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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Aug 28. 2021

[넷플릭스] D.P. (2021)

하이퍼리얼리즘 군대 소재에 PTSD 올 지경 (정해인/구교환/넷플릭스)

D.P. (2021)

연출: 한준희

출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등

장르: 드라마

원작: 레진코믹스 웹툰 <D.P 개의 날> (김보통)

공개일: 2021.08.27

방송 횟수: 6부작


탈영병 잡는 D.P조의 스펙터클 활극

 제 103보병사단 헌병대로 자대배치를 받게 된 '안준호 이병(정해인)'.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고 살았기에 시종일관 표정에 그늘이 진 상태며 선임이나 상사를 상대로도 부당한 대우를 참지 않는 불 같은 성격을 지녔다. 이러한 성격 탓에 자대 배치를 받는 순간부터 짬질로 악명 높은 '황장수 병장(신승호)'의 타깃이 되고 선임들의 괴롭힘을 받는다. 

 이렇게 악몽 같은 군생활이 시작되려던 찰나 준호의 예리한 관찰력이 현병대 수사과의 '박범구 중사(김성균)'의 눈에 띄게 되면서 탈영병을 잡는 'D.P'조로 발탁된다. 특유의 예리한 촉과 복싱으로 다져진 전투력으로 'D.P'조원으로 최적화된 활약을 펼치고, 퇴원 후 'D.P'조에 재합류하게 된 '한호열 상병(구교환)'과 티격태격 하면서도 환상의 호흡으로 탈영병들을 잡는다. 

한국 군대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

 어제 공개된 "D.P."가 공개와 동시에 호평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한국 군대의 부조리와 악폐습, 그리고 조직의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드러냈다는 점 때문이다. 애초에 군대를 소재로 만들어진 드라마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D.P"는 군대를 미화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그리지 않고 하이퍼 리얼리즘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 고증에 신경을 기울이며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솔직히 적당한 공감을 넘어서서 PTSD를 일으켰다고 보는 것에 좀 더 가깝다. 

 극은 2014년의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필자 본인은 2018년 군번이기에 완벽한 공감을 하기는 어려웠다. 적어도 극에서 그려진 장면들보다는 제법 생활할 만한 공간에서 군생활을 보냈기 때문. 하지만, 융통성 없고 앞뒤 꽉 막힌 군대라는 조직 자체의 특성, 병사들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실적과 부대의 평판만을 중시하는 간부, 그리고 후임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으며 괴롭히는 선임병들의 모습은 내게 남아있는 군에서의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D.P"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워낙 극단적인 편이라 현실에서 이 정도 수위의 사건들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절대 과장한 스토리가 아니라는데 확신할 수 있다. 

무거운 스토리 속 돋보인 구교환의 연기

 한국 군대, 그 중에서도 탈영병을 소재로 한 작품인만큼 전반적인 스토리가 무거운 편이고 인물들의 감정도 격하고 어둡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마저 진중하고 과묵한 성격이기 때문에 자칫 작품이 심각한 방향으로만 흐를 가능성도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 속 유일하게 깨발랄한 모습으로 부드러운 윤활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 준 '한호열 상병'역의 '구교환'이 등장하면서부터 작품의 재미는 한층 더 올라가고, 속도감과 가벼운 템포까지 얻게 된다. 실제로 한호열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는 3회에서부터 극의 재미가 배로 늘어난다. 

 능글 맞고 유쾌한 한호열 상병과 무뚝뚝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안준호 이병의 대비되는 성격이 밸런스를 이루며 버디물로서의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짤막한 에피소드 내에서 각자의 역할에 따라 분업하여 이뤄지는 추격전은 꽤나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소재 자체만으로도 신선해서 충분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만, '구교환'의 연기가 극이 호평을 받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본다. 

바꾸려면...뭐라도 해야지...

 불과 1년 반 전에 군생활을 마친 입장으로서 군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들이 상당히 친숙하면서도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도 6화에서 '조석봉 일병(조현철)'의 마지막 대사는 뇌리에 박힐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다. 군대가 바뀔 수도 있지 않냐는 한호열과 안준호의 회유에 수통에 적힌 날짜마저 1953년에 머물러 있는데 조직이라는 큰 단위가 바뀔 리가 있겠냐는 석봉의 대답. 현실적인 군 세태를 너무도 신랄하게 반영한 대사였다. 실제로 군대에서 병사들이 사용하는 군수용품은 최소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된 것들부터 2000년대 이전 제품들까지 노후한 상태의 물품들이 상당히 많다. 내가 사용했던 수통 또한 제조연도가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대라는 조직은 덮을 수 없을 정도의 수위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바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내 경험을 예로 들자면, 여름철 에어컨이 없는 초소에서 한 병사가 더위를 먹고 기절한 이후에야 비로소 에어컨을 설치해주었다. 결국 이러한 조직상의 특징 때문에 '석봉'과 같은 비극에 놓인 병사들이 수도 없이 생겨나게 되었고, '뭐라도 해야지...'라는 위험한 결심 하에 더욱 끔찍한 사고(e.x. 생활관 총기 난사)를 저지르는 참상이 발생한 것이다. 부디 군 고위 관계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마음 속 깊이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처음부터 문제가 있던 병사들도 있겠지만, 군대를 가지 않았더라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을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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