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에게는 고현정이 묵어간 숙소로 유명한 곳. 오키나와의 사진들을 쭉 서칭 하다가 창문 뷰가 너무 예쁜 곳이 있어 예약을 넣었는데 친구가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이라고 알려줬다. 한국인들의 노쇼(no-show)를 많이 당했는지 선금 30%을 페이팔로 부탁한다는 한국어 메일이 와서 깜짝 놀란 곳이기도 했다.
그 뒤에도 여러 주의사항이 적힌 메일이 왔고, 당일에는 한국인들은 체크인이 늦는다며 여긴 호텔이 아니라 24시간 응대가 불가능하니 체크인 시간을 지켜달라는 메일이 또 왔다. 도대체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여기에 기억된 것일까.
도대체 왜일까를 궁금해하며 만난 주인 내외는 너무 다정한 사람이었다. 다만 그런 다정함이 넘친 사람들인지 저녁 계획이 없는 우리들에게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점이라며 긴 리스트를 주시고 특별히 어느 한 곳이 좋다고 계속 추천을 해 주었다. 메뉴판까지 가져와 보여주는 바람에 나와 여행 메이트는 질색하고 말았고 컨디션이 별로다, 차를 운전할 수 없다 등의 이유를 늘어놓아도 데려다주겠다, 돌아오는 길은 택시나 대리운전이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계속 권유해 우리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왜일까. 왜죠.
실제로 만난 숙소의 창문도 너무 예뻤다. 높을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온 보람이 있는 건물이었다. 세심한 각도와 창의 크기, 적당한 높이까지. 많은 고려를 한 것 같은 숙소 건물이라 좋았다. 부쩍 아침이 기대되는 방이었다.
노천 욕탕이 있는 숙소였고, 밤에 물에 몸 담그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그것을 저녁 스케줄로 잡았다. 여행 메이트는 내키지 않아해서 방에 홀로 남겨두고 책과 핸드폰, 그리고 내 분신 같은 티라이트 캔들을 챙겼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밖으로 나온 것을 아주 잠시 후회했지만 이윽고 따뜻한 물에 들어가 책을 펼치자니 실행하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순간들이다.
낮은 담을 두고 바로 숲이라 바람소리가 나뭇잎을 타고 흘렀다. 은은한 불빛 위 하늘은 유난히 검고 반짝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떠날 준비를 다 마쳤다. 빵이 가장 맛있을 7시까지는 아침을 서빙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 잠깐이면 올라갈 수 있으니까 잊지 말고 꼭 보라던 전망대를 올랐다. 톰 소여의 오두막 같은 아슬아슬한 나무판 위에서 바다와 하늘과 아침 공기를 함께 구경했다. 부러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느낌으로 방치하고 계시는 걸까. 자연 그대로를 느껴보라고.
고소한 빵 냄새가 진동하는 식당엔 주인아저씨가 바쁘게 아침을 세팅하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며 무언의 재촉을 했다. 배가 고파요. 밥을 주세요. 저희 일정이 바빠서요. 친구가 오늘 떠나거든요.라는 말은 눈으로만.
그렇게 받은 아침상. 오븐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아침으로 먹은 날이 과연 있었나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하고 달콤함 앞에서 기분도 함께 맛있게 익은 느낌이었다. 간밤에 있었던 자동차 문제도 이제 말끔히 잊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고마운 디저트까지.
아마도 천천히 느긋하게 아침을 즐기는 것을 원하셨겠지만, 오늘은 여행 메이트가 한국으로 먼저 떠나는 날이었다. 다시 시내까지 돌아가서 차를 반납하고 공항 수속까지 하기엔 시간이 빠듯하기만 했던 우리는 마음이 급하게 아침을 먹고 서둘러 자리를 떠야만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천천히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과 주인 내외가 부럽기만 했지만, 아쉬워야 다음이 더 애틋하게 기억될 테니까.
침대가 너무 어질러져있잖아.라고 사진 찍는 날 향해 여행 메이트가 한 말.
그렇지만, 우리의 흔적이니까. 여기에 내가 머물렀다는 확실한 흔적이니까 깔끔하기만 한 사진보다는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까끌한 공기와 까끌한 시트와 조금은 서늘했던 바람과 천천히 밝아오던 창문 밖 풍경들 모두 여기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