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침을 만듭니다, 파리에서

파리에서 아침을 만듭니다.

by youyou

아침을 만들어 주겠다고 파리에 왔으니 아침을 해야 했다. 다행히 빌려놓은 에어비앤비는 주방용품이 생각보다 많이 갖추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구글맵에서 확인한 숙소 근처의 슈퍼마켓은 매대가 텅텅 비었고 계산대의 직원은 바코드를 자꾸 제대로 찍지 못하고 우리를 보면서 실없이 웃어댔다. 텅텅 빈 매대에서는 집어 들 것이 별로 없었다. 급하게 토스트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버터와 계란, 우유, 케첩을 집어 들었다. 친구는 케첩을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 숙소 주방엔 조미료가 가득했고 다행이다 싶었는데 막상 쓰려고 이런저런 것들을 집어 드니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곰팡이가 피었거나 상태가 별로거나 어쨌든 쓸 것이 없었다. 아후 집 관리를 이렇게 하나.



저녁밥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겨우 찾은 빵집에서 식빵도 구했다. 왜 이렇게 문 닫은 상점들이 많을까 궁금해하다 요일을 확인해보니 주말이었다. 24시간 불 켜진 편의점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에서 유럽의 어딘가로 넘어온 것이 실감 나는 밤이었다. 시간을 잘 체크하지 못하면 밤에 물도 못 구할 판이었다.


여행 첫날이라 너무 일찍 눈이 떠졌고, 눈이 떠진 김에 동네 산책을 하고 들어오니 친구가 입에 빵을 물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쿠, 얼른 밥 해야겠다.

그렇게 아침, 밥을 만들었다.



간단하게 프렌치토스트를 시작했다. 파리에 왔으니까 프렌치를 붙여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우유에 계란을 풀고 설탕을 넣었다. 그리고 식빵을 담갔는데 촉촉함이 덜한 식빵인지 뚝뚝 갈라질 것처럼 수분을 빨리 머금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계란물에 담가놓고 머리라도 감아보려고 했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슈퍼도 빵집도 느긋한 동네에서 왜 나만 또 이렇게 마음이 조급 하나 속상해졌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여유로워지려고 온 도시에서, 바보 같은 조급함을 아침부터 뽐내고 있다니.


그래도 완성한 식탁. 손에 익지 않은 주방 가전들과 낯선 재료들 사이에서 프렌치토스트가 뿅 하고 탄생했다. 닥치면 어떻게든 해내고, 이왕이면 끝까지 잘하고 싶은 성격이 때로는 싫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나였다. 오늘 이렇게 어떻게든 친구에게 따뜻한 아침밥 한 그릇을 대접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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