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라 Sep 07. 2022

대만살기_푸롱여행 no.2 《2》

 (이번엔 실패하지 않으리) 푸롱여행 no.2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5







점심도시락을 먹고 전동자전거로 푸롱마을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는 막혀있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여행을 온 기분이라 너무 좋았다. 


드디어 보게 된 바다. 

들어갈 수 없게 펜스를 쳐놓아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은 아녔지만 나름대로 운치있었다. 

서핑레슨 광고도 있는 걸 보니 코로나가 없던 여름에는 푸롱바다도 사람들이 가득했던 것 같다.





푸롱바다






기찻길









기찻길은 늘 예쁘다. 

예뻐서 우리도 폭 담겨서 한장 남겨보았다. 

이렇게 비교해서 보니 J언니 자세가 진짜 바르다. 

역시 사운드바디 사운드마인드 인가보다. 





미니언니가 오늘 병원에 가고싶다고 해서 푸롱에 딱히 더 할 것도 없고... 한바퀴만 더 돌다가 타이베이로 돌아가기로 했다. 

같이 병원에 갔다가 저녁을 먹기로! 







여행이 끝나기 전 남기는 나의 사진. 








푸롱 기찻길

멋내지 않은 기찻길 앞 빨간 화분이 푸롱을 잘 나타내준다. 

예쁘게 색칠되지 않은 바랜 페인트도 푸롱답다. 





자전거길이 훤히 다 열렸을 때, 다시 한 번 더 오고싶다. 






기차를 기다리며 J언니와 결혼이야기를 했다. 

언니는 아직 결혼을 안했다. 언니가 결혼에 관해 내가 생각해보지 않은 한가지의 가설을 말했다. 





"저는 스물여섯부터 결혼하고 싶었어요." 

"왜 그렇게 일찍부터 결혼하고 싶었어요?"

나의 말에 언니는 반문했다. 


"저희집은 화목해서요. 그게 참 행복했어요."

내가 대답했다.



"화목한 집에서 자란 사람들이 일찍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되려 늦게 결혼하는 경우도 많은거 알아요?"




신기한 말이었다. 가정을 꾸리면 행복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왜 늦게 결혼하지? 

아니, 그보다 나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서 일찍 하고 싶었는데도 못한건데...?

나의 궁금증에 언니는 바로 그 정답을 알려주었다. 




"되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님 사이가 안좋았던 친구들이 갑자기 일찍 결혼해버리는 경우도 또 많아요."



"집이 화목한 가정의 일반적인 조건은 부모님 사이가 좋은거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집에서 조차도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한다던지 가족끼리 심하게 다툰다던지 하는 일들이 생기죠. 

그럼 예를들어 유라씨를 봐봐요.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금술이 좋았는데도 싸웠어요. 

내가 어떤 남자를 만나요. 그 남자랑 미래를 꿈꿔봐요. 그럼 이런 생각이 나겠죠?

"내가 우리 부모님만큼 이사람이랑 살 수 있을까?"

부부사이의, 화목한 가정의 최소기준이 이미 높아져 있는거죠."




정말로 생각해보지 못한 이유였다. 그런데 내 과거 연애들을 되짚어 봤을때 실로 맞았다. 

이런 사람이랑 살 수 있을까? 이 사람이랑 행복할까? 하는 기준이 더 박하고 더 높은 게 맞는 것 같다. 




가장 단순한 한가지 예로, 

스무살 즈음 사귀던 남자친구가 나와 말다툼을 하는 중에 언성을 높였다. 

그때 들은 생각이 "우리 아빠는 집에서 소리지른 적 한번도 없는데..." 였다. 



그 후로 남자친구가 다툼 중에 소리를 지르며 위협할 때 마다 

'이 사람하고는 못만나겠다.' 는 생각을 했다. 

연애는 하더라도 결혼은 절대 못하겠다.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니, 그럼 저 어떡해요? ........기준을 많이 낮출까요....?"



내 말에 언니는 어이없다는 듯 그저 웃었다. 










高麗園銅盤烤肉 






타이베이로 돌아와서는 또 후딱후딱 시간이 갔다. 푸롱에서는 느리게 가던 시간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후다닥 지나갔다. 

미니언니랑 병원에 가서 통역을 도와주고 다같이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셋이 함께 한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처음 시켜보는 곳이었는데 파는 메뉴가 조금 특이했다...

닭죽이랑...짜장면이랑..치킨이랑...파전이랑..떡볶이랑...돼지고기쌈이 3인세트메뉴였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김치도 준다하고 한국음료수도 세개 준다고 하고.. 대체 어떤 음식이 오려나 하고 모험할 겸 시켜봤다. 


짜장면은 일반적인 중국집 짜장면은 아니고, 엄마가 시도해본 달다구리 짜장면 같았다. 다 맛있었다. 

물론 모든 음식이 예를들어 떡볶이 전문점에서 파는 떡볶이다. 그러면 다음에 안시켜먹을 것 같지만, 여기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었고 그렇게 먹기에는 모두 다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쌌다. 이렇게 600얼마였다. (한화 2만원대)

우리가 나름 계산기를 두드려봤는데, 일단 저 김치만 산다고 해도 이득이었다. 한국김치는 마트에서 비싸게 팔아서 우리끼리 김치 필요하면 여기서 가끔 시켜먹어도 될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번도 못들어 본 음식점인데 운이 좋았다. 





언니들 2명이랑 오랜만에 왁지지껄 복닥하게 시간을 보냈다. 

역시 난 사람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그런 시간들이 있어야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만살기_ 푸롱여행 no.2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