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 yoon Mar 29. 2022

모험과 신비의 나라, 롯데월드로!

꼭 한 번, 해볼 인생 환상의 경험


붐비는 인적 하나 없이 무섭도록 고요한 잠실역. 그곳 지하로 이어진 상점가를 지나 롯데월드로 가는 길, 한때 가장 특별했던 나의 출근 루틴이었다.


개장 전의 놀이공원은 이제 막 빛이 동트는 이른 아침 새벽녘 같았다. 유니폼을 갈아 입고, 그곳에 입장할 때면 그 때문인지 늘 기묘한 소름이 동반되고는 했다.


Photo by Brian McGowan on Unsplash


푸른 하늘 아래, 거대한 기구들이 웅장한 소리를 내면서 한데 움직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공간을 가득 울리는 밝은 노랫소리. 그 순간, 동심의 한가운데에 놓인다. 환상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세상, 놀이공원의 낮과 밤을 함께 하는 일은 이토록 행복한 일이었다.


"모험과 신비의 나라, 롯데월드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핸디형 마이크를 착용하고 열심히 목이 터져라 외쳤다.


"나 왔어! 그다음 어디야?"


어느새 내 옆에 온 동기가 툭 어깨를 치고선 마이크를 가져갔다. 롯데월드 캐스트의 하루 일과는 흔한 파트 타임 방식이었다. 여러 개 기구를 캐스트들이 일정 시간 돌며 담당하는 것이다. 캐스트의 스케줄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구 운행 시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시간 엄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었다.


"나 퍼레이드!"


그리고 또 하나, 퍼레이드다.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캐스트는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전, 퍼레이드 동선을 따라 안전선을 설치하는 일을 맡는다. 각 팀마다 구역이 정해져 있고, 퍼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제 자리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일은 아니었다. 적당히 호응도 하며, 즐기다 보면 시간도 금방 가는 편이기 때문에 일의 강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금방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최대 단점이 있기도 하다.




하루의 마지막, 심야 퍼레이드를 가장 좋아했다.


해가 지는 시간을 기점으로 미묘하게 달라지는 텐션이 좋았다. 어딘가 벅차오르기도 했다. 한낮의 놀이공원도 좋지만 야경이 번쩍이는 밤의 롯데월드는 특히 장관이었다.


Zichuan Han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일을 하다 마지막 퍼레이드를 볼 때면, 늘 꿈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귓가에 아득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 몽롱한 꿈 속처럼 지나가는 퍼레이드 장면. 이 일련의 순간을 눈에 담을 때마다 말로 표현 못할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취업을 이유로 그곳에서 더 오래 있진 못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분명 나에게 평생 갈 추억이 되었다. 롯데월드의 모든 불이 켜지고 꺼지며, 노래가 흐르고 끊기는 모든 순간에서 나는 존재했다.


피로감이 눅진하게 눌어붙은 와중에도 행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살면서 꼭 한 번쯤 해봐야 할 경험임이 분명했다.


종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쁘게 돌아다녀도 거뜬한 체력이 만반으로 준비되어 있다면 모험과 신비의 나라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을 테니.


작가의 이전글 아무래도 커피를 끊는 건 못하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