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나 나라마다 다른 생활양식을 발견하는 건 늘 재밌고, 그런 주제의 대화는 절대 지겹지가 않다.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생각을 듣는 것도 재밌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의 식문화를 신기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저녁 식사 메뉴를 아침으로도 먹을 수 있는 점이나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커피의 인기는 계속된다는 점, 피자 위 어마어마한 토핑 종류와 양 (고구마나 크림치즈 같은)에 주로 감탄을 하는 것 같았다.
대학교 2학년 때 기숙사 룸메이트는 내가 만든 비빔국수가 찬 음식인 걸 알고 기겁을 했었다. 어떻게 면을 차게 먹느냐고, 면은 국물이 있든 없든 따뜻해야 하는 음식이라고. 내가 비빔국수 요리를 하면 제발 면을 찬물로 헹구지 말고 따뜻한 채로 달라고 했었다. 나는 찬 국수 맛을 모르고 어떻게 평생을 살아왔냐고 면박을 주곤 했지만 서로 다른 식문화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최근에 산책하다가 을밀대라는 평양냉면집을 마주쳤다. 평양냉면 겨울에도 합니다,라고 벽에 적혀 있었다. 룸메이트가 이 문구를 본다면 또 고개를 절레절레할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냉면을 가위로 직접 잘라먹는 모습을 봐도 분명 재밌어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