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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Aug 04. 2022

연애 빠진 로맨스 (2021)

지독하게 솔직한 진짜 연애 (전종서/손석구/로맨스/멜로/한국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2021)

감독: 정가영

출연: 전종서, 손석구

장르: 로맨스, 드라마

상영시간: 95분

개봉일: 2021.11.24

연애 빼고 다 하는 로맨스

 진상 남친과 이별 후 연애 중단을 선언하지만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며 데이팅 앱에 가입하는 '자영(전종서)'. 죄다 덜 떨어진 남자들 뿐인 곳에서 어딘가 무심해 보이면서도 가장 정상일 것 같은 남자 '우리(손석구)'를 발견한다. 잡지사 에디터인 '우리'는 편집장으로부터 반강제로 섹스 칼럼을 떠맡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데이팅 어플에 가입한 남자. 설 명절날 첫만남을 가진 두 사람은 이상한데 왠지 모르게 끌리는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처음에는 원나잇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연인 못지 않은 관계로 발전하는 두 남녀. 복잡한 감정에 속마음을 고백할까 고민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갈등이 불어닥친다.

요즘 연애에 대한 솔직한 단평

 번번이 연애에 실패한 두 남녀가 감정 없이 만나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사랑이 싹 트게 되는 전개는 한국 로맨스 영화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연애 빠진 로맨스>도 대화의 수위만 높였을 뿐 스토리 구성 면에서는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영화 전반은 익숙한 한국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장면과 대사들,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맛깔나게 살린 주연 배우들에게 작품의 참매력이 쏠려 있다.

 순진한 척 하지 않는 직설적인 대사들과 이를 맛있게 살리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연기 톤, 작위적이지 않은 유머 코드 때문에 <연애 빠진 로맨스>가 뻔한 내용임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재미를 느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술에 진탕 취한 '자영'과 '우리'가 브레이크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끝없는 질문을 하는 대화신. 이들의 대화는 단순히 야한 농담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 감정 소모가 요즘 연애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사실 다들 외롭잖아 X발...'  '자영'의 허심탄회한 한 마디는 대화도 하고 잠도 자며 외로움을 지우고 싶은 마음에 연애를 시작하지만, 오히려 연애를 하며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누군가는 자영을 향해 발칙하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이라 칭할지 모르지만, 점잖은 척하며 자신들의 사랑을 SNS에 예쁘게 포장하기 바쁜 이들보다는 그녀의 연애관이 훨씬 꼿꼿하고 정직해보인다. 술에 떡이 되게 취한 '우리'를 향해 '자영'은 말한다. '오늘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물어봐줘서 고마워. 나 얘기가 너무 하고 싶었거든.'  결국 사랑하는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관심 어린 대화인데, 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요즘 연애에 대한 감독의 한숨 섞인 사랑 단평이 아닐까 싶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전종서와 손석구

 '전종서'와 '손석구'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 늘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다. 특히 아직 출연한 작품 수가 많지 않은 '전종서'는 커리어 처음으로 일상 로맨스물 연기를 시도한 셈이다. 작품에서 거칠고 차가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던 두 사람이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만큼은 귀여운 매력으로 똘똘 뭉쳤다. 순진한 듯 능글맞은 '손석구'의 연기 톤은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해함을 발산하며 지독하게 솔직한 '자영'을 연기한 '전종서'는 외설적인 대사를 하는 와중에도 화면 속에서는 사랑스럽게 비춰진다. 어쩌면 두 배우가 역할을 소화하는 방식이 전형적이지 않아서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임에도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연애를 하고 싶은 이유

 절절한 러브스토리, 백마 탄 왕자님, '너 없으면 죽을지도 몰라'를 내뱉는 순애보는 사실상 허구의 판타지다. 우리가 과몰입해서 감상하는 멜로영화들은 현실 연애와는 거리가 먼 소재들이 대부분이고, 그 안에서 공감의 요소를 찾기 보다는 극중 역할에 이입해서 완벽하게 실존하지 않는 판타지 같은 연애를 간접 체험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연애는 생각보다 뻔하고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흘러간다. 현실은 환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쁘게 포장된 멜로 영화가 되기를 거부한 <연애 빠진 로맨스>는 사람들의 재미와 공감을 유발한다. 번지르르한 껍데기가 없고,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제법 진실된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구질구질하고 멋없지만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잠자던 연애세포까지 들쑤시며 매콤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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