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하고 따뜻한 아침

by youyou


부지런히 산책을 다녀오니 여행 메이트도 깨어 준비에 한창이었다. 부탁드린 시간에 정확히 방문을 똑똑 두드린 주인 내외는 한상 가득 엄청난 아침식사를 배달해주셨다. 배부르게 밥을 먹을 애들처럼 보였는지 일본식인지 양식인지 묻지도 않고 밥이 한가득 왔다. 맛있는 냄새가 가득 차 오르는 한 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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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鍋焼きごはん (흙냄비밥)

豚汁 (돼지고기 된장국)

サラダ (샐러드)

人参シリシリ (당근 볶음요리)

アーサー入りたまごやき (해초 계란말이)

もずく (모즈쿠, 해초)

ジーマミ豆腐 (지마미두부)


라고 쓰여 있는 종이가 함께 왔다. 다정함이 넘치는 사람들.


밥이 너무 맛있었는데, 그건 역시 밥솥이 좋아서일까. 얼마 전에 친구가 1인용 밥솥을 샀다고, 이제 맛있는 밥을 하겠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며 또 주부 코스프레를 하고 싶은 마음도 송골송골 생긴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혼자 산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전기밥솥 이외의 도구로 밥을 해 본 적이 없다. 새로운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샐러드는 싱그러운 초록이들과 맛난 드레싱의 완벽한 조화였는데, 오키나와에서 만난 모든 샐러드 소스는 너무 맛있었다. 진하지 않은 맛과 상큼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무슨 재료가 들어가는지 묻고 싶었는데 그걸 또 까먹었다. (바보)

シリシリ(시리시리)라고 하는 것은 오키나와 사투리로 '비비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人参シリシリ(닌진시리시리) 는 채 썬 당근을 볶다 참치와 계란을 넣어 마무리하는 요리. 달짝지근한 맛이 좋았는데 시리시리 전용 채칼이 있을 정도라고. 나는 왜 그런 것을 사 오지 않았을까..

アーサー는 해초의 일종. 섬나라인 오키나와에서 원주민들이 왜 물고기 대신 해초요리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는지는 그들의 오래된 역사에서 들었다. 그래서인지 해초요리를 만날 때마다 왠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번은 먹어봐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다. 그렇지만 그건 마음뿐이고 계란말이에 들어간 해초는 맛이 미미해서 맛있게 냠냠했지만은 もずく(모즈쿠)는 도저히 두 번째 젓가락이 가 닿지 않는 맛이었다. 어디든지 들어가는 해초라더니 며칠 뒤 오키나와 친구는 모즈쿠우동을 주문해먹으며 너무 맛있다고 함박웃음을!

ジーマミ豆腐(지마미토후)는 마치 치즈처럼 쫀득거리는 느낌이 있는 두부였는데 이게 정말 맛이 좋았다. 두부라고 쓰여 있지 않았으면 치즈라고 착각했을 정도인데 흔히 알고 있는 콩이 아닌 땅콩을 갈아넣기 때문이라고 한참이 지난 뒤에 친구에게 들었다. 땅콩과 감자전분의 조화라니, 상상도 못 한 두부를 이 곳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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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디저트도 도착했다. 아직 밥을 다 먹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더니 괜찮으니 천천히 즐겨주세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렌지인가 했는데 오키나와의 귤이며 タンカン(탄칸)이라고 한다고. 밥을 받을 때 대답한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도 함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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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하고 따뜻한 아침이 지나간다.

조금 더 머무르면 좋을 것 같은 공간에서의 잊지 못할 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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