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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Oct 17. 2022

대만살기_ 神經病(정신병) 사건

神經病(정신병) 사건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6





오늘 내가 먹은 것_

서브웨이 아보카도 추가한 샐러드. 

참치캔 들이부어서 만들은 참치샐러드. 

닭가슴살 삶아서 만들은 닭가슴살샐러드. 

삶은 달걀과 사과 반쪽. 

하루죙일 입에서 풀내 날 것 같다..

너무 잠을 못자서 이제는 내가 좀비인지 뭔지 싶을 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짜증스런 그...

로니에게 영상통화가 오랜만에 걸려왔다. 

그는 역시 오늘도 짜증나게 한마디를 시작했다. 

로: 너 얼굴 진짜 해골같아. 

나: 알아.. 잠을 못자서 그래. 

로: 눈 주변도 엄청 거뭇거뭇해.. 보기 흉해.

나: 응. 잠을 못자서 그래. 

싸울 기운도 없어서 대충대충 알았어알았어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로: 잠을 못자면 병원에 가. 미련떨고 있지 말고. 

나: 수면제를 그렇게 쉽게 먹으면 안좋잖아. 

로: 니가 의사야?

나: 그건 아니지만

로: 바보처럼 있지말고 방법을 생각해서 일을 해결해. 

나: 알겠어. 병원은 좀 그러니까 일단은 드럭스토어에서 약을 사볼게. 

전화를 끊고 로니는 매 시간마다 드럭스토어에 갔는지 어쨌든지 확인을 해댔다. 

나는 짜증이 팍 났지만 일단 수면유도비타민 같은 거라도 있으면 확실히 편하겠다 생각해서 드럭스토어로 향했다. 

드럭스토어에서 직원분께 잠을 못잔다고 혹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엄청나게 비싼 수면유도 차 같은것을 추천해줬다. 

가격이 9만원 정도였다. 

어학당비도 최근에 내서 돈도 부족한 마당에,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9만원짜리 차를 사고싶진 않았다. 

인터넷에서 자세히 찾아본 후에 아이허브 같은곳에서 구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로니에게 또 전화가 왔다. 

로: 약 사러 갔어 안갔어?

나: 왔는데, 너무 비싸서 좀 생각해보려고. 

로: 넌 진짜 머리가 있어? 가격이 문제야? 

나: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아서 더 찾아보려고. 

로: 아까부터 말하고 있지만, 니가 의사냐고. 

나: 아니. 

잠도 못자서 정신도 없는데 다그치는 짜증섞인 로니의 말에 기분이 너무 상해서 처음으로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곧장 다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자 로니는 화가나서 나한테 내내 라인으로 욕을 퍼부어댔다. 

그러다 부모님 이야기가 나왔다. 

로: 바보같이 행동하지 말고 행동을 똑바로 했음 좋겠어. 

나: 나를 걱정하는 거면 걱정하는 말투로 상냥하게 말해. 이런식으로 소리지르지 말고. 

로: 말을 안들으면 화를 내는 건 당연해. 

나: 우리 부모님은 나를 이런식으로 걱정하지 않아. 니가 날 진짜 걱정하는 거라면 태도를 바꿔. 

로: 니네 부모님이 널 오냐오냐 키워서 그렇겠지. 

나: 뭐라고? 

로: 너네 부모님이 널 그렇게 키운거라고. 

나: 그럼 너는 어떻게 자랐길래 할말 못할말 구분도 못하니? 

로: 못할 말이라는 건 없어. 

나: 아니. 그런건 있어.

로: 神經病

나: 믿을 수 없다. 그만 연락해. 

神經病은 한국어로 정신병자라는 뜻이다. 진짜 너무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여자친구한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사람들이 남자는 무성영화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말보다 행동을 봐야한다고. 

로니를 음소거 시키고 행동만 본다면, 어쩌면 그의 행동들이 정당화 될 수도 있겠다. 

잠 못자는 여자친구를 걱정해서 약을 사러갔는지 계속 전화하고 확인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진짜. 언어도 중요한 거 아닌가?

분노에 분노에 분노가 차서 말도 안나왔다. 

생전 이런 대화는 처음이었고, 뭐 이런새끼가 다있나 싶었다. 

미니언니에게 말했더니, 다 필요없고 당장 짐을 싸자고 그랬다. 

두번째 가출을 감행해야 하나 하고 있을때 J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J언니는 대학교도 대만에서 다녔고 직장생활도 했었기에 대만문화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언니에게 물어봤다. 

언니는 사연을 듣더니, 대만친구들에게 물어봐 준다고 말했다. 

 몇시간 뒤 언니에게 답장이 왔다. 

J:    대만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정신병이냐는 말은 장난으로도 대만에서 많이 쓰인대요...

그래서 바보아냐?같이 사용한다고.. 사실 좀 애매하다고 친구들이 그러네요.

나: 네?.............. 정신병 소리를 장난처럼 한다구요? 

J:    그렇대요. 그런데 확실히 진지하게 싸우는 중에 저런 말을 한거면 문제가 있는 건 맞죠. 

그런데 한국말에서 "정신병자냐?" 이거랑은 느낌이 다르대요. 

나:   그러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너 바보냐? 라고 장난치듯이 할 수 있고, 진지하게 싸울때도 무서운 말투로 너 바보냐고! 

할 수 있듯이 소리지르고 기분나쁜 말투로 말을 하는 거에는 당연히 잘못이 있지만, 

심각한 육두문자같은 단어를 썼다고 볼 수는 없다는 거죠? 

J:   네 맞아요!

 그 상황에서 그사람의 말투와 행동은 잘못됐지만 저 단어가 엄청 문제 있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J언니와의 통화 이후 더 마음이 복잡해졌다. 

국제연애가 진짜 이렇게 힘든거 였구나. 

나는 아직도 정신병자라는 단어가 머리와 가슴에 콕 박혀있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기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나를 상처줄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타인보다 내 곁을 준 사람들이 나를 더 깊이 상처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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