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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시 Jul 25. 2022

1. <뉴 프로젝트>

서른 즈음에

회사에서 짤렸다. 


 속으로는 수 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졌지만, 막상 회사에서 나올 때 눈물이 나더라. 서른에 모은 돈 6천, 마이너스 통장이 아닌 걸로 좋아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회사에서 나오던 날, 나는 김동률의 <출발>을 들으면서 끊었던 담배를 피웠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나만 그런 걸까?  회사에서 짤린 후 나는 한 달을 방황했다.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했지만 뭐 그냥 말 그대로 방황이다. 도서관에서 책도 많이 읽었다. 현실을 돌아보니, 나는 치열하게 살지 않았나 보다, 나이 서른에 딸링 6천 내가 생각해도 한심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냥 글을 쓴다. 




<김동률- 출발>



 사실 지금 돌아보면 좀 멍청하게 살았던 거 같다. 내 프로젝트의 성과는 동기였던 유대리가 다 가져갔다. 썅년 뭐 그래도 덕분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울 수 있게 된 거에 감사해야 하나. 넌 오래 살아라 유대리. 어쨌든, 덕분에 확실히 깨달았다. 찬 밥 더운밥 가릴처지가 아니라는 걸. 그래서 난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이게 <뉴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담당자님들 작가 신청 좀 허락해주세요. 뭐라도 꾸준히 할 테니까. 


 나 같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들을 위해 내가 경험한 것, 도움이 될만한 것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내 인생 망해가며, 얻은 대가로 남의 인생에 조언이라도 해줘야 뭔가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자기 계발서긴 한데, 그냥 누군가 우연히 읽고 단 한 줄이라도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뭐 돈도 벌 수 있으면 더 좋고. 어쨌든, 노래 가사처럼 별거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출발해보자. Don't forget 22.07.15


 1-1 인생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다.


  나는 직장에서 짤리고 우선 뭘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정말이지 할 게 없었다. 저녁에 친구 만나서 술 마시는 거 빼곤 말이지. 정말 무색무취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존재 그게 나라는 사람이었다.  안 그래도 날씨가 더워서 짜증 나 죽겠는데. 어디 시원한 곳 없나, 하고 찾은 곳이 도서관이었다. 나도 몰랐다. 여기가 <뉴 프로젝트>의 연구소가 될 줄은.


창원시 <의창도서관>


 나는 그렇게 에어컨을 피하기 위해 책을 읽게 되었고, 내가 찾은 책은 <미생>이라는 만화책이었다. 내가 워낙 좋아했던 드라마였기도 했었고, 나도 모르게 읽었다. 대한민국 직장인이었다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만화책 <미생>은 나를 다시 한번 웃고, 울게 만들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드라마 <미생>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드라마를 보면서 했던 초심을 다시 찾기 위해. 드라마 <미생>은 여전히 재밌었다. 내가 다시 보면서 깨달았던 것은 나는 선택을 잘못했다는 것이었다.


 <미생>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선택의 순간들을 모아두면 그게 삶이고 인생이 되는 겁니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게 결국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가 이 옥상에 올라온 지 5분이 지났어요. 잊지 마십쇼. 이 5분이, 이 옥상에서의 5분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최고의 5분이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등가교환의 법칙을 기억해냈다. 왜 이 간단한 진리를 나는 잊고 살았던 걸까? 내가 유 대리처럼 김 부장님한테 사회생활을 잘했더라면, 자존심 다 버리고 프로젝트 끝까지 해보겠다고 우겼다면, 그러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 선택들이었다. 그런 선택들이 모여서 유 대리는 승진을 했고, 나는 버림받았고. 중요한 사실은 내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지도 모르는 드라마 <미생>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선택에 의한 일이다.' 이것이 <뉴 프로젝트>의 모토가 되었다. 직장도 잃었고, 동료도 잃었고, 남은 거라곤 내 고향 친구들, 가족들밖에 없었지만 나는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아니, 다른 선택들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일단 도서관에서 많은 책들을 읽어보기로 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앉아있을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책들을 읽었다. 도움이 되는 책들도, 도움이 안 되는 책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도서관에서의 시간들은 나를 바꿔놓았다. 역시 사람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변하나 보다. 그렇게 많은 책들을 읽어보니, 나는 회사생활에서 생각보다 얻은 게 많지는 않아도 있기는 있었다. 인내하는 법, 실패에 대처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이런 것들은 나와 평생을 함께하는 것들이다. 그렇게 나는 점점 변화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달리기 시작했다. 군대 전역하고 구보는 처음이었다.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특근, 야근, 회식으로 인해 내 몸은 정말 쓰레기가 되었다는 것을. 뭐 생각해보면 이것도 선택의 대가가 아니겠는가. 특근, 야근, 회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동기인 유대리보다 대리는 일찍 달았으니까. 그때 더 놀릴걸.  어쨌든 처음엔 하루에 10분 정도 달려도 토할 것 같았다. 근데 지금은 달리는 게 조금은 즐거워졌다. 정말 놀라운 변화다. 실패에 익숙한 내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 내가 달릴 때마다 제일 많이 듣는 노래를 추천해주자면, 개인적으로 GD의 <삐딱하게>를 추천한다. 왜, 와이? 노래 가사처럼 영원한 건 절대 없다. 성공도 실패도 영원하지 않다. 당신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당신은 30분을 자는 데 사용할 수도, 공부하는 데 사용할 수도, 달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당신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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