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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Jan 31. 2021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 (2020)

신선한 척 포장한 진부한 로맨스 (김지원/지창욱/넷플릭스/김민석/소주연)

기대했던 조합, <도시남녀의 사랑법>

 단 한 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카카오TV라는 낯선 플랫폼에 처음으로 눈독을 들이게 해준 드라마다. <연애의 발견>, <로맨스가 필요해2> 등의 작품을 통해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는 이미 정평이 난 '정현정' 작가의 차기작이었고, '김지원'과 '지창욱'이라는 청춘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비주얼의 대세 배우가 함께 뭉쳤다. 조연으로 합류한 '김민석''소주연''한지은''류경수'까지 모두 라이징스타들로 이뤄져 캐스팅 전반에 힘을 굉장히 많이 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조합으로 로코라니, 기대감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뷰 방식의 전개, 신선함을 노렸으나...

 하지만, 그 기대는 드라마의 시작과 동시에 사라진다. 참신하고 발칙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만들어보려는 의도에서 출발했겠으나 스토리 자체는 생각보다 진부하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극의 중심 전개 방식으로 인터뷰 방식을 사용하며 신선함을 어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극 초반에나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일시적인 방편이 될 수 있을 뿐, 매회 그것도 높은 빈도로 등장하는 인터뷰 형태는 갈수록 식상하게 느껴진다. 이 인터뷰 형식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거나 개인적인 푸념을 하소연할 때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데, 중요한 이야기들을 매번 너무 쉽고 편리하게 처리해버린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드라마가 아닌 '하트시그널'을 보는 것 같다는 새로움을 초반에 느끼긴 했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뿐이었다. 무엇보다, 인터뷰 형식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스토리가 진부하다보니 이 방식이 딱히 메리트로 다가오지 않고 있다.

지지부진한 메인스토리의 전개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주인공 세 커플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메인은 '이은오(김지원)'와 '박재원(지창욱)'의 이야기다. 하지만, 가장 몰입도가 높아야 할 메인 스토리의 전개가 지지부진하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양양에서 처음 만난 '윤선아' '박재원'의 회상 장면들은 여느 청량한 청춘영화처럼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낭만을 불러일으키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진 상태인 현재 시점에서의 전개는 지지부진 그 자체다. 무려 10회가 될 때까지 현재 시점에서 두 주인공은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함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지 못한다. 두 달의 짜릿한 사랑 후 어이없게 헤어진 두 사람의 관계 속 '이은오'의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으로 인해 전개가 늦어진 듯 한데, 시청자는 그걸 감안해 줄 정도로 인내심이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은오'의 서사 역시 설득력을 그리 높여주진 못했다. 결혼까지 하겠다던 여자가 갑자기 한순간에 잠수이별을 택하고, 그럼에도 그 남자를 잊지도 못하고 반지까지 찾아 헤매는 모습은 그녀의 서사를 알고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었다. 그런데 12회가 되도록 이 답답한 전개를 계속해서 끌고 진행한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떡밥이 없고, 주인공들의 등장 씬은 여전히 답답할 뿐이다. 비주얼과 연기력 외에는 보는 재미가 전혀 없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인물, 장면들

 '김지원' '지창욱' 배우의 연기력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식상한 스토리를 두 배우의 뛰어난 비주얼과 연기력이 하드캐리하는 중이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 자체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요소들이 많다보니 '박재원'과 '이은오'라는 캐릭터에서 자꾸만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은오' 캐릭터에서는 아무래도 '김지원'의 인생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쌈, 마이웨이>의 '최애라'가 많이 오버랩된다. 특히 양양에서의 자유분방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윤선아'로서의 모습은 성질만 순해진 '최애라' 그 자체였다. 그리고 작가의 전작 <연애의 발견>과 <로맨스가 필요해2> '한여름'과 '주열매' 캐릭터도 조금씩 느껴졌다. 로코라는 장르의 특성상 설정의 변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느껴지기도 했다.

 '박재원'의 설정도 마찬가지다. 늘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 남자 주인공은 번듯한 직업에 잘 나가지만 뭔가 찌질함을 품고 있고 여자 주인공은 똑부러지고 일도 잘 하지만 억울하거나 마음 아픈 사연을 갖고 있고, 차가운 현실에도 매번 치인다. <도시남녀의 사랑법> 역시 이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형식을 필두로 신선한 장르를 꾀했지만, 정작 내용물은 진부함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건축가라는 남주의 직업 설정 자체도 작가의 전작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이다. 확실히 로코 드라마 작가들은 인물 설정을 할 때 선호하는 직업 몇 개가 있는 것 같다. (건축가, 출판사, 작가 등등....) 그리고, 이 부분은 여담이긴 한데 양양에서의 풋풋한 20대 청춘 로맨스 스토리를 진행시키기에 '지창욱'의 외모가 그리 풋풋해보이지 않았다. 아무리봐도 잘생긴 30대처럼 느껴져서 몰입을 좀 깨는 부분들이 있었다.

주인공보다 재밌는 서브커플

 그래도 다행인 건, 주인공 커플의 재미가 부족한 스토리를 서브 캐릭터들이 조금은 메꿔준다는 사실이다. '박재원'의 사촌동생 '최경준(김민석)' '이은오'의 절친 '서린이(소주연)' 커플은 분량이 엄청 많지는 않지만, 큰 갈등 없는 귀여운 장수커플의 모습들을 열연하며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두 배우의 비주얼이 서로 매우 잘 어울리고, 케미도 좋아서 극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나름 유구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커플이기도 한데, 한 회차에 한꺼번에 풀어낸 이들의 서사가 지지부진한 주인공 커플의 서사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김민석'의 전역 후 첫 복귀작으로 알고 있는데, 본인에게 잘 맞는 배역으로 고른 것 같다. 

류경수-한지은 커플 분량 실종

 메인 커플 스토리가 극의 7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이은오'와 친구들, 그리고 '최경준-서린이' 커플이 가져가는 반면, '강건(류경수)' '오선영(한지은)'의 분량은 거의 실종된 수준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헤어졌는지 과정만 그려졌을 뿐, 이후의 이야기는 12회가 되도록 단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다. '강건'의 경우, '이은오'를 비롯한 주요인물들의 절친이라 그래도 함께 어울리는 장면이 꽤 있지만, '오선영'은 다른 인물들과의 접점이 없어 인터뷰에서 한 마디씩 냉소적인 말을 내뱉는 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 중 유독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아마 12회 끝자락에서 '오선영' '강건'의 집을 직접 찾아간 것을 보면, 후반부에 이야기가 풀려나갈 전망인 듯 하다. '오선영' 캐릭터를 연기하는 '한지은'의 모습에서 '황정음'이나 '서현진' 같은 로코 전문 배우들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는데,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극중에선 너무나 단편적으로 소비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미쳐 있던 그 시절, 공감 없는 연애사

 번듯한 직업과 멀쩡한 인품을 평상시에 갖고 있더라도, 한 사람을 미친듯이 사랑하다보면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 누구에게나 그런 미쳐있던 시절이 다 있지 않겠어?'라며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20-30대 젊은 청춘들의 연애에 대한 공감의 키워드들을 던지고자 한다.

하지만, 공감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야 나타나는 감정이다. 이 드라마는 필요 이상으로 인물들을 극단으로 몰아세운 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강요한다. 마치 '너네도 이렇게 미쳐있던 적 있잖아! 공감 안 돼?'라고 외치는 격이다. 발칙하고 재기발랄한 스토리도 정도껏이지,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저 술 먹고 주변 친구들에게 푸념을 내뱉는 진상 로맨스에 지나지 않는다. 쿨하고 신선한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주요 인물들의 설정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로맨스 드라마의 전형에 멈춰있다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작위적이고 느끼한 전개방식과 연출은 설렘을 유발하기보단 오히려 눈살을 찌푸려지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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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1~12화까지를 감상하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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