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기에도 아기 같은 소녀가 문 앞에서 삐쭉거리다가 살며시 문을 연다.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더니 여기 마미공방이 맞나요? 하고 묻는다. 누가와도 아직 당황하기 바쁜 나는 너무 앳된 얼굴의 소녀의 물음이 신기해서 제대로 답도 못하고 얼굴을 바라보기 바빴다. 지난번에도 왔었는데 문이 닫혀있어서 다시 방문했다고 해서 또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 지경..
'오고 싶었어요 여기-'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된다는 귀여운 소녀는 내 책, '마이 캔들 스토리'를 품에 꼭 안고 공방을 한참이나 기웃거렸다. 너무 어려 보이는 친구라 한번 놀라고, 도서관에서 빌린 내 책을 꼭 쥐고 있어서 또 놀랐다. 책을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은 가끔 있었지만 이렇게 어린 친구에게도 읽히고 있다니 새삼 너무 대단한 일 같았다. 책이 너무 좋아서, 본인도 캔들을 너무 만들고 싶어서 몇 번이나 읽었다며 어떤 캔들이 예뻤는지를 소곤소곤 말해준다.
'책에는 언니 얼굴이 없어서요 어떻게 생겼나 너무 궁금했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책 보는데 다들 언니 손이 너무 예쁘댔어요.'
'언니는 얼마나 공부했어요? 나는 맨날 만들면 실패하는데 언니는 왜 이렇게 예쁘게 잘 만들어요?'
수없이 많은 질문들을 늘어놓고 캔들을 쥐었다 놓았다 반복하고 수줍은 미소를 한껏 보여준 귀여운 친구. 괜히 내가 더 쑥스러워서 멋쩍게 웃어 보였다. 들어오자마자 팜나무 뿔 캔들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더니 결국 하나를 사겠다고 집어 들었다. 한참 어린 소녀에게는 거금일 텐데..
'이건 실패작인데 너한테 줄게. 나도 실패하고 못난이도 많이 만들어. 늘 잘 만드는 건 아니야~'라고 말해줬다.
친구들에게 실패작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했더니 본인에게도 달라고 해서 자주 놀라오라고 실패작 준비해놓겠다고 말해주었다. 학원도 안 다니고 방학이라 한가하다며 환하게 웃는 친구에게 앞으로 자주 오라고 티라이트 캔들까지 손에 쥐어 보냈다.
처음 온 날은 이제 6학년이 끝난다고 아쉬워하던 정말 애기였는데, 그 뒤에 어린 동생과도 함께 와서 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중학생이 되는 슬픔에 대해서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하고 무서운 친언니들에 관해서도 늘어놓았다. 아직 어린 탓인지 나를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큰 언니 또래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이제 스무 살쯤 되었냐고 묻길래 너보다 스무 살이나 더 많아했더니 믿기지 않는 얼굴로 쳐다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며칠 전엔 친구 손을 잡고 평일에 왔길래 방학도 아닌데 무슨 일일까? 했는데 중간고사가 끝나 너무 신이 났단다. 테스트 중이었던 캔들 하나를 손에 쥐고 이건 처음 보는 건데 뭐예요? 하고 물어 샘플용이고 판매할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 라고 하니 그럼 희귀템이니까 본인이 사 가겠단다. 단골처럼 말해서 또 웃음이 났다. 캔들을 챙겨주니 이건 나만 가지고 있고 싶으니까 앞으로 더 만들지 말아요 라고..
중간고사가 끝난 날은 너무 신나는 날일 테니까 좋은데 놀러 다니는 거야.라고 짐짓 충고를 해 주니까 여기가 좋은 곳이고 좋은 곳으로 놀러 온 거예요.라고 어른 같은 소리도 한다.
이 꼬마 손님을 보면서 생각한다. 내 나이 13살이었을 때, 나는 무언가를 그렇게 좋아하고 흥미를 느낀 적이 있었을까. 혹은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 누구에게 선물하는 즐거움을 알았을까. 용기 내서 찾아오고 말을 걸고 메일을 보내는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종종 찾아오는 소녀에게 늘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어른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