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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Mar 30. 2022

킹 리차드 (2021)

재능과 신념이 완성한 가족의 승리 (윌 스미스/2022 아카데미 시상식)

킹 리차드 (2021)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출연: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존 번탈, 토니 골드윈

장르: 드라마, 스포츠, 전기

러닝타임: 144분

개봉일: 2022.03.24

자매가 전설로 거듭날 수 있던 이유

 199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의 흑인 빈민촌 컴프턴, '리처드 윌리엄스(윌 스미스)'에게는 뛰어난 테니스 실력을 가진 두 딸, '비너스' '세레나'가 있다. 리처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들을 뛰어난 운동선수로 키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아내와 함께 두 딸을 특훈시키며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을 꿈꾼다. 리처드는 빈민가 출신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두 딸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바쳤고, 딸들을 아끼는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빡센 트레이닝을 주도하는 코치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리처드의 노력 덕분에 비너스와 세레나는 코치를 구하게 되고, 주니어 대회에 출전하여 전승을 기록하며 우승 트로피를 휩쓴다. 

 딸들의 엄청난 재능에 각종 에이전트와 광고주, 코치들이 꼬이지만 리차드는 한 번의 성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며 딸들과 자신의 더 큰 꿈을 향해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의심하지 않았던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 아내 '오라신', 윌리엄스 자매의 코치 '릭(존 번탈)', 그리고 딸 비너스까지 힘들어하기 시작하고, 리차드는 꽁꽁 숨겨두었던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테니스 영웅 자매가 아닌 아버지의 이야기

 <킹 리차드>는 여성 테니스계의 전설로 불리우는 '비너스 윌리엄스' '세레나 윌리엄스'의 유년 시절부터 프로 입단 직전의 시기를 다룬다. 하지만 제목에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인 '리차드 윌리엄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듯이 테니스 천재인 두 자매가 아닌 이들을 훈련시키고 양육한 아버지의 삶을 조명한다. 당시 체육계의 이단아로 여겨질 정도로 남다른 교육관과 스포츠 철학을 가진 '리차드'의 말과 행동, 딸들을 위해 뒤에서 애썼던 갖은 노력이 극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포츠를 소재로 활용한 영화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압박감, 박 터지는 승부가 오가는 대결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 관객에게 긴장감과 짜릿함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작은 경기장 뒤편에서 딸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핵심이라 윌리엄스 자매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긴장감을 느낄만한 요소가 반감되다 보니 스토리 자체는 시시하고 무난한 편이다. '윌 스미스'의 연기력과 실존 인물들의 감동 서사는 감정적인 몰입을 불러일으키지만, 플롯 자체는 뻔한 스포츠 드라마의 양상을 띠고 있어 각본의 매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리차드의 남다른 교육관이 가진 양면성

 '리차드 윌리엄스'는 부모로서 그리고 아이들의 코치로서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아이들을 훈련시킬 정도로 독한 트레이너였고, 모든 테니스 유망주들이 거쳐가는 경로를 거부한 채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독단성도 지녔다. 그의 철저한 계획과 흔들림 없는 자세 덕분에 결과적으로 두 자매를 테니스 선수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과연 그의 판단이 모두 옳은 것이었을까. 

 리차드는 비너스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고, 테니스를 즐기며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니어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이는 테니스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경우였고, 리차드는 언론과 스포츠계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비너스는 주니어 대회에 3년간 출전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선수들에게 실력을 간파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프로 데뷔 이후 테니스의 제왕으로 떠올랐으니 아버지의 판단이 옳았을 수 있다. 하지만 열 네 살의 비너스는 오랜 대회 출전 공백으로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고, 리차드와 달리 대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비쳤다. 딸의 멘탈을 케어하기 위한 리차드의 행동들이 결과적으로는 또다른 불안감을 안겨준 것이기에 그의 올곧은 신념과 가치관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의 훈육 방식이 두 사람이 훌륭한 선수로 자라는데 좋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내린 독단적인 결정과 무언의 압박감도 존재했기에 장단점이 모두 담겨 있다. 즉, 무엇이 올바른 가르침이고 배움인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만든다.

외로운 전장터 속 전우애로 다져진 가족

 1990년대 초, 부유층 백인들의 스포츠로만 여겨졌던 테니스에 뛰어든 윌리엄스 가족은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존재였다. 비너스와 가족들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테니스 클럽에 발을 들였을 때, 주변에는 온통 백인 가족 뿐이었고 그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윌리엄스 패밀리를 쳐다봤다. 홀로 테니스 경기를 뛰는 비너스도, 유일한 흑인 가족으로서 관중석을 지켜야 했던 가족들도 모두가 전장터에 외롭게 홀로 서있던 것과 같다.

 하지만 남들이 깎아내리고, 불편한 시선을 보낼수록 가족은 더욱 단단하게 뭉쳤다. 비너스는 프로 입단 전까지 제대로 된 에이전트도 없고,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코치 하나만이 유일하게 믿을 구석이었지만 모든 가족이 마치 스포츠 에이전트인 것처럼 늘 함께 움직이며 두 자매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 되어주었다. 비너스는 홀로 뛰는 단식 경기에 임하는 1인 플레이어였지만 늘 가족이 한 팀으로 뛰는 것처럼 비춰지는 연출에 담긴 가족애가 감동을 준다. 외롭지만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에서 뜨거운 가족애로 맞서 싸워 함께 승리를 쟁취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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