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정의로운가?

by 정인한

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법은 언제나 정의를 향해야 하지만, 그 정의가 사람의 삶과 권리를 외면한 채 제도 속에서만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 법을 정당하다고 부를 수 있을까.


그의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그 발언은 정치적 맥락 안에서, 치열한 경쟁과 질문 속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정치인의 언어는 언제나 완전무결하길 요구받지만, 그 언어를 곧바로 법정의 잣대로 잘라내는 것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는 길이었을까.


대법관 일부도 이 결정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퇴행적 판단”이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뿌리다. 그 뿌리를 흔드는 순간, 나무 전체가 흔들린다.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건 그 속도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법의 신속함이라 칭할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 눈에는 정치일정에 맞춘 조율처럼 보인다. 국민이 후보를 고르고 선택할 권리는 그 무엇보다 신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기본권인 피선거권을 제한하며, 국민의 선택지를 위협했다.


법도 결국은 국민의 합의를 통해서 나왔다. 그러므로 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생명과 자유, 표현과 참정권. 이런 것들이야말로 법이 보호해야 할 최전선이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그 전선을 무시한 채, 제도와 절차의 이름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약했다. 그렇게 사법부는 정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대선은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국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 직전, 사법부가 유죄 취지 결정을 내리는 건 단순한 판단일까. 아니다. 국민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행위다. 법이 공정해야 하는 이유는, 그 법 위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법은 정의의 이름으로 말하지만, 정의는 언제나 사람을 향해야 한다.


이재명은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도 국민이 만든 것이고, 그 법이 국민의 삶을 해친다면, 우리는 다시 그 의도를 묻고 물어야 한다.


법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정의는 제도 안에만 머물러선 안 되며, 현실 속 사람들의 삶과 권리 위에 서야 한다. 이번 판결이 남긴 질문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운명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법과 정의를 지향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민주주의는 사람들의 뜻과 권리가 존중받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 뜻을 외면한 정의는 진정한 정의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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