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라 Sep 05. 2022

대만살기_ 푸롱여행 no.2 《1》

(이번엔 실패하지 않으리) 푸롱여행 no.2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5







슬금슬금 집에서 또 기어나왔다. 

대만정부가 기어나오지 말라고 말라고 소리를 질러대는데도 눈치를 살금살금 보다가 역시나 또 기어나오고 말았다. 


아픈 미니언니를 집에 남겨두고 새로 알게된 J언니와 만나기로 했다. 

밖에서 만나봤자 카페도 못가고 공원벤치에서 커피도 마시지 못하니 결국 또 내 머릿속에서 생각해 낸 것은 푸롱푸롱. 



약간 미안하니까 미니언니한테는 허락을 미리 받았다. 

언니는 또 착해서 흔쾌히 꼭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지난 번 푸롱여행에서는 도시락-> 5분가다 stop 이었는데 

오늘은 푸롱의 어디까지 보고 올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함께 되었다. 



J언니는 타이베이메인스테이션에 살아서 나는 송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언니랑 기차 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런 식의 만남. 

너무 좋다. 



약속시간을 안지키는 사람을 극도로 혐오해서 아무리 오래된 소중한 친구라도 다 인연을 끊는다.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습관이다. 아니 어쩌면 태생이다. 

바뀌지 않는건지 못하는 건지 아무튼 안바뀌고 못바뀐다. 







Q.

2시가 (바꿀 수 없는) 약속시간이고 

1. 이른 버스를 탔을 경우 1시 30분에 약속장소에 도착

2. 그 다음 버스가 2시 10분에 도착이라면, 

당신은 무슨 버스를 탈 것인가? 





A.

나는 무조건 1이다. 

그리고 2라고 대답하는 사람들과는 함께 여행도, 식사도 하고싶지 않다. 

나의 기다림보다 본인의 시간이 더 중요한 사람이니까. 











아무튼 그래서 이번 기차여행은 J언니와의 신뢰를 쌓기에 딱이라고 생각했다. 

첫번째 만남에서 언니는 말없이 40분을 지각했다. 

사정이 있다고 했다. 


두번째 만남에서도 언니가 지각을 한다면 우리는 같은 기차를 타지 못할 것이고 

그 후에 탄다고 하더라도 1시간정도는 후에 도착할 것이다. 

속절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 여행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또 혼자 떠나버리게 될 기차 안에서 상대방에 대해 재고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 말이다. 








다행히도 J언니와는 같은 기차를 타게 되었다. 

미니언니와의 여행과 마찬가지로 기차는 같은 속력으로 푸롱을 향해 달렸다. 











기차에서 내린 후에는 저번과 똑같았다. 이번에는 반대편 가게에서 도시락을 샀고 그 옆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집었다. 그리고 이 길이 익숙한 듯 언니를 이끌며 전동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로 향했다. 

가게 주인은 나를 못알아보는 듯 했다. 


그보다는 얼른 다음 장소에 가고 싶었다. 자전거대여 값을 지불하고 바로 푸롱숲 안으로 향했다. 


"자전거에 안다치게 뭐든 지 다 조심하세요!!" 

J언니에게 오지랖도 한두어번씩 부리고 말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명소,

사람들에게는 센과치히로에 나오는 터널 같다고 유명한 장소였다. 

원래는 이 안에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어서 더위를 피하기도 좋고 터널을 지나자마자 해안도로가 나와서 절경이라고 하던데,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모두 다 잠궈놓았다. 

그래도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앉아서 찍고 누워서 찍고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며 풍경을 누렸다. 








날씨가 참 무더웠는데, 신기하게도 터널안이 아니지만 커다란 나무들 덕분인지 바람도 솔솔 불고 시원했다. 

J언니는 중국어도 잘했다. 







푸롱은 별게 없었다. 자전거 타며 설렁설렁 바다바람 느끼며 반나절정도 시간을 보내는 타이베이 근교 여행지였다. 

더군다나 지금은 거의 모든 자전거도로를 막아놔서 갈 수 있는 곳이 정말 몇군데 없었다. 


차라리 시원한 곳에서 도시락을 까먹자며 언니랑 이 곳에 자리를 펴기로 했다. 

전동자전거도 그런대로 편해서 전동자전거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얼마 전 먹었던 도시락 집이랑 맛이 비슷했다...

어디가 원조일까 고민하지 말고, 정말 ! 아무데서나 끌리는 곳에서 사먹어도 무방할 것 같다. 


언니는 대만에서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고 대만 친구들도 많고 직장도 번듯하게 있어서 

당연히 대만 돼지고기 향신료 냄새 풀풀 나는 이 도시락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미니언니라면 밥이랑 소시지 집어먹다가 못먹었을텐데...


갑자기 미니언니 생각도 났다. 

점심은 챙겨먹었으려나...! 

미안한 마음도 들어서 J언니에게 저녁은 타이베이에 돌아가서 미니언니랑 함께 먹자고 했다. 

미니언니는 내가 이곳 저곳 가자고 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소개하는 것을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은 같이 저녁을 먹고 싶었다. 

곧장 언니에게 메세지를 보내 저녁을 함께하자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풍경을 바라볼 때, 

그립고 생각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다음번에 또 푸롱여행에 온다면, 그때는 미니언니와 J언니의 추억이 겹겹이 쌓여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대만살기_ 이 와중에도 새로운 인연은 생기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