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두 달 지내는 동안 묵었던 집 바로 밑에는 작은 술집이 있었다. 어두컴컴한 그 술집은 꼭 동굴 같았는데, 틀어주는 노래랑 공간이 참 잘 어울렸었다. 집 바로 밑이라 밤늦게 가도 무섭지 않았고, 큰맘 먹고 차려입고 가지 않아도 되는 게 편했다. 그곳에 데려가는 친구들마다 다들 좋아라 해서 부심은 커져만 갔다. 무엇보다 혼자 가도 주인이 늘 기다렸다는 듯 반겨주며 동네 축제나 행사 정보를 알려줬다. 단골 술집이 있다는 건 그렇게나 마음이 든든한 일이었다. 작년에 이사 온 이 동네에서는 단골 술집을 아직 개발하지는 못했지만, 내게는 한강이 있다! 푸른 하늘과 해 질 무렵, 화려하고도 고요한 밤의 한강. 조깅하러 가고, 맥주 한 캔 따러 가는 한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