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하면 '츄라우미 수족관'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사실 물고기에 관심이 없는 나는 이런 수족관은 그냥 수족관이지 하는 수준이었다. 여행 메이트가 츄라우미 수족관은 가야 한다고 했고, 그중에서도 돌고래쇼는 꼭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선가 본 수족관인지 바다인지 경계가 모호한 화면에서 돌고래가 점프하는 장면이 너무 아련해서 그래 덩달아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 메이트가 해 온 수족관 사전조사에 의하면 수족관 티켓은 근처 편의점에서 사는 것이 싸며, 하루에 두 번 있는 돌고래쇼는 시간을 맞춰 봐야 하니까 시간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돌고래쇼만 보는 것은 티켓도 필요 없다는 것을 당일에 알았다. 돌고래쇼가 공짜라니.. 애들 밥값은 무엇으로..) 아슬아슬 도착한 해양공원은 너무 방대하게 큰 곳이었고, 도착하자마자 안테나를 바짝 세워 오키짱 극장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돌고래쇼가 시작하는 순간에 맞춰 도착한 오키짱 극장은 이미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이렇게나 유명한 쇼였던가. 조련사가 간단히 돌고래들을 소개하고 돌고래들은 각자의 장기를 뽐내기 바빴다. 능숙하고 유연한 자세들이었다. 오랜 기간 같은 것을 해왔다니 어련하겠냐 싶지만..
차가운 날씨,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부는 시간이었다. 조련사의 목소리도 바람에 같이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날씨와는 상관없이 재주를 부리는 돌고래 앞에서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고, 어른들도 덩달아 흥분한 목소리가 되었다. 우와- 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짧은 오키짱과의 만남이 지나고 이제 진짜 수족관으로 갈 시간이었다. 입구를 찾는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끝내고 나니 이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자.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려가는 관람방식이고 바다의 깊이를 표현하고 있다는 여행 메이트의 짧은 소개와 안내를 받으며 그야말로 질질 끌려서 자꾸 발걸음이 빨라졌다.
중간 정도쯤 갔을 때 사실은 여기 스탬프 랠리가 있다며 수줍은 고해성사를 하는 여행 메이트. 스탬프 광이자 스탬프 랠리에 환장하는 나에게 그런 걸 왜 이제야 말해주냐고 스탬프를 찾는 눈알 굴리기를 시전하고 있으니, 여기서 시간 지체하고 스탬프 찾느라 늦어지면 카페 못 간다, 커피 못 마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이래서 아는 사람이 더 무섭구나.
커피 마셔야지, 커피 마시러 가자, 그래 나 원래 물고기 별로 안 좋아해, 가자 가자.
발걸음을 서두르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으려니 어느 순간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을 만난다. 바로 여기가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을 대표하는 그곳인가 보다. 고래상어와 만타 가오리로 가득 찬 웅장한 뷰를 만났다. 이 광경을 보려고 그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짧고 굵은 감탄과 정신 팔림,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인증사진을 찍고는 돌아서 나오니 수족관은 이제 끝이라고.
응? 뭐라고? 뭐했는데 벌써 끝이야? 이거만 보면 되는 거였어?
물고기와 돌고래가 소비되는 커다란 해양공원에서 발길을 돌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돌고래의 슬픈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먼 일본 다이지에서 험한 길을 온 돌고래가 흘리는 눈물에 덩달아 눈물이 터질 뻔했다. 돌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하느라 빨개진 다이지의 바다색도 자꾸 아른거렸다. 사람은 얼마나 더 이기적일 수 있는 걸까. 꺄악꺄악 거리며 재주를 뽐내기 바빴던 오키짱의 가족들도 다시 생각이 났다. 그들은 그곳에서 행복한 걸까. 얼마나 더 오랫동안 재주를 부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 고개만 들면 보이는 끝없는 오키나와의 바다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걸까. 나는 무엇을 보고 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