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by 정인한

그 날 서우는 화장실 앞을 지키고 있는 나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졌다.

“아빠는 어릴 때 친구들 많았어?”

“응 많았지. 어릴 때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뭔가 든든해서 친구들이 하자고 하면 뭐든 하던 시절이 있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공부도 해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해서, 지금은 친구가 몇 명 없어. 저기 멀리 서울에 한 두 명 있고, 근처에 한 명 정도 있지.”

“아, 그렇구나. 아빠 어디에 간 것은 아니지? 왜 말이 없어?”

“여기에 있어, 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그러면 아빠는 동생이랑 어릴 때 사이가 좋았어?”

“아빠는 동생한테 좋은 형이 아니었지. 막 시키고 나쁜 행동도 많이 했거든. 그래서 아빠는 서우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러면 미안하다고 하면 되잖아”

“어, 맞아. 사과는 했지. 그런데 미안하다고 사과해도 그런 종류의 상처는 자다가 뜬금없이 떠오르는 것이라서 계속 반복해서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야 되는 거든. 아빠는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지. 아직도 동생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어”

“아, 그렇구나. 아빠 왜 또 말이 없어? 가버린 것은 아니겠지?”

“여기에 있어”

“아, 있구나. 아빠는 그러면 뭐가 되고 싶었어?”

“아빠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 제법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 위대한 사람의 스승이 될 수도 있잖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는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선생님이 되었으면 아마도, 학생들과의 시간도 중요해서 서우랑 온이랑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 길지는 못했을 것 같아”

“아, 그런데 다했어. 여기로 좀 들어와 줄 수 있어?”

나는 허공에 고개를 숙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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