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아침을 만듭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맛있는 것을 잔뜩 먹는 거야,라고 J는 여행 계획을 말했다. 어디 보자, 내가 있는 동안 우리는 점심 저녁으로 총 14끼를 먹어야 하니까 최소한 맛집 14개는 찾아야 하겠네. 한 번은 근사한 미슐랭 레스토랑도 갈 거야, 괜찮지?
일단 첫 끼는 숙소 근처로 찾아주면 좋겠어.라고 내가 말하자마자 숙소가 있는 파리 15 지구 인근의 식당들을 줄줄이 찾기 시작했다. 있잖아, 여기는 레바논 음식점이야. 여기는 햄버거집이고, 방금 보낸 링크는 중국집인데..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서 첫 끼를 먹을 텐데 아니 왜 죄다 프렌치 레스토랑이 아닌 거야? 내 투덜거림에 J는 시크하게 말했다. 가서 프랑스 요리 실컷 먹을 텐데 첫끼 정도는 다른 나라 음식으로 시작해도 괜찮지 뭐!
먼저 도착해 있는 동생 M에게 J와의 첫 만남을 제안하며 레바논 음식점으로 갈 예정인데 괜찮겠냐고 의사를 물었더니 얘 또한 쿨하게 도전해보고 싶다며 좋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시작했다. 음식으로 세계여행.
파리 15구역에 위치한 Alkaram이 첫 세계 여행지였다. 파리에 먼저 도착해 있던 M이 전화로 예약을 잡아둔 덕에 걱정 없이 입장할 수 있었고, 그 사이 J는 메뉴판을 검색해서 먹고 싶은 것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메쩨(Mezzé)를 먹어야 해 여기선. 사전 준비가 되어있는 J가 당당하고 신나게 말했다. 한 사람당 3-4 메쩨는 먹을 수 있다고 하니까 우리 8개 정도 시켜보자고. 일단 무조건 후무스(hommos)를 시켜야 해. 그리고 타불레(Taboulé)도 시켜야 하고, 무짜다라(Moujaddara)도 먹을 거야. 그리고..
옆에서 걱정이 된 내가 일단 말렸다. 아니 8개는 너무 많지 않겠어? 일단 조금 시키고 맛을 보고 그다음에 추가로 주문해도 되는데..라고 말을 하면서 J를 쳐다보니 얘 지금 배고프고 스트레스받아 말을 안들을 상태였다. 게다가 J와 처음 만나 아직 어색한 M도 J를 거들고 나섰다. 일단 시켜봐요 괜찮을 거 같은데..
그래서, 8개의 메쩨와 각자 와인 한 잔을 든 첫 식사가 시작되었다. 후무스 말곤 모두 낯선 요리들이었는데 너무 훌륭한 맛이었고, 먹는 법을 낯설어하는 우리에게 서버가 피타빵을 뜯어 말아 메쩨를 올려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근사한 첫 식사였다.
물론 음식은 많이 남았고 혹시나 해서 남은 음식을 포장해달라고 했더니 작은 포장용기에 칸칸이 예쁘게 담아주셨다. 당연히 먹지 않았고 결국 쓰레기통으로 갔지만..
돌아와 메쩨를 검색해보았다. 지중해 동부쪽의 전통적인 음식문화이며 음식들을 조금씩 담아 한꺼번에 펼쳐놓고 피타빵에 싸 먹는 식사형태를 말한다고 했다. 마치 뷔페같은 음식인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니구나, 빵에 올려 싸먹는 형태가 독특하구나 싶었다. 피타빵은 비닐백에 넣은 채 제공되었는데 빨리 식어버리니 비닐백에서 먹을 만큼만 조금씩 꺼내 먹는 것이라고 했다. 온기가 남아있는 빵을 조금 잘라 동그랗게 말아 그 위에 따뜻한 메쩨나 차가운 메쩨를 조금씩 올려먹는 이 식당의 작고 따뜻함이 오래 남았다.
집에 돌아와 화이트 와인을 한 잔 하며 J가 말했다. 아 디저트 안 먹었어!
그 집 디저트가 훌륭하다고 했는데 우리 한번 더 가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