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ofilm Feb 05. 2021

[넷플릭스] 승리호 (2021)

whyrano..whyrano.. (김태리/송중기/유해진/진선규/SF)

한국 최초 우주 SF영화 <승리호> 공개

 2021년 상반기 넷플릭스 최고의 기대작, 한국 최초의 SF 우주영화를 표방한 <승리호>가 오늘 공개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 시기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극장 개봉에 실패하고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택했는데, 많은 제작비를 투여한 블록버스터 영화인만큼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한국은 SF영화의 불모지에 가깝고, 더군다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케일 큰 영화는 단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았다. 아무래도, 250억이라는 제작비는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대작에 낄 수 없는 수치이고 난도 높은 CG를 자연스럽게 구현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초로 시도했다는 어드밴티지가 작용하여 실제 완성도보다 좀 더 고평가를 받을 가능성또 존재했다.

발전한 그래픽, 이 정도면 선방

 우주 SF영화는 장르 특성상 배우들의 연기와 플롯보다는 VFX가 가장 중요하다. 우주 정거장과 화성의 미래도시, 각종 첨단 기술의 잔재들과 로봇, 무기 등 CG로 구현해내야 할 요소들이 천지였는데 전반적인 그래픽 상태는 준수한 편이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한 우주선 내부 구조나 <스타워즈>를 쌈마이 스타일로 해석한 UTS의 로봇 빌런들은 한국영화에서 나름대로 신선하고 인상적인 시도였다. 마지막에 '장선장(김태리)'의 주도 하에 연대한 비시민들의 어셈블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어셈블 시퀀스를 오마주한 듯하다.

 물론, 부분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장면들도 있기는 했다. 간혹 우주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BBC Earth 채널의 자료화면 영상들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이라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들과 부조화를 일으켰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그래픽 때문에 눈쌀을 지푸리게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블록버스터치고 제작비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충분히 선방한 듯.

여전한 K-신파, 한숨 나오는 전개

 제법 안정적으로 구현해낸 그래픽과는 별개로 스토리 면에서는 문제가 많다. 예상은 했지만, 어김없이 등장하는 K-신파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단순히 유쾌하고 쿨한 액션 활극을 그려낼 수는 없는 걸까. 폐허가 된 우주에서 쓰레기를 싹쓸이하며 돈만을 추구하던 주인공들은 하루아침에 연고도 없는 꼬마 여자아이에게 연민을 느끼고, 지구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이 악물고 싸운다. 파일럿 '태호'마저 엘리트 군인이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입양한 딸을 잃게 되는 짠한 서사를 부여받은 인물이다. 배경만 2090년대 우주로 바뀌었을 뿐 내재된 인물들의 감정선과 스토리의 구조는 전형적인 한국영화 감성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캐릭터성의 부재, 몰개성한 인물들

 <승리호>는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 중에서도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이럴 경우, 극을 주도하는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하지만, <승리호>의 캐릭터들에겐 그러한 힘이 없다. 매력적인 캐릭터성의 부재는 결국 극의 재미를 저해할 뿐이다.

 스케일이 큰 영화임에도 등장하는 배우가 매우 적다는 점도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2시간 1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배우라고는 '김태리''송중기''진선규', 그리고 '도로시' 뿐이고, 나머지 배역들은 대부분 엑스트라 외국배우들로 대체된다. 캐릭터라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면, 극 중간중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한 면이 전혀 없다. 하물며 사이드킥마저 모두 외국배우들이 도맡아 버리니 극적인 장면에서도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렇다면, 주연 배우들의 캐릭터는 어떠할까. 우선 '장 선장'을 맡아 카리스마와 전사의 기개를 보여준 '김태리'의 연기력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그녀가 등장할 때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힘이 느껴졌다. '진선규' '유해진'과 함께 극에서 코미디적인 요소를 도맡아 주었지만, 어째 <극한직업>에서의 연기가 오버랩 되었고 '유해진'은 로봇의 모습으로 등장하다보니 배우로서 그의 강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업동이'라는 캐릭터는 주연 배우 중 홀로 로봇으로 등장하여 극에서 가장 큰 신선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비주얼마저 촌스러운 깡통 로봇일 뿐이라 큰 재미를 주지 못한다. 100년이나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여전히 깡통 로봇에 머물러 있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주연 배우들의 부족한 존재감은 귀여운 아역배우 '꽃님이(도로시)'가 대신 채워주는데, 아이의 존재감이 너무 크고 극중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활약을 해버리니 다른 주연 배우들의 무게감이 대폭 줄어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승리호>는 히어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주연 캐릭터들의 능력치가 썩 높은 편이 아니다보니 제일 능력치가 높은 '꽃님이'에게 존재감이 쏠리게 된 것이다. 물론, 개성 있는 캐릭터가 하나라도 더 등장하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거시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영화에 이득으로 작용했을지는 의문이다.

"결정적으로 흥분이 안 돼"

 작품성과 플롯이 구리다 해도, 재미만 있으면 SF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소 후해진다. 하지만, <승리호>는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액션과 서스펜스가 오가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모든 뒷내용이 예상대로 흘러가고 대규모 액션씬은 화려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스릴이 부족하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흥미로운 내용이 2시간 16분 내내 등장하지 않다보니 시각적으로 화려한 효과를 주더라도 관객을 전혀 사로잡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SF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지루함을 크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극중 빌런으로 등장하는 '설리반'이 악역일 것이라는 건 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관객의 대부분이 눈치챘을 것이다. 사실 이 때부터 영화의 결말까지 모든 내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설리반'과 '승리호' 팀의 지나칠 정도로 맞지 않는 밸런스는 각종 액션 씬들의 재미를 심각하리만큼 반감시켰다. 싸움 한 번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빌런에게 강한 설정이 부여됐는데,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극적으로 살아남고 끝내 빌런을 해치우고 지구까지 구해내는 전개는 너무나 작위적이다. 재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고, 제대로 된 액션장면을 하나라도 집어넣어야 했다. 물론, 내가 미국 히어로 영화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와 같은 스토리를 기대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승리호>가 재미가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시도에 의의, 어쩔 수 없는 아쉬움

 이렇듯 문제라 느낀 요소가 한 두 가지가 아닌 작품이지만, 어찌 됐건 <승리호>는 쉽지 않은 제작 환경에서 탄생한 최초의 한국형 SF 우주 영화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시도가 나와주어야 우리나라에서도 SF영화가 앞으로도 제작될 수 있고,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일궈나갈 수 있기 때문에 시도 자체는 높은 평가를 해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시도에 의의가 있다고 해서 작품에 긍정적인 평가만을 해주기엔 그래픽 외적으로 문제가 너무 많다. 스토리적인 면은 충분히 보완이 가능했을텐데도, 여느 한국액션영화들과 큰 차별화를 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일한 판단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최초의 우주 SF영화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박한 평가를 받을 영화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높게 평가해서인지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주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까지 큰 돈을 들여 재미없는 영화를 만든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뿐인데 말이다. 총평을 하자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만들려다가 실수로 <담보>를 한 바가지 쏟아버린 느낌이다. 어색한 부조화 속에서 관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장시간 불편함과 거북함을 느낀다. 최초의 시도라는 타이틀 아래 긍정적으로 포장하기엔, 절대로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 (20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