 줄 거라고 말했다. 또한 이미 낸 한 달치 월세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슈얼슈얼 와이낫. 겨우 그 돈 때문에 나의 앞으로의 삶을 망칠 수는 없는 법. 나는 기꺼이 드리겠다고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한 달도 살지 않았기에 사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손해였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집주인이 마지막이므로 우리에게 음식을 해주겠다고 했다. 튀긴 연두부와 토마토 우육면을 해주었다. 연두부가 정말 맛있었다. 우리가 마구마구 칭찬을 해주니 집주인은 한국에서 가게를 차려도 되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와 앞으로의 대만 생활에서 또 마주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돈 때문에 서로 얼굴 찌푸리며 끝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런 안 좋은 집을 이렇게 비싼 돈에 우리에게 내몬 그녀가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스스로 인테리어를 하나하나 했기에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집은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거진 두 달치 월세를 손해 보았지만 그래도 2년을 계약하고 1달도 안되어 파기한 우리 때문에 그녀도 새로운 사람을 구해야 하는 적지 않은 손해를 본 것이기에 얼굴 찌푸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마지막 음식을 정성스레 대접해준 집주인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이 집에 한국인이 온다면 바짓가랑이 붙잡고 말리고 싶지만 그래도 그녀의 집에 (한국인 말고) 좋은 사람이 새로 들어가서 살기를 바란다. 


아디오스!





#屋頂上 #the top #양명산 야경  



이사가 결정이 되고 그 친구들과 함께 다시 양명산을 찾았다. 후카도 하고 맥주랑 칵테일도 마시고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저번과 다른 술집으로 왔는데 둘 다 비슷비슷했다. 여행으로 왔을 때는 굳이 양명산까지 택시 타고 와서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한 번도 와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기회가 닿으니 일주일에 두 번이나 찾아올 정도로 자주 오게 되었다. 대만의 겨울은 한국의 가을 같아서 친구들은 너무너무 춥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가을밤 쌀쌀한 정도여서 딱 좋았다. 미니 언니랑 타이베이 야경을 보면서 앞으로의 생활도 같이 열심히 해 나아가자고 다짐했다.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사는 며칠 뒤에 바로 하기로 했다. 친구가 곧 해외로 출국을 하니, 그전에 이사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우리가 관리비와 전기세, 물세, 가스비를 내겠다고 말했는데, 관리비는 본인이 일 년 치를 모두 미리 내어서 그럴 필요가 없고 우리가 사용한 공과금만 내주기를 부탁했다. 관리비와 물세, 전기세, 가스비 중 관리비가 가장 비싼데.... 누가 누구에게 부탁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이왕 도움을 받기로 한 거 그냥 생각 없이 많이 받겠다고 말했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현재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맞으니까 말이다. 



#浪味仙 #랑웨이시엔 #량웨이시엔  



zara home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또 하나 집어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가 없듯이 요새 편의점 가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내가 알던 맛과 내가 모르는 맛들로 온통 가득한 편의점은 또 다른 천국이었다. 중국어를 잘 못할 때, 전에 만나던 남자 친구에게 저 과자를 천사 과자라고 말했었는데.... 과자를 먹을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이 난다. 바른 인성이 무엇인지 내게 가르쳐준 정말로 올바른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 친구는 장거리의 이유로 나와 이별을 해야 했지만. 사실 계속 만나고 있었다 하더라도 금전적인 이유로 결혼까지 쉽게 가지는 못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 아직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면 참 돈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이 든다. 친구와 가장 최근에 한 연락에서 친구가 현재 여자 친구와 다툼을 해서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나는 왜인지 물었고, 그는 그가 여자 친구에게 저녁을 해주었는데 여자 친구가 맛이 없다고 화가 났다고 했다. 내가 단지 그 이유일 수가 없지 않으냐 네가 다른 걸 잘못했겠지!라고 타박했으나, 그는 바로 "내가 무언가를 잘못 할리가 없잖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수긍했다. 그와 2년 정도를 만났지만 그는 정말 무언가를 잘못할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럼 정말로 음식이 화날 정도로 맛이 없었나 봐."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약 많은 돈을 얻게 된다면 꼭 그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 인생이 공평하지 않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공평해서 친구가 올바르게 살아온 정당한 보상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착한 사람들이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雪花餅 #鹽酥鷄 #옌수지



대만 친구들의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갔다. 옌수지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많이 짜기는 했으나 통마늘과 오징어, 감자, 치킨 등을 바삭하게 튀겨 후추를 툭툭 뿌린 옌수지는 후라이드 치킨과는 비슷한 듯 또 다른 맛이 났다. 나는 이것저것 사이드 메뉴를 집어 먹는 일을 좋아해서 그런 나에게 옌수지는 오히려 치킨보다 안성맞춤이었다. 여럿과 있을 때 사진 찍는 일이 왜 이렇게 아직도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밖에서 셀카를 찍는 것도 그렇고 다 함께 있을 때 사진을 찍는 것도 그렇고 참... 용기가 필요하다. 

그 조그마한 용기가 없어서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 겨우 저 연유 캐러멜과 옌수지 사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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