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맨스에 더해진 대만 감성 한스푼 (장약남/허광한/너의 결혼식)
감독: 한톈
출연: 허광한, 장약남
장르: 로맨스, 멜로
국가: 중국
러닝타임: 115분
원작: <너의 결혼식 > (2018)
<여름날 우리>는 포스터로 보나, 인물들의 비주얼로 보나, 여름을 배경으로 한 중화권의 흔한 하이틴 청춘물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본작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같은 작품들과는 노선을 살짝 달리 하는데, <여름날 우리>는 2018년 한국에서 개봉한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이 한국에서 3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뻔한 로맨스물이었기에 다른 국가에서 리메이크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 작품은 <너의 결혼식>의 플롯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며 중국의 감성을 조금씩 더하는 형태로 재해석했다. 원작을 감상한 관객이라면,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장면들을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아무리 리메이크 작이라 할지라도 원작의 전체적인 스토리의 틀과 맥락만 가져와서 각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름날 우리>는 공간적 배경과 출연 배우만 바뀐 <너의 결혼식>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다. 원작을 감상한 입장으로서 극의 전개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고, 꽤나 디테일한 장면과 대사 하나까지 원작에 쓰인 그대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다음 장면을 예측하며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다면 특유의 청량함을 품고 있는 대만 하이틴 영화의 감성인데, 다소 오그라드는 중화권 유머와 코믹한 연출은 촌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한국 원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특징이다. 또한 꽤나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인물의 이름에 담긴 설정도 바뀌었다. '환승희'라는 이름 때문에 환승역에 설 때마다 여주인공을 떠오르게 된다는 원작의 설정은 '수영장'의 발음과 비슷한 '요우용츠'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남주인공 '저우 샤오치' 역시 '요우용츠'의 이름과 연관되는 수영 챔피언을 꿈꾸는 수영팀의 에이스로 등장했다. 원작과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주인공들의 배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결정적으로 원작에는 없던 여름의 향취를 지녔다는 점에서 <여름날 우리>는 청춘 로맨스 영화로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자극하는데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여름은 분명 장마와 폭염으로 인해 견디기 쉽지 않은 계절이지만,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의 여름은 '#여름이었다'라는 감상에 젖은 멘트와 함께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극은 2030 관객들로 하여금 가슴 속 한 켠에 품고 있는 풋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감성을 깊게 파고든다. 20여년 째 익숙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화권 로맨스 영화에 여전히 관객들이 반기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원작을 통해 줄거리도 알고 있고, 뻔한 로맨스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취하고 있음에도 극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대만과 중국의 청춘 스타 '허광한'과 '장약남'의 비주얼과 연기력도 한몫 한다. 특히 맹목적일 정도로 사랑 앞에 저돌적이면서 로맨티스트이기도 한 '저우 샤오치'와 선한 인상의 풋풋한 비주얼을 지닌 '허광한'의 시너지는 원작의 '김영광'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다.
(+)
여담이긴 한데, '장약남'은 볼수록 '트와이스 나연'과 닮았고, '허광한'은 눈매를 중심으로 배우 '이상윤'을 닮아 신기했다.
결국 <여름날 우리>는 원작은 물론 여타 로맨스 영화들처럼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주인공들의 애정은 결별로 마무리된다. 매번 끝에 가서 여주인공이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흔한 설정. 그렇다면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새드엔딩인 것일까?
보통 로맨스 작품의 두 주인공이 연애를 하다가 최종적으로 결혼을 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고들 하지만, 결혼을 해피엔딩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혼은 두 사람의 관계를 새로 쓰게 되는 2막의 시작이며 결혼 이후에도 부정적인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의미에서 15년간의 돌고 도는 첫사랑의 복잡한 여정 끝에 두 주인공은 행복했던 시간들을 가슴 속에 품고 서로를 기분 좋게 맞이하며 작별을 택했다. 두 사람은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햇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청춘을 함께 했고, 그 순간 속에 연인으로 있던 두 사람은 찬란하게 빛났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시간을 후회 없이 기억에 남길 수 있다는 것. 연애에 있어 이만한 해피엔딩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