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아침을 만듭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때의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문득 어스름한 시간에 들어가 해가 질 때까지 길게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다 쇼핑을 한가득 하고서야 돌아선 셰익스피어 서점이 생각났다. 그리고 바로 옆에 따뜻한 빛으로 가득했던 카페가 떠올랐다. 나중에 한번 들러보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가지 못했던 그곳.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며 이 여행을 천천히 마무리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길고 긴 파리 여행을 했다 동쪽 끝에서 노트르담 성당까지 긴 여정의 느긋한 여행이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풍경에 안녕을 건넸다.
작은 셰익스피어 카페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 아보카도가 들어간 베이글 샌드위치를 고르고 에스프레소를 한 잔. 자리가 없어 테이블을 잠시 쉐어하다 곧 창가에 자리가 비어 창가로 옮겼다. 신나게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렸다. 작고 쓴 에스프레소에도 이제 익숙해졌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탓이었는지 아니면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계치를 넘었는지 으슬으슬 몸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하필 마지막 날이라 핫팩도 따로 챙기지 않은 그 날. 그렇지만 카페는 따뜻했고 샌드위치도 따뜻했고 창밖은 예쁘기만 했다.
바로 옆자리엔 엽서를 쓰는 친구들이 있었다. 준비된 주소록을 살뜰히 챙기면서 사이좋게 하나씩 엽서를 나눠 쓰는 그들을 보면서 괜히 공항에 가서 부치려고 챙겨놓은 엽서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여행 도중 떠오르는 순간에 조금씩 써 놓은 엽서를 비행기 타기 직전에 부치는 것으로 여행의 마무리를 하곤 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작은 카페에서의 안녕,
돌아가는 길엔 노트르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했지만 옷깃을 여미고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파리에서의 여유로움은 카페에서 내려놓았는지 이제 돌아가는 일에 마음이 쫓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