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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Aug 04. 2021

모가디슈 (2021)

생존에 집중한 긴박한 탈출기 (류승완/조인성/김윤석/구교환)

모가디슈 (2021)

감독: 류승완

출연: 김윤석, 조인성, 구교환, 허준호, 정만식, 김소진, 김재화, 박경혜 등

장르: 드라마, 액션

개봉일: 2021.07.28

러닝타임: 121분

생존을 위한 처절한 탈출기

 한국이 UN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1991년. 소말리아의 한국 대사 '한신성(김윤석)'은 한국에서 온 참사관 '강대진(조인성)'이 전해준 선물 가방을 소말리아 대통령에게 전해줌으로써 외교가 성사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도로에서 괴한들에게 가방을 강탈 당하고, 소말리아 대통령과의 면담은 취소되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북한과 소말리아에 대한 외교전을 벌이던 사이 정부 세력에 대한 반군 시위가 발생하고, 급기야 내전으로 번지며 모가디슈의 상황은 최악을 향한다. 반군 세력은 내전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인 모가디슈로 진입했고, 정부에 협력한 외국 대사관들을 대상으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림용수(허준호)' 대사와 '태준기(구교환)' 참사관이 머무는 북한 대사관이 먼저 습격을 당하면서 이들은 바짓가랑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한국의 대사관을 찾아 도움을 청한다. 긴장감이 오가는 남북 관계 탓에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당장에 긴박한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이들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모가디슈를 탈출해 구조기를 탑승하기 위한 이들의 처절한 하루가 시작된다.

이국적인 배경, 압도되는 연출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를 배경으로 한 100% 해외 로케이션 작품이다. 비록 촬영은 소말리아가 아닌 모로코에서 진행되었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무덥고 건조한 기후가 돋보이는 누렇고 거친 색감의 영상미,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신비롭게 깔리는 아프리카 전통 음악의 활용, 내전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한 연출적인 특징은 감독의 전작인 <군함도>의 단점을 상당히 보완한 지점이다. 특히 국내 영화 중 아프리카 국가를 배경으로, 스케일 큰 텐트폴 영화가 제작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액션 블록버스터에 능한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현장감과 스릴감을 한껏 살린 작품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최악에 가까웠던 <군함도>가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극도로 깎였던 감독의 평판을 회복하는데 성공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는 탈출, 빈말은 아니었다

 극중 '한신성' 대사는 북한의 '림용수' 대사와 탈출 작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목표는 오로지 탈출일 뿐, 남북한의 관계를 비롯한 부수적인 요인들은 모두 걷어치우자는 투로 이야기를 한다. 이 대사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극은 오로지 내전이 발생한 국가를 탈출하는 남북한 공관원들의 스릴 넘치는 과정만을 다루며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더할 수 있는 장치들은 대부분 배제한다. 보통 한국의 재난영화들은 신파적인 장치를 다수 활용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불필요한 코미디성 대사들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가디슈>는 오직 탈출 과정만을 다루는데 온 신경을 기울인다. 이로 인해 총소리가 오가는 격전지를 벗어나고자 목숨을 걸고 달리는 인물들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뻔한 대사, 전형적인 동포애 스토리

물론, 전작의 혹평에서 벗어나는데는 성공적이지만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라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특유의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등장하는데, <모가디슈>는 해당 대사들이 빈번하게 나타남으로써 배우들의 대사가 가져다주는 매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특히나 '림용수(허준호)' 대사와 '한신성(김윤석)' 대사의 대화 장면들은 남북 관계를 다룬 국내 수많은 영화들에서 들어본 대사들을 총집합해 놓은 느낌. 특히나 블록버스터 영화에 다수 출연했던 '김윤석'이 주인공을 맡았다보니 이러한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이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졌다. 

 앞서 신파의 요소를 배제했다는 이유로 호평을 하였지만, 남북 관계 소재 작품들의 뻔한 동포애 스토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확하게는 동포애라기 보다는 적대 관계에 놓여있던 두 국가의 사람들이 탈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함께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동지애 정도로 그려진다. 하지만, 목숨이 걸려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적대 관계에 놓여 있던 상대에게 답답할 정도의 선의를 베푸는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화 바탕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는 드라마틱한 감정을 자아내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눈물 빼는 스토리나 억지 감동을 자아내는 슬픈 배경음악을 활용하지는 않는다는 것. 단순 액션/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남기 보다는 드라마로서도 기능하기 위해 마일드한 감정선을 추가로 깔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조인성-구교환, 매력적인 연기 앙상블

 <모가디슈>의 강점은 내로라 하는 연기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인데, '김윤석'과 '허준호' 같은 거장 배우들 보다는 대립각을 형성하며 긴장감을 안겨주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구교환'과 '조인성'의 연기력이 훨씬 돋보인다. 특히 이마에 총을 갖다댄 소말리아 경찰 앞에서 주저없이 욕을 퍼부우며 카리스마를 발휘한 조인성의 연기력은 가히 압권이다. 북한 대사관 공관원들이 한국 대사관에 들어선 이후 화합의 분위기가 강조되는 가운데에도 절대 안심할 수 없게 스릴을 더해준 '구교환'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으며 극중 조인성과 적개심을 표출하며 액션신을 벌이는 장면은 극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첫 등장 때부터 절대 악을 상징하는 인물일 것처럼 비춰지지만, 극의 결말부에서는 인물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며 다채로운 캐릭터로 그려냄으로써 극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했다고 볼 수 있겠다.

 실화 바탕의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대사관과 참사관을 비롯한 남성 공관원들을 중심으로 사태를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모가디슈>는 남성 캐릭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작품이다. 이에 따라 '김소진', '김재화' 같은 여배우들은 전형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특히 주연급으로 캐스팅 된 '김소진' 배우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오로지 자동차만으로 탈출, 갖추지 못했기에 돋보인 생존 의지

 사실 <모가디슈>는 액션 장르의 영화라고 분류가 되지만,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한 뚜렷한 액션 장면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은 인정사정 없이 총알을 날리는 소말리아의 반군 앞에서 무력화 될 수밖에 없는 이방인일 뿐이고, 후반부의 전투 씬에서도 오로지 책으로 둘러싼 차 한 대의 질주로 버틸 뿐이다. 따라서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지라도 극의 클라이막스 카액션신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무기 하나 없는 일개 공무원들이 총을 쏘아대는 반군을 뚫고 탈출에 성공한단 말인가.

 하지만 애초에 일개 공무원들이 반군을 상대로 무력으로 대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투철한 생존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긴박하게 탈출 과정을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백기를 들어 올리려다가 총으로 오인을 받고, 탈출 과정에서 자동차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두꺼운 책으로 포장을 하는 등 다소 어설픈 방식으로 대처를 했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오히려 탈출을 향한 인물들의 강력한 생존 의지로 다가왔다. 지극히 현실적인 탈출 과정이라 이들의 생존기에 강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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