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ofilm Oct 28. 2021

아이다호 (1991)

방황하는 청춘들의 동상이몽 (리버 피닉스/키아누 리브스/90년대 영화)

영화 <아이다호> (1991)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리브 피닉스, 키아누 리브스

장르: 드라마, 모험

러닝타임: 104분

시청 플랫폼: 왓챠

방황하는 두 청춘, 각자 앞에 놓인 길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기절해 잠들어 버리는 증상을 앓고 있는 '마이크(리버 피닉스)'. 함께할 가족도, 직업도 없는 그는 포틀랜드의 사창가를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습관성 혼절로 아슬아슬한 사건을 겪는 마이크 앞에 '스콧(키아누 리브스)'이 나타나 도움을 주고, 두 사람은 절친이 된다. 스콧은 22살이 되면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을 부유층의 자제이나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자발적인 부랑자 생활을 하는 청년이다. 가족의 부재로 인해 마이크는 엄마를 그리워한 채 근본적인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가 엄마를 찾을 수 있도록 스콧이 곳곳을 함께 여행해준다. 하지만 여행이 끝날 무렵 두 사람이 걷고 있던 길이 상이했다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깨우치게 되는데..

넌 내게 전부였는데, 네게 난 잠깐의 치기어린 순간이었다

 마이크에게 스콧은 전부였다. 그의 제일 친한 친구이면서도 사랑이었고, 'you don't pay me'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절절한 고백까지 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스콧과 마이크의 우정이 거짓은 아니었겠지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의 입장과 장래가 너무도 달랐다. 가족도 없이 텅 빈 길가를 방황하는 마이크는 극도의 외로움에 사무쳐 벼랑 끝에 놓여 있던 반면, 부잣집 도련님인 스콧은 인생의 돌파구를 챙겨둔 채 찰나의 일탈을 보냈을 뿐이다. 부랑자들의 리더였던 '밥'의 장례식날, 서로 다른 위치에서 마주하게 된 스콧과 마이크의 모습은 함께 격동의 시기를 보냈지만 결국 이들은 동상이몽의 관계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멀끔한 정장 차림에 여자친구를 옆에둔 상류층 스콧과 여전히 길가를 떠돌며 자신을 돈주고 사는 이들에게 위태롭게 기대는 마이크의 대비를 통해서 말이다.


함께할 수 없던 친구로서의 인연

 사창가에서 중년의 어른들을 대상으로 몸을 파는 마이크의 인생은 단순히 부모에 대한 반발심으로 자신의 인생을 의도적으로 낭비 중인 스콧과는 노선이 완전히 다르다. 몸을 파는 행위에 '쾌락'이라는 감각보다는 오래토록 그의 인생을 감싸고 있던 외로움과 애처로움이 더욱 부각되며 애초에 성적 욕구의 충족보다는 경제적 보상이 목적이기에 그의 행위로부터 어리석음이나 치기어림이 엿보이지 않는다. 같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돈보다는 단순한 욕구 충족이 목적인 스콧과 그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마이크에게 쏠리는 연민과 동정 어린 시선은 어느덧 그의 처절한 외로움의 바다로 입수하게 된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로마까지 향했지만, 끝내 찾지 못하였고 자신의 빛과도 같았던 스콧마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결국 돌고 돌아 길바닥에 나앉은 외로운 마이크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사랑과 우정을 모두 잃은 그를 세상이 안아주기는커녕 구두와 작은 짐쪼가리까지 빼앗아버린다. 수미상관으로 끝나는 영화의 엔딩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하나 뿐인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덜덜 떨며 모닥불 앞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던 마이크를 보았기에, 그의 곁에 끝까지 남아있지 않아준 스콧이 야속하면서도 애초에 두 사람은 오래갈 수 없는 관계였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현실 속에서 같은 순간을 살고, 늘 함께일 것 같았던 친구와 어느샌가 다른 길을 걷고 있게 되는 것처럼 이 둘의 관계도 잠깐 스쳐 가는 친구 관계에 지나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마이크를 다정하게 대해줬던 사람이 '스콧'이 유일했을 것이기에 의지할 수 있던 한 사람을 잃은 마이크의 상실감이 더욱이 안타깝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의 거리 (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