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식을 신청하지 않은 우리라서, 눈을 뜨자마자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1층에 있던 샐러드 가게를 떠올렸다.
배민으로 픽업 주문을 하고! (드디어 배민이 되는 동네에 왔다고 감격하면서!!)
짝꿍이 내려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참이나 걸렸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드디어 시내로 들어왔군요!!
무엇을 할지 창밖을 보면서 멍하니 있다가, 오늘은 제대로 호캉스를 즐겨보기로 했다.
호텔은 오랜만이잖아! 우리 수영장도 갈래? 하고 짝꿍을 슬며시 꼬셨다.
수영장 색이 너무 좋잖아!!!
뭔가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어서 근처 동네를 한번 산책하고 돌아와서 자고 있는 짝꿍을 깨웠다.
구도심인지 사람들이 떠나고 있는 시내인지 동네는 전체적으로 휑하고, 드물게 호프집만 가득하다.
들어가고 싶은 가게가 잘 없는 오래된 마을 같은 느낌이 든다.
아주 자려고 신혼여행을 온 사람이다, 짝꿍은.
며칠 전에 방문했던 철판요리 레스토랑에서 이 호텔에 묵으신다면 1층 레스토랑을 꼭 이용해보라고 꽤나 괜찮은 퀄리티라고 조언해주신 것이 생각났다.
점심은 여기에서!!!
오전이나 저녁처럼 붐비지 않아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역시 런치가 제맛이지요.
호텔의 정원은 산책하기 너무 좋은 코스였다. 건물로 둘러싸인 아담한 작은 정원과 수영장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 온 김에 물에 풍덩 해 보자구!
짝꿍은 물이면 다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보자.
나는 사실 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선베드에 눕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귀에 이어폰을 하나 꽂고 음악을 듣거나 물멍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맥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수영장은 그러라고 있는 곳이 아니야? 하고 웃으면서 말했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짝꿍.
혼자 물에 들어가서 잘 즐기다 나와도 괜찮아! 어디 가지 않고 여기서 잘 지켜봐 줄게. 했더니
그건 또 죽어도 안된대.
뭐든 함께 하고 싶어서 결혼한 거니까 같이 물에 들어가서 놀아야 한다니
내가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 생겼나 봐요.
수영하는 것을 지켜봐 줄게, 하는 말이 먹히지 않아서 결국 내가 풍덩하고 말았다. 한참 전에 배운 수영이 가물가물하다. 어디 가서 수영이라도 배우고 올게요.
오늘은 서울에서 친구가 내려왔다. 결혼식에 와 주고 다시 여행을 위해서 제주를 한번 더 찾은 것이다.
만나서 저녁을 함께 하려고 시간 맞춰 데리러 갔는데, 기분이 이상해. 마치 결혼하고 여기서 정착하고 살다 친구를 맞이하는 기분이다.
제주는 택시가 어찌나 잘 잡히지 않는지, 지난번에도 택시를 못 잡아서 우리가 데려다주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우리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어서 와!” 하고 말하고서
친구도 짝꿍도 좋아하는 물고기를 먹으러 함께 갔다.
멀리멀리 서귀포까지 내려왔다.
지금, 제주는 부시리가 제철이라고 했다.
내가 예전에 제주에서 방어를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던 것을 짝꿍은 계속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방어 철이 아니고, 부시리가 제일 비슷한 식감이기도 하고 방어보다 더 맛이 잘 들어있을 수 있으니까 꼭 부시리를 먹이고 싶다고 했다.
며칠간 이어진 태풍으로 계속 물고기 집어가 되지 않아서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고기가 없다고 해서 짝꿍이 늘 아쉬워하던 찰나였다. 친구가 왔으니까 오늘은 꼭! 제발!
걱정하면서 전화드렸더니 오늘은 다행히! 있다는 연락을 받고 친구와 함께 출동.
꼬독꼬독 씹어먹은 부시리는 꽤나 괜찮은 맛이었다. 물고기라면 질색팔색 하던 나도 짝꿍 곁에서 이런저런 물고기의 맛을 배워가고 있다.
뒤에 나온 매운탕은 너무 비릿해서 먹지 못했지만, 오늘 깨나 좋은 안주거리로 술을 마셨어.
그렇다면! 2차를 가야 한다.
독특한 콘셉트의 와인바를 찾았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검색해서 오셨어요? 하는 주인에게, 그냥 여기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말을 전했다.
여행에선 직감이 무척이나 중요하잖아요.
화장실 인테리어도 굉장하고, 군데군데 의도가 있어서 둔 것 같은 오브제들이 가득했다.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겠군요.
적당한 와인을 추천받아서 한잔 하고 있는데, 친구는 술이 술을 부르는 느낌인지 위스키를 마셔야겠다고 선언했다.
위스키 샘플러를 받아 함께 홀짝거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 나누게 되는 와인바.
안주도 가벼운 것으로 추천받았다. 다양한 치즈와 과일과 햄의 맛이 입에 맴도는 것이 너무 좋았다.
우리를 대신해 운전을 책임져야 하는 짝꿍은 무알콜 칵테일.
술이라면 환장하는 나를 만나고, 꼭 나 같은 친구를 대접해야 해서 짝꿍도 고생이 많다.
다행이라면, 나를 만나기 전에 짝꿍은 술이라면 절레절레 잘 마시지도 못하고 술자리는 질색팔색 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를 만나고 술이 술이 아니라 음식의 한 종류일 수도 있다는 나의 생각에 동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울리는 음식을 고민하고 정말 맛있게 한 잔 하는 것이 꼭 밥에 반찬을 맞추는 것과 같다는 의견에 젖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술과 음식의 마리아쥬가 얼마나 좋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