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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Oct 26. 2021

영화의 거리 (2021)

차라리 부산여행 브이로그를 볼 걸 (한선화/이완/독립영화/로맨스)

<영화의 거리> (2021)

감독: 김민근

출연: 한선화, 이완

장르: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77분

개봉일: 2021.09.16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될 때

 부산의 작은 영화 제작사에서 로케이션 매니저로 일하는 '선화(한선화)'. 좋은 기회라며 작업 기회가 주어진 새 영화의 감독이 하필이면 예전에 안 좋게 헤어진 남자친구 '차도영(이완)'이다. 술만 마시면 욕하던 구남친과 일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지만, 프로 정신을 발휘하여 도영의 제작팀과 함께 부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지로 쓸만한 곳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별의 분노와 아픔이 담겨 있는 두 사람 사이에는 오묘한 신경전이 오가고, 선화가 추천한 장소를 내내 못마땅해하는 도영의 행동들에 일에 집중하려던 선화도 조금씩 한계에 다다른다. 일로 재회한 구 연인은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부산행을 꿈꾸게 하는 예쁜 거리들

 <영화의 거리>는 극중 '선화' '도영'의 로케이션 매니저로 분했던 것처럼 영화는 관객의 로케이션 매니저가 되어 가보지 못한 부산 곳곳의 여러 장소들을 펼쳐 보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장면들은 '부산에 이런 장소도 있었어?' 하는 식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예쁜 장소들을 인도하고, 과거 연인과의 향수가 담긴 영화 속 배경들의 아련한 감성이 전달됨으로써 부산행을 꿈꾸게 하거나 혹은 기억에 남는 부산에서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제작을 위해 부산에 있는 많은 기업으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았을 것 같은데, 지역 홍보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영상미를 보여준다. 해운대와 광안리 정도만 아는 서울 사람으로서는 가보지 못한 부산의 아름다운 곳들을 탐미하는 재미가 있었다.

한선화 영상화보집, 그러나 연기는...

 주연으로 나선 '한선화'의 비중이 매우 큰 작품이다. 그만큼 그의 얼굴을 바스트 샷이나 클로즈업 샷으로 잡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러한 장면들에서 감독이 배우의 팬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 담긴 한선화의 모습들이 마치 영상화보집으로 보일 정도로 매 순간 예쁘게 담겼기 때문. 

 하지만, 비주얼 한정의 매력이 담겨있을 뿐 연기력은 그야말로 엉망이다. 극중 부산 토박이로 등장하는 '선화'는 부산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사투리 연기가 심히 어색하다. 실제로 한선화는 부산 출신이라고 하는데, 평소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사투리가 어색했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극에는 내레이션 또한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이 때마저 사투리가 섞인 어투를 사용하여 몰입을 해친다. 개인적으로는 여태껏 영상물을 통해 경험한 부산 사투리 중 제일 끔찍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부산에만 머물렀을 주인공이 왜 서울로 올라가 사투리를 애써 고치려고 하는 사람처럼 말을 하는지 납득이 안갔다. 평소 한선화의 연기력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예외였다. 중간중간 사투리가 아예 섞이지 않은 말투로 대사를 내뱉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 때 연기가 가장 자연스럽다. 

(+)

 하지만 남자주인공인 '이완'의 연기력이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한선화'의 연기는 억양 정도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예쁨이 전부, 담백하지만 뻔한

 <영화의 거리>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생소한 직업을 소재로 삼았고, 부산의 예쁜 거리를 극에 고루 녹여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작품이나 딱 거기까지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 어색하고, '영화'는 단지 작품에 이용당한 소재일 뿐 서울과 고향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의 고민과 갈등이 사실상 메인이다. 서로 다른 목표와 꿈 때문에 이별을 겪게 된 연인의 스토리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여 제법 담백하게 그려냈지만, '영화'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작품의 전개도 뻔해졌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부산의 예쁜 풍경들을 감상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극의 특색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추억이 깃든 공간이 지닌 힘

 그럼에도 영화는 '공간의 미학'이라는 감성에 몰입을 이끈다. 이별한 지 오랜 기간이 지난 두 인물은 서로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을테지만, 그 때 그 시절 두 사람의 풋풋한 모습들이 담겨 있을 장소들을 훑고 지나가면서 어느새 두 사람의 입가엔 조금씩 미소가 피어난다. 

 도영은 96번 신의 장소를 끝까지 찾아내지 못하다가 부산을 떠나기 직전, 선화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거리를 작품의 마지막 로케이션으로 택한다. 예쁘고 거창한 장소들을 모두 마다하고 고른 장소가 그저 평범한 동네 거리였다는 것은, 공간이 갖고 있는 물리적 특징보다는 그 자체가 품고 있는 시간과 추억, 감정이 더 유의미하다는 것을 전한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하찮고 시답잖은 장소일 지라도,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전부라고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일 수도 있으니. 추억과 소소한 공간을 소중하게 느끼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에서 공간이라는 요소가 미치고 있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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