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사이 오지상(ハイサイおじさん)이 흐르는 소바집

by you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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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한 냄새가 나는 작은 동네까지 왔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지 24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아직 오키나와의 명물이라는 소바를 먹지 못했다. 간밤에 실패해버렸기 때문이다. 먹긴 먹어야 하잖아. 오키나와의 소바는 뭔가 다르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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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에 있는 작은 소바집으로 왔다. 나름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이미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누가 봐도 여기가 네가 찾는 그 집이야 라는 분위기다. 일본 사람들 뒤쪽으로 우리도 줄을 섰다. 여행 메이트는 한국 사람은 별로 없고 일본 사람들이 가득 한 줄이 뿌듯하다고 했다. 작은 가게에서 구수하고 진한 냄새가 자꾸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작게 열린 주방창에서는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들이 쉴세 없이 손을 놀리고 있었다.

가게 앞에는 구인광고도 붙어있다. 밝고 활기찬 사람이면 누구나 괜찮다는 글을 보고 왠지 지원해보고 싶은 마음이 꾸물꾸물 일었다. 오래된 가게에서 오키나와식 소바를 배우며 사는 삶, 상상만 해도 너무 멋진 일이 될 것 같았다.

"여기 지원해볼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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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났다. 오키나와 소바.

쥬시(じゅーしい)라고 하는 볶음밥도 함께 주문했다. 다른 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오키나와식 영양밥이다. 작은 소바 한 그릇과 쥬시를 받아 들었다. 익히 알고 있던 소바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마치 우동 같은 비주얼인데 진한 고기 국물이 맛있고, 고명으로 올려진 오뎅과 고기 조림이 또 색다른 맛이다. 덜 익은 것 같은 도톰한 면은 그것대로 또 씹는 맛이 있어 좋았다. 짭쪼롭한 쥬시는 그것대로 또 맛이 좋아 자꾸 입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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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코레구스(コーレーグス)에 자꾸 눈길이 갔다. 코레구스는 오키나와산 매콤한 고추를 아오모리 소주에 우려내는 매콤한 소스이다. 이 가게에서도 코레구스를 직접 담그고 있었다. 몇 방울 떨어뜨려 맛을 보니 이게 또 색다른 맛이다. 오키나와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 딱 한번 맛본, 진짜 오키나와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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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를 한참 다 먹고 일어서려는 순간, 익숙한 노래가 흐른다. 오키나와의 대표곡이라고 알고 있는 하이사이 오지상(ハイサイおじさん)이다. 들썩들썩한 리듬감을 오키나와의 오래된 소바집에서 느낄 수 있다니.



하이사이 오지상은 밝고 코믹한 리듬감과 가사를 가지고 있는 노래지만, 사실 이 노래는 오키나와 전쟁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아저씨는 전란 속에서 알코올 중독을 앓았으며, 아내가 정신병을 잃고 친딸의 목을 잘라 냄비에 요리하는 사건을 만든 장본인이다. 슬픈 이야기를 신난 리듬으로 버무리는 이런 감성이 마치 남의 일이 아닌 것만 같아서 자꾸 속으로 따라 흥얼거렸다.


ハイサイおじさん


ハイサイおじさん ハイサイおじさん

안녕 아저씨, 안녕 아저씨
昨夜ぬ三合ビン小 殘とんな

어젯밤 마셨던 3홉들이 술은 아직 남아있나요?
殘とら我んに 分きらんな

남아있다면 내게도 좀 나눠주세요

ありあり ワラバ- いぇ-ワラバ-

어이, 어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야
三合ビン ぬあたいし 我んにんかい

3홉들이 술병 정도로 나한테
殘とんでぃ言ゆんな いぇ-ワラバ-

남아있느냐고 묻는 거니? 이 꼬마야

あんせおじさん 三合ビンし不足やみせぇ-ら

그럼 아저씨, 3홉들이 병으로 부족하다라면
一升ビン我に 吳みせ-み

한 되들이 술병을 나한테 주겠다고 하는 건가요?

ハイサイおじさん ハイサイおじさん

안녕 아저씨, 안녕 아저씨
年頃なたくとぅ 妻小ふさぬ

나도 슬슬 때가 되었으니 마누라가 갖고 싶은데요
うんじゅが女ん子や 吳みそうらに

아저씨 딸을 나한테 주지 않을래요?

ありありワラバ- いぇ-ワラバ-

어이, 어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야
汝やワラビぬくさぶっくぃてぃ

어린놈 주제에 못하는 말이 없구나
妻小とぅめゆんな いぇ-ワラバ

마누라를 찾겠다고 하는 거니? 이 꼬마야

あんせおじさん 二十や餘てぃ三十過ぎてぃ

그럼 아저씨, 스물서른을 넘겨서
白髮かみてぃから 妻とぅゆめみ

백발이 되고 나서 장가를 가라는 거요?

ハイサイおじさん ハイサイおじさん

안녕 아저씨, 안녕 아저씨
おじさんカンパチ まぎさよい

아저씨 대머리, 되게 넓네요?
み-みじカンパチ 台灣はぎ

그 지렁이 같은 대머리, 타이완처럼 생겼으니까, 타이완 대머리?

ありありワラバ- いぇ-ワラバ-

어이, 어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야
頭ぬはぎとし 出來や-ど

대머리는 머리가 좋다는 증거란다
我った-元祖ん むる出來や-

내 선조들도 모두 머리가 좋았거든

あんせおじさん 我んにん整形しみや-い

그럼 아저씨, 나도 성형해서
あまくまカンパチ 植いゆがや

여기저기 대머리로 만들어볼까?

ハイサイおじさん ハイサイおじさん

안녕 아저씨, 안녕 아저씨
おじさんヒジ小ぬ うかさよい

아저씨 수염은 신기하네
天井ぬイェンチュぬ ヒジどぅやる

천정에 숨어 사는 쥐 같은 수염이네

ありありワラバ- いぇ-ワラバ-

어이, 어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야
汝やヒジヒジ笑ゆしが

네 녀석은 수염 수염하고 웃고 있지만
ヒジ小ぬあしがる むてぃゆんど

수염이 있는 편이 여자들한테 인기가 좋은 거란다

あんせおじさん 我んにん負きらん明日から

그럼 아저씨, 나도 지고만 있을 수 없네. 내일부터
イェンチュぬヒジ小 立てぃゆがや

쥐 수염이라도 길러볼까?

ハイサイおじさん ハイサイおじさん

안녕 아저씨, 안녕 아저씨
夕びぬ女郞小ぬ香さよい

어젯밤의 기생은 참 좋았다오
うんじゅん一度 めんそ-れ-

아저씨도 한 번쯤 가보는 게 어때요?

ありありワラバ- いぇ-ワラバ-
어이, 어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야

辻、仲島、渡地とぅ

辻(쯔지), 仲島(나까시마), 渡地(와단지)
おじさんやあまぬ 株主どぅ

모두 이 아저씨가 주인이란다

あんせおじさん 每日 あまにくまと-てぃ

그럼 아저씨, 내가 주야장천 기생집에 틀어박혀있으면
我んねぇ 貧乏 たきちきゆみ

나는 점점 가난뱅이가 되고 아저씬 계속 부자가 되겠네?
汝や ちゅら-く よ-がりゆさ

네 녀석은 젊고 잘생겨서 가난해져도 돼
每日 はまてぃ よ-がりゆみ

주야장천 틀어박혀서 가난뱅이가 되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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