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하여
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순간을 일제히 담으려고 하는 장면들을 꽤나 좋아한다. 사람들이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어쩔 수 없이 카메라 렌즈를 가져다대는 일련의 어떤 장면들.
예를 들면 버스기사님이 사거리에서 신호가 걸려 버스가 멈춘 사이, 잠깐 내리셔서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돌담길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으시는 장면. 그 옆으로 지나가는 할머니, 고등학생, 아저씨, 유모차를 끌고가던 사람, 어떤 연인들, 너나 할 것 없이 꽃을 담는 그런 장면들이 보면 좋아서 빙긋 웃게 된다. 학술적으로는 식물의 생식기관이라 할 수 있는 꽃을 사람들은 왜 그렇게 좋아할까, 매년 봄마다 몇 번이고 꽃은 폈다가 졌다가 또 피는데 왜 또 매년 좋을까, 우리는 꽃을 찍고, 꽃 앞에 선 누군가를 찍고, 꽃 앞에 선 나를 찍고 우리를 찍는다.
지하철을 타고 갈 때 갑자기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이나 또는 한강을 지날 쯤에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푹 숙였던 고개를 들고 창 밖에 지나가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다. 그들 중 누군가는 두 눈에 가득 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카메라에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기도 한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 그리고 열차 창밖으로 지나가는 하늘을 보면 문득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일상이 고되고 녹록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함께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살 만하다고 느끼는 감각이 생경해진다.
어떤 멋진 장소에 갔을 때 사진을 찍어 애정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마음들도 좋아한다. 너랑 같이 보고싶었어, 우리 다음에 꼭 오자, 보고싶어, 사랑한다 와 같은 마음들을 사진에 녹여 담아 보낸다는 게 좋다. 그 영원 같은 순간 속에서 생각난 너와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 있고 싶었다는 거니까.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정말 보고싶은 사람이 가장 먼저 생각나곤 하니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너랑 함께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제니의 말에 대한 답으로 한 "함께 있었어."라는 대사처럼. 그런 순간들은 영원이 된다. 그렇게 지속의 순간들이 된다.
누가 그렇게 하자고 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은, 그렇게 되고야 마는 것은 아름다움이 너무나 순간에, 부여잡고 싶은 아깝고 아쉬운 찰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중 해가 질랑말랑한 시간들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초를 쪼개듯 지나가며 변화하기에. 그 아름다움에 영원이 깃들도록 저장하고 싶은 것. 그래서 영원히 아름다운 순간으로 지속하도록 두고싶은 것.
그러므로 나는 우리가 존재했던 수많은 순간들 속에서 100장 넘게 찍은 사진 중 베스트 컷 1장이 아니라, 정말 공들여 찍은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싶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사진에 담지 못할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고 싶다. 그런 장면들을 앞으로 기꺼이 더욱 더 누리며, 충분히 더 많이 보고싶다. 때로는 그 아름다운 장면 속 한 귀퉁이 안에 들어가 보고싶다.
영원 속에 순간으로,
순간 속에 영원으로.
글 성지연 | 그림 Seula 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