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기차에서 내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뭐하지..."
나에게 주어진 열시간의 시간.
구글맵도 없던 예전에는 외국에서 숙소까지 찾아가는 길은 꼬박 반나절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는데. 위치와 방향까지 알려주는 현대 사회에서는 헤매고 싶어도 헤맬수가 없다.
그래, 예전이면 두시간 정도는 길을 찾고, 나에게 여덟시간 정도의 시간만 주어졌을 건데...
용기는 그새 어디로 도망가버렸는지 나에게 주어진 이 길고 긴 시간들이 야속해졌다.
하릴없이 무작정 가방을 챙겨 숙소 밖을 나왔다.
가장 근처에 있는 가장 귀여워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딸랑' 머리 위에서 관광지에서 살법한 종이 살살 울렸고, 이어서 할머니 한 분이 저 안쪽에서 건강한 발걸음으로 나오셨다. 내가 첫 손님이었나 싶을 정도로 과한 친절로 메뉴판을 보여주셨다.
홍차와 홈메이드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혼자 여행을 할 때 가장 베스트는 창가자리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사람구경을 할 작정으로 이번에도 창가 자리에 가방을 놓았다.
할머니는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아 넓은 안쪽 테이블에 앉아도 된다고 하셨지만 여기가 좋다며 거절했다.
따뜻한 홍차와 정말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말그대로 '홈메이드' 샌드위치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네명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사실 이 가게가 카페일까 동네 분식집 느낌인걸까 궁금한 참에 그들이 어떤 메뉴를 시키는 지 지켜보기로 했다.
30대 후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 셋과 여자 한 명.
파니니와 커피, '홈메이드' 샌드위치와 우유 한 잔.
이 곳은 카페일까?
확실히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그 어떤 가게였다.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확히 해석은 안되지만 한명이 주도하여 이야기를 끌고 감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종류의 대화일지 듣는 이의 공감을 살법한 이야기 일지 생각에 생각에 빠지다 보니 어느덧 동네 카페-라고 보여지는 어떠한 가게- 에 계속 자리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되어 따스한 마중을 받으며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흥미롭다.’, ‘지겹다.’ 같은 지극히 나의 데이터에 의한 평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지치게 되었을 즈음 나는, 반대로 그들은 나와 대화를 나누며 나의 어떤 점을 지겹다 생각하고 있을까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나에게 엄격해 지고 있을 때, 나는 가장 괴로웠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책 쓰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단체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직 거절당해봄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일까? 누군가 나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왜 어째서 아직까지 건재한지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싶다.
여전히 홀로 떠나는 떠나는 여행은 외롭고 설레고 쓸쓸하고 ㅡ 희망차다. 생각하는 여행은 반드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나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칭찬하고 그러다 의심하고. 다른 이에 대해서도 묻고 칭찬하고 의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