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아서 다시,

by youyou

블로그에 댓글이 달렸다. 방문하고 싶은데 언제가 괜찮냐는 물음에 공방에 있을 것 같은 시간을 일러주고 편하게 오시라고 혹여 길을 못 찾으면 연락 달라고 답변을 달았다.


그렇게 온 사람은 몸이 무거운 만삭의 임산부였다.


집이 대구라고 해서 놀랐는데 다행히 친정이 서울이라 겸사겸사 한번 와 보고 싶었다고 대구에서는 꽃을 만지는 일을 하고 있는데 캔들도 배워보고 싶다고 나중에 몸이 좀 가벼워지면 꼭 오겠다고 했다. 쉽게 방문하기엔 너무 먼 거리에 살고 계시고 아마 대구에도 좋은 곳이 있을 거라고 말을 건넨 뒤에 예쁜 아기 잘 나으라고 배웅해드렸다. 무거운 몸으로 여기까지 방문해 준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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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날이 왔다.


급하게 수업 스케줄을 잡으셨다. 아이와 함께 서울에 잠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때 꼭 와서 캔들 수업을 받고 싶으니 시간을 좀 내달라고 했다. 무려 6주간의 수업을 세 번에 나누어, 그것도 다른 캔들도 하나 더 넣어서 수업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너무 어려운 방문인 것을 알기에 시간을 무조건 맞춰드리겠다고 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조용조용하게 말해주는 침착한 성격의 민선님과의 즐거운 삼일 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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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새로 태어난 둘째의 이야기, 무조건 오케이를 외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고대하는 첫째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간의 다른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나누었다. 부드러운 인상에 조곤조곤한 말투의 조용한 성격인 것 같지만 엄청난 추진력을 가지고 있어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무용을 했던 예전의 이야기, 결혼과 동시에 낯선 대구로 내려간 이야기, 그러다 문득 만난 꽃으로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된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열심히 청취자 모드로 변한 나에게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사 같은 걸 해 보면 좋겠다는 충고도 받았다. 상담사 같은 것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가득 담고 오는 걸요.


그때 당시 열심히 듣던 일본의 라디오를 함께 들으며 좋은 향과 함께 했던 시간.


너무 더운 대구라 여름은 잘 지내시나를 묻고 싶었지만 해야지 해야지 하고 여름이 지났고 벌써 가을이 왔다.

얼마나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야 나도 추진력 있게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연락을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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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향은 바닐라, 로즈메리, 자몽, 스윗 오렌지가 가득한 레몬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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