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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Sep 16. 2021

코다 (2021)

장애를 딛고 일어선 가족의 눈부신 성장 (가족영화/성장영화/음악영화)

코다 (2021)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장르: 음악, 드라마

러닝타임: 111분

개봉일: 2021.08.31

코다(CODA):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청인 자녀

 아빠, 엄마, 오빠가 모두 농인인 가족에서 홀로 청인으로 태어난 코다 '루비(에밀리아 존스)'.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을 할 수 있는 루비는 가족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들을 수 없는 가족들은 모르지만 루비는 노래에 굉장한 재능이 있는 아이였고, 짝사랑하던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를 따라 합창부에 들어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농아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탓에 노래 부르는 것을 두려워 했지만, 그의 재능을 발견한 교사 '베르나르도'의 열렬한 지도로 버클리 음대를 꿈꿀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루비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그들을 뒤로 한 채 보스턴으로 떠날 수는 없었다. 어부들과 중개인 간의 갈등으로 홀로 사업을 꾸려야 했던 아빠와 오빠에겐 루비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는 새벽 3시에 일어나 고기잡이에 나갔다가 학교 수업을 듣고, 음악 레슨까지 받아야 하는 벅찬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루비의 재능을 알 수 없는 가족들은 루비의 꿈을 이해해주지 못한 채 붙잡으려 하지만, 학교 음악회에서 루비의 노래에 감동받은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며 자신들이 딸의 꿈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음악보다는 가족의 성장에 초점

 <코다>를 보게 된 이유는 <라라랜드>의 제작자가 참여한 음악 영화라는 점, 그리고 <싱스트리트>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배우 '퍼디아 월시-필로'가 등장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주인공급 배역인 줄 알았던 '마일스'의 분량 또한 상당히 적었다. 여러 면에서 예상을 빗나간 작품이지만, 이와 관계없이 가족의 성장 서사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와닿는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들 사이에 딱 한 명의 구성원만 청인이라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코다인 '루비'는 어려서부터 의무적으로 가족의 소통을 돕기 위해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어른들과 대화를 해야 했고, 홀로 들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을 위해 희생을 해왔다.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지만 목표와 꿈이 생긴 이후부터 자신을 억누르는 요소가 되었고, 현실과 이상을 사이에 두고 겪는 내적 갈등은 10대 청소년에겐 제법 벅차게 느껴졌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가족, 선생님, 그리고 친구와 함께 극복해나가며 앞으로 힘차게 뻗어나갈 루비의 성장을 일궈낸다.

모두에게 이해가 가는 갈등의 구조, 어렵지만 소통해나가는 가족의 이야기

 그렇다면, 루비의 가족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농아인 아빠, 엄마, 오빠 '레오'는 선천적인 장애를 갖긴 했지만, 성격들이 굉장히 유쾌하고 장애를 불편해하거나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는데는 소통을 해결해주는 루비의 도움이 컸고, 가족들은 루비를 마치 소유물인 양 대하며 당연히 딸로서 가족과 함께 뭉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래할 때 행복해 하는 루비의 표정을 아는 관객으로서는 극 초중반부 가족의 행동들이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엄마가 사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음악회에서 자신 있게 노래하는 루비의 공연을 보면서 가족들은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루비의 노래를 들을 수 없던 이들은 잠깐의 흥미일 것이라 예단했지만, 루비의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을 보며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루비만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이 때, 극은 루비의 아빠 '프랭크'의 시점으로 연출을 하며 모든 사운드 효과를 제거하는데, 루비와 마일스가 노래를 하는 장면임에도 일 분 가량을 적막으로만 채운다. 해당 연출로 하여금 이전까지 루비의 가족을 이해할 수 없었던 관객들이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한다. 일 분뿐이지만, 루비의 가족들이 어떠한 세상을 살아왔는지를 몸소 느끼게끔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딸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현실은 너무나 비극적이고 안타까웠다. 공연 후 집으로 돌아와 루비에게 노래를 청하며 목에 손을 대고 성대의 진동을 느끼는 아버지의 모습은 딸을 향한 사랑과 노래를 듣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중첩되어 감정을 고조시켰다.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루비의 가족을 괴롭히고 있는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가족들이 루비를 붙잡으려 했던 이유 또한 루비 없이는 청인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또한 청인들과 자신은 같은 커뮤니티에 소속될 수 없다고 당연스레 여겨왔기 때문이다. 평생을 이러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온 가족들은 가족이라는 단단한 우리 안에 네 사람을 가두었고, 넓은 세상으로 나갈 루비가 혹여나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이러한 가족들에게 루비의 음악회 공연은 이들의 두려움을 깨우쳐줄 일종의 충격과도 같았을 것이다. 가족들은 루비의 노래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그에게 진짜 재능이 있는 것인지 불안해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루비는 더 이상 자신들이 지켜줘야 할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그들 또한 루비를 붙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루비의 용기 있는 도전은 가족들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전이되어 루비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동시에 이들만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

극중 들을 수는 없지만, '루비'의 공연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고 환하게 웃는 엄마 '재키' 역의 '말리 매트린'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마음으로는 딸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모두 들었다는 강한 의사표현으로 느껴진달까. 실제로 루비의 가족들은 모두 농인 배우가 해당 배역을 연기했는데, '당사자성'을 반영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고 이들에게 온전한 감정이입이 가능케 한다.

Bonus: 풋풋한 로맨스와 음악

 영화의 시놉시스를 제대로 보지 않고 영화를 감상한 탓에 풋풋한 틴에이저 로맨스와 달콤한 사랑노래들이 영화의 중심이 될 줄 알았지만, 이는 극의 곁다리 정도에 불과했다. 음악을 통해 가까워지고, 연인으로 발전해나가는 마일스와 루비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크게 중요한 장면들로 다뤄지진 않는다. 그래도 계곡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풋풋한 소년소녀의 청량함과 관심 있는 상대방과 눈을 마주보며 노래할 때의 설렘과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들이 있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에 가벼운 리듬감을 더해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사운드트랙 'You're All I Need To Get By'라는 곡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감미로운 '퍼디아 월시-필로'의 보컬과 청아하고 맑은 '에밀리아 존스'의 하모니가 순수하고 예쁘게 들린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의 비중이 좀 더 높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음악과 사랑 이상의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결과물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P.S.

 청각장애를 지녔다고 해서 듣지 못할 뿐이지,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다. 버클리 음대 오디션 장면에서 시험장에 잠입한 가족을 향해 수어로 자신의 노래를 해석해주는 루비와 이를 기쁘게 감상하는 가족들의 장면을 보면 방식만 다를 뿐, 이들도 충분히 남들처럼 느낄 수 있다. 비록 적막 뿐이지만 이들은 남들이 느끼지 않는 영역을 통해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고,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루비의 목소리에 더욱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처음으로 입밖에 소리내어 꺼낸 말이 'Go'인 것처럼, 이들도 계속해서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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