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아침을 만듭니다.
룸메에게 빌린 트렁크에 한가득 짐을 담았지만 커다란 배낭을 하나 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친구와 일본에서 시간을 보낸터라 도쿄를 출발하는 비행기였고, 한국사람이라고는 나 밖에 없었다. 작고 어리숙한 동양여자아이에게 출입관리소 직원은 자꾸 이것저것 캐물었다. 놀라고 긴장해서 대답을 우물거리는 것을 놀려먹는 것 같은 이상한 얼굴을 했다. 겨우 풀려났지만 공항 건물을 사진에 담느라 움직임은 계속 늦어지기만 했다. 이러다 공항에서 하루를 다 보내겠다며 다시 긴장의 끈을 잡고 시내로 들어가는 기차를 찾는 나에게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다가왔다. 날짜를 착각해서 공항에 하루 일찍 와버렸는데 오늘밤 묵을 숙소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혹시 어디서 묵기로 했는지 그 곳에 빈 침대가 있는지 알아봐주면 안되냐는 부탁이었다. 다행히 파리의 숙소는 한인민박이었고 공중전화로 연락을 시도했더니 빈 방이 있으니 함께 오라고 해 주셨다. 그렇게 한 사람이 셋이 되어 하루를 함께 보냈다. 2007년의 여름이었다.
"여행가자"
"나 요즘 파리에 가고 싶어"
"가자!"
"그치만 돈이 없어서 고민이야.. 생활비 벌기도 힘든 요즘인데."
"그럼 비행기값만 벌어, 가기만 하면 내가 밥 먹여줄게"
"우와. 지금 파리행 비행기값이 싸!"
"가자가자. 대신 나 맛있는 아침 만들어줘."
이상하게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거기에 더해,
"파리가자. 내가 있는 기간에 같이 있자."
"진짜 그럴까봐요."
"응응 진짜."
"나 진짜 휴가 냈잖아요. 그때 나도 가요."
이상하게 여행 메이트가 늘었다. 그렇게 여름의 이야기들이 가을의 열매가 되어 따로 또 같이 출발한 세 명이 파리에서 만났다. 2018년의 가을이었다.
낑낑거리면서 캐리어와 배낭을 짊어지고 파리의 시내로 들어가던 2007년의 나는 친구의 경제력에 기대 천장뚫린 우버를 타고 느긋하고 편안하게 시내로 접어들었다. 자본주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