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ofilm Dec 08. 2021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2021)

고전 명작의 어설픈 귀환 (빌 머레이/핀 울프하드/SF/액션/호러)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2021)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

출연: 맥케나 그레이스, 핀 울프하드, 캐리 쿤, 폴 러드, 빌 머레이 등

장르: SF, 액션

러닝타임: 125분

개봉일: 2021.12.01

돌아온 유령들, 숨겨진 가족의 비밀

 '트레버(핀 울프하드)' '피비(맥케나 그레이스)' 남매, 그리고 엄마 '칼리(캐리 쿤)'로 이뤄진 세 가족은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때마침 시골에 홀로 살고 있던 칼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세 가족은 할아버지가 계셨던 섬머빌로 향한다. 할아버지의 각종 연구 자료들이 널브러져 있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는 주택에는 스산한 분위기가 도는 동시에 기이한 일들이 자꾸만 벌어진다. 과학 덕후 '피비'는 친구인 '팟캐스트(로건 김)', 학교 교사 '개리(폴 러드)'와 함께 할아버지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실험 끝에 할아버지가 남기고 떠난 유산의 정체를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들은 실수로 수 십년간 잠자고 있던 유령들을 깨워버리고, 서머빌은 금세 아수라장이 된다.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 명예 회복 목적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는 1980년대 미국영화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로, 1984년에 개봉한 1편은 흥행과 평가 면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고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1편의 성공 이후 후속작을 제작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오리지널 멤버들이 출연한 2편은 1편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고 리부트를 추진했던 2016년의 <고스트버스터즈>는 젠더 갈등만 불러온 채 처참히 실패했다. '멜리사 맥카시'가 출연했던 2016년작은 아예 시리즈상에서 취소해버렸고, 결국 프랜차이즈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 1편을 연출한 '아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아들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들 역시 모두 교체되었지만, 특별출연의 형태로 원작의 배우들이 참여했고 전작의 혹평을 극복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담았다. 

과거의 향수, 음악과 캐릭터들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반가움을 충족시킬 요소들이 많다. 19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시그니처 레트로 음악과 '먹깨비(Muncher)', '마시맬로 맨' 같은 친숙한 유령들의 등장은 확실히 <고스트 버스터즈>는 분명 추억이 깃든 소재들이다. 특히 분량은 많지 않지만 특유의 독보적인 귀여움으로 익살을 터뜨린 마시맬로 맨들의 활약은 너무도 상큼했다. 

 다만,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의 리부트 작이 아닌 정신적 후속작이다. 즉, 단순히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해나가야 할 당위성을 지니는데 본작은 추억에만 지탱한 채 과거의 향수가 가져다주는 동력만으로 극을 진행하려한다. 유령들도 대부분 과거에 등장했던 유령들이며 유령과 대치하는 방식도 그대로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를 토대로 시리즈를 확장시키려는 목적이었다면, 그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 셈.

답답하고 루즈한 전개, 불필요한 초반부

전반부와 후반부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갈릴 만한 작품이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1980년대 고스트버스터즈로 활동했던 '헤럴드 레이미스'의 손자·손녀가 섬머빌 마을과 할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밝히고 고스트 버스터즈의 대를 이어간다는 게 핵심 플롯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의 흐름이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루즈하고 불필요한 서론이 많아 답답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초반부 일상 시퀀스의 비중을 줄이고, 후반부의 액션 신과 서스펜스 장면들을 부각하는 게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 

 물론 후반부의 고스트 액션신이 재미와 스릴만으로 채워진 것도 아니다. 끝날 듯 말 듯 밀당을 하며 계속해서 주인공들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는데, 이러한 연출의 줄다리기가 약간 짜증을 유발한다. 결국 모든 것은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화려한 컴백을 조명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던 셈인데, 해당 장면은 가족의 사랑을 무기로 감동을 연출하는 전형적인 작법이라 식상하게 다가왔다.

무난한 오락 미스터리물, 코미디는 글쎄

 원작을 모르고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를 감상한다면, 단순한 오락 미스터리물로서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하지만 원작을 관람한 사람들이라면 추억을 자극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시리즈 특유의 코미디 호러 감성을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다. 원작에 비해 분위기가 제법 어두워졌고, 코미디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고스트버스터즈>의 정체성은 건장한 성인 남성들이 다소 유치해보일 법한 복장과 무기를 들고 진지하게 유령들을 때려잡는 것에서 유머를 유발하는 것인데, 본작은 틴에이저들이 유령 사냥꾼의 역할을 대신하다보니 원작의 코믹한 색채를 전혀 살려내지 못한다. 오히려 유치함만 돋보인달까. 어찌 보면 극중 등장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말을 쉽게 못 믿어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20세기와 21세기 사이에 30년의 간극을 준수한 완성도로 메꾸었고 '핀 울프하드'나 '맥케나 그레이스'가 연기한 뉴페이스들도 매력적이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말그대로 앞으로 본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발판 정도로 생각  




작가의 이전글 마이 뉴욕 다이어리 (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